“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한민족의 노래로 인류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 12월에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지 올해로 7주년이 된 아리랑 중 하나인 ‘밀양아리랑’의 가사이다.

동지섣달은 동짓달과 섣달을 합친 말이다. 동짓달은 동지가 든 달로 음력으로 11월을 의미하고 섣달은 음력 12월로 설과 달이 합친 말로 설이 들어 있는 달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동지섣달은 음력 11월과 12월로 가장 추운 달인 한겨울을 의미한다. 거기다가 동지는 24절기 중 해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로 낮보다 밤이 훨씬 긴 날이다. 어떻게 보면 동지부터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려시대 이전에는 새해를 동지로 인식했다. 고대에는 동지가 되면 천문을 관측하고 새해 첫 날을 기념하는 해맞이 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가장 추운 시기에 꽃을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거나 보기 드문 일일 것이다. 즉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봐달라고 하는 것은 꼭 봐달라는 간절한 염원이 들어 있다. 꽃 중의 꽃은 장미가 아니라 동지섣달을 잘 견뎌낸 꽃이다.

아리랑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민족의 염원이 들어 있다. 아리랑의 역사는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까.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강원도 ‘정선아리랑’의 가사 중 일부이다. 후렴 부분은 누구나 알지만 본 가사만 들으면 이 노래가 무슨 아리랑인지는 잘 모를 것이다. 왠지 낯선 느낌마저 든다.

본래 아우라지는 두 갈래 물이 한데 모여 어우러지는 나루라는 의미다. 정선읍으로부터 19.4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구절리에서 흐르는 송천과 삼척시 중봉산에서 흐르는 임계면의 골지천이 이곳에서 합류하며 어우러진다 하여 아우라지라고 한다. 아우라지는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여량 5리를 흐르는 강을 가리킨다. 이곳에는 산이 곱고 물이 맑은 ‘아우라지’가 있어 예로부터 천렵(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노는 놀이)과 소풍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전국에 ‘아우라지’ 라는 지명이 몇몇 있으나, 정선의 아우라지가 대표적이다. ‘올동박’은 생강나무 열매이다. 생강나무 열매는 기름 짜는데 썼고, 생강나무라는 이름은 생강이 달려 있어서가 아니라 생강 냄새가 난다고 붙여졌다.

“문경 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 구부가 눈물이 로다”

남도 아리랑인 ‘진도 아리랑’의 가사의 일부이다. 새재는 고개 이름으로 한자로 하면 조령(鳥嶺)이 된다. 문경 새재는 조선시대 때 삼도에서 과거보러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고갯길이었다. 첩첩산중 굽이굽이 고갯길이 험난하기도 하여 새도 울고 넘는다는 새재이지만 과거에 낙방하면 울고 넘어야 했기에 굽이굽이 사연이 많기도 하였다.

아리랑은 대표적인 우리나라 민요이다. 지역마다 그 특색에 맞게 전해 내려오는 아리랑 중에서도 강원도 ‘정선아리랑’과 호남지역의 ‘진도아리랑’, 그리고 경상남도 ‘밀양아리랑’을 삼대 아리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리랑은 ‘경기도 아리랑’이다.

수십여 종류의 다양한 아리랑이 전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아리랑이 우리나라의 자생적 민요로서 그 연원도 매우 오래된 전통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 살더라도 항상 잊지 않고 부르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아리랑의 어원에 대한 주장은 아리랑이 불리는 지역만큼 다양한데 우리가 흔히 임과의 이별을 노래하는 대표적인 아리랑을 비롯해서 신라의 ‘알영비’, 밀양 전설의 인물인 ‘아랑’ 등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아리랑이란 단어 자체가 그냥 의미 없는, 흥이나 돕는 소리라는 주장도 있으며, 이 아리랑에 철학적인 의미를 담아 아리랑의 깊은 뜻으로 자신의 본성, 즉 나를 찾아가는 진리의 노래라는 주장도 있다.

지금은 아리랑의 원래 의미는 잘 모르고 그저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아리랑을 불러 보면 아리랑의 음에 담긴 에너지는 가슴을 타고 전해져서 때로는 흥겹게도, 때로는 감정을 정화하거나 마음을 아리게도 한다. 이것은 아리랑 노래 자체에 메시지가 담겨져 있고 스토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아름다운 노래라고 평하는 것은 아리랑이 수천 년 간 자연과 하나라는 천지인 정신으로 살던 사람들이 부르면서 그들의 가치관이 투영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란 모름지기 하늘과 땅과 그리고 모든 생명과 하나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천지인’ 사상이고 ‘홍익인간’의 정신이다. 그 정신을 후손들에게 노래로 알려 주려고 하였고 그것이 지금의 아리랑이다. 즉 하늘과 땅의 이치와 생명의 원리를 알려 주고자 생활 속에서 노래와 놀이를 가르치고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려준 노래가 바로 아리랑인 것이다.

아리랑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우리 노래이다. 만든 사람도, 만들어진 시기도 알려져 있지 않고, 지역에 따라 노랫말도 가락도 저마다 다르다. 그 가운데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어 대표격이 된 '아리랑'.

아리랑의 진짜 의미

아리랑의 진짜 의미는 “참나를 깨닫는 기쁨이여” 이다. 아(我) : 참나, 리(理) : 이치, 원리, 법, 랑(浪) : 즐거움

이것을 우리말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아 : 태양과 같이 밝은 나, 즉 참나. 또는 '얼'에서 나온 하나의 개체를 뜻하는 '알'이라는 말이 '아리'로 연음된 것일 수도 있다.
리 : 여성을 높여 부르거나, 사람을 지칭한다.
랑 : '라'는 태양, 라에 붙은 이응은 소리를 부드럽게 이어주기 위해 쓰인 것이다. 따라서 아리랑은 '태양처럼 밝은이여'라는 뜻이 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태양처럼 밝은이여, 태양처럼 밝은이여”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참나를 밝히는 힘겨운 길을 가시는 군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 “참나를 찾는 이 길을 포기하고 가는 이는”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 “인간완성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치고 만다.” 즉 힘들어도 참나를 깨닫는 기쁨의 길을 가자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노래이다.

아리랑이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의미

유네스코는 한국사람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르는 아리랑이 각 지역 특색에 맞게 재창조되며 다양성과 창의성을 지닌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아리랑은 중국 조선족들이 부르며 내려온 대표 민요라며 아리랑을 은근슬쩍 자기네들 무형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였고, 그것도 아주 체계적으로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조선족을 소개하는 책자에 대거 아리랑을 소개하거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아리랑 등으로 표기하였다. 이렇듯 중국은 조선족의 아리랑은 중국의 문화유산이라고 인식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민족의 아리랑이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 것인데 중국이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고 있는 문화유산들은 퉁소, 농악무, 전통혼례, 한복, 상모 춤, 가야금, 씨름 등 상당히 많다. 우리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외면하고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중국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그들의 역사와 문화로 만들고 있다.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우리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이다.

문화콘텐츠로서의 아리랑

1941년 미국 언론인 님 웨일즈가 독립운동가 김산의 생애를 정리해서 출간한 책의 제목은 ‘아리랑(Song of Ariran)’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위문공연을 온 재즈 연주자 오스카 페티포드(1922~1960)는 통역병의 아리랑 휘파람 소리를 듣고 ‘아디동(아리랑) 블루스’를 만들었다. 1958년 출시된 국내 최초의 필터 담배는 아리랑이었다. 1970년대에는 아리랑 상표의 성냥갑도 크게 유행했다. 조선말 우국지사 황현의 ‘매천야록’에는 고종과 명성황후가 밤새도록 아리랑 공연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아리랑’은 그 자체로 우리민족의 ‘희로애락’이고, 한국 대표 브랜드다. 한국인은 누구나 전통민요 ‘아리랑’과 함께 살고 있다. 어떤 아리랑은 구슬프고, 어떤 것은 신명난다.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한반도 곳곳에서 들리는 구성진 노랫가락 아리랑이 이제 전 인류의 유산이 된 것이다.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 한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서 문화강국 코리아의 면모를 갖추어야 된다.

아리랑은 대한민국의 혼!


아리랑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한 상징 그 자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리랑은 우리의 민족혼이고 정신이며 힘인 것이다. 한민족은 유구한 역사 동안 수많은 국난을 거치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선 역동성과 정이 많고 단결을 중요시하는 조화성을 특징으로 하는 민족이다. 우리 민족 특유의 역동성과 조화성을 키워드로 하여 현대적 개념으로 Korean Spirit(K-Spirit)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아리랑은 민족과 인종을 떠나 누구에게나 고향의 노래

아리랑은 힘들어도 참나를 깨닫는 기쁨의 길을 가자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노래다. 기쁨을 노래하니 기쁜 노래가 될 수 있고, 애환과 염원을 담으니 애조 띤 노래가 될 수도 있다. 아리랑이 그토록 오랫동안 가슴 깊숙한 울림과 함께 불리고 또 불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아리랑은 언제 어느 때 불러도 다 잘 어우러진다. 기쁠 때는 흥을 더하는 노래가 되고 슬플 때는 위로의 노래가 되며 좌절했을 때는 격려의 노래가 되고 좋은 자리에서는 축복의 노래가 된다. 아리랑은 이제 더 이상 여인의 한을 담은 노래가 아니다. 한을 향한 우리 모두의 그리움을 담은 깨달음의 노래, 얼을 밝히는 어울림의 노래이다. 그래서 어느 민족, 어느 나라 사람이 불러도 본래 자기 고향의 노래였던 것처럼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노래의 정조 속으로 녹아든다. 이런 의미와 가치를 알고 부르면 아리랑은 완전히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민성욱 박사
민성욱 박사

 

아리랑은 70년의 분단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남북한이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매개이기도 하다. 남한과 북한이 올림픽에 단일팀으로 출전할 때는 아리랑이 공동 국가로 울려 퍼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세계인 누구나 마치 고향의 곡조처럼 친근하고 아름답게 느끼는 신비한 노래이다.

아리랑은 남북한을 넘어 어떻게 세계인의 가슴을 울릴 수 있었을까? 그것은 아리랑이 얼의 노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넘어야 하는 인생이라는 고갯길에서 주저앉거나 딴전 피우거나 도망가지 말고 그리운 임처럼 소중한 얼을 꼭 찾으라고 신신 당부하는 소리에 세상사람 누구나 귀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고향이 얼이니 얼을 노래한 아리랑은 누구에게나 고향의 노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리랑은 한국적 정서의 고향이 된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동지다. 서정주의 ‘동천(冬天)’의 낯익은 시 구절이 생각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이제 동지섣달을 잘 견뎌낸 후 마치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새로운 새해를 맞이할 때이다. 어릴 적 동지(冬至)가 되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따뜻한 팥죽을 쑤어 주셨다. 뜨끈한 팥죽에는 자녀들이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었다. 팥죽을 쑤어 먹었던 역사와 아리랑을 불렀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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