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초입을 맞은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인왕산 자락 갤러리 B.O.S에서 조각‧회화의 대가 공병 작가 초대전 ‘영혼의 유토피아’展이 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7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존재와 시간, 그리고 영혼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하나의 형상 너머, 삶의 근원에 닿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가에게 비움과 채움, 시작과 끝, 모임과 흩어짐, 소멸과 생성 이 모든 것이 작업 모티브이자 화두이다. 공병 작가는 “물은 고요히 낮은 곳으로 흐르며 부딪히고 돌면서 세상을 변화시킨다. 나 또한 들숨과 날숨의 순간들을 이어 붙이며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그 흔적의 겹침이 곧 나의 작업”이라고 전하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나는 사후의 세계와 영혼의 존재를 믿으며, 더 맑고 아름다운 영혼의 형상과 미지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인간은 우주 자연 속에서 기쁨과 슬픔,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가지만, 결국 죽음이라는 끝을 맞이한다. 그러나 나는 그 끝 또한 또 다른 시작이라고 믿는다”라고 취지를 밝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공 작가의 작품을 이루는 주된 소재는 투명 아크릴이다. 티끌 하나, 속살 하나까지 드러내는 속성을 지닌 투명 아크릴을 깎고 파고 찍고 긁고 깨뜨리고 붓고 칠한다. 조각과 회화의 모든 기법을 혼재시켜 완성해 나간다.

작가는 아크릴의 완고한 성질에 맞서 싸운 지 벌써 7년이라고 고백하며 창작의 고통을 토로했다. “아크릴의 완고한 성질은 단 하나의 과정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있고, 평지라 싶으면 절벽 같은 고갯길이 나타난다. 쉬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 때조차 유혹은 아름답게 다가와 손짓한다. 끝내 도달할 수 없는 길일지라도 나는 걸음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멈출 수 없는 그의 작업은 존재의 증명 그 자체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어떤 행위로든 몸을 흔들며 꿈틀거려야만 시간과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서 ‘멈춤’은 없다. 오직 죽음만이 멈춤일 것이다. 세월은 흐름이고, 삶 또한 흐름”이라며 “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시간은 계속 흐를 것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나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도전을 이어가고, 그 흐름 속에 흔적을 남기며, 마침내 영혼이라는 유토피아에 승선하고 싶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공병 작가의 '영혼의 유토피아'전은 11월 25일부터 12월 7일까지 진행되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