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 톺아보기] 뉴욕과 모스크바는 유럽을 대신하여 지배할 수 없다
[명저 톺아보기] 뉴욕과 모스크바는 유럽을 대신하여 지배할 수 없다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2-06-27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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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대중의 반역" (21)

2부 누가 세계를 지배하는가

14 누가 세계를 지배하는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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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테가는 현재의 세계정세, 즉 1930년대 세계정세를 진단하여 “이제 유럽의 계명이 지배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개인과 민족-은 명령 없이 살 기회를 즐기고 있다. 왜냐 하면 오직 유럽의 계명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라고 소개한다.

그는 이러한 정세를 “건강하지 못하고 기묘한 것이다”고 본다. 건강한 징후라면 새로운 규범의 탄생이 옛 것을 대체하는 것인데 “다른 계명이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유럽의 계명이 효력을 상실해버렸다. 유럽이 지배를 중단했는데-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유럽은 프랑스, 영국과 독일 3개국을 의미하는데 이들 3개국이 몰락 중에 있고 그들의 생활방식이 효력을 상실했다. 그 결과 전 세계, 모든 국가와 개인이 타락했다고 오르테가는 본다. 그래서 현재 “전 세계의 하위자들은 자신들에게 부과되고 타인들이 부여한 임무에 조금 싫증을 내고, 부담스런 명령에서 해방된 지금 축제 분위기를 즐긴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오르테가는 경고한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도록 의무화하는 명령 없이는 우리의 삶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이는 세계 최고의 청년들도 이미 빠져 있는 무서운 심리 상태이다. 완전한 자유이며 어떤 속박도 없다고 느끼면서 공허함을 느낀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기다림의 삶은 죽음보다 더 큰 자기부정이다. 왜냐하면 산다는 어떤 특정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즉 하나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무언가에 우리의 존재를 거는 것을 피하면 피할수록 자신들의 삶에서도 멀어지게 된다.”

이것이 오르테가가 유럽은 더는 지배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지배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일을 주고 사람들을 그 운명 속으로 이끌고, 그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즉 방황, 공허한 생, 황폐로 이어지는 일탈을 막는다.

이어 오르테가는 유럽이 지배를 중단한다면 뉴욕과 모스크바가 유럽을 대신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결론부터 말하며 뉴욕과 모스크바는 유럽을 대신하여 지배할 수 없다. 왜? “뉴욕과 모스크바는 유럽에 비교해 전혀 새롭지 않다. 그 둘은 모두 유럽의 계명의 일부여서 유럽에서 분리된다면 그 의미를 상실해버릴 것이다.”

또한 오르테가는 뉴욕과 모스크바는 위장하고 있고 이를 ‘역사의 위장 현상’이라고 명명했다. 위장은 본질적으로 실제를 보이지 않게 한다는 것인데 오르테가에 따르면 ‘역사의 위장 현상’에는 두 가지 실재가 겹쳐 나타난다.

하나는 심층에 있는 실제적이고 실질적인 현실, 다른 하나는 외형에 있는 우연적이며 표면적 현실이다. 위장이 왜 나타나는가?

오르테가에 따르면 “새 민족들에게는 사상이 없다. 옛 문화가 이미 존재하고 있거나 그것이 이제 막 등장하는 환경에서 그런 민족들이 성장할 경우, 그들은 옛 문화가 제공하는 사상으로 자신들의 얼굴을 가린다. 여기에 바로 위장과 위장의 이유가 존재한다.”

러시아가 위장한 것은 “아직 계명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는 마르크스의 유럽식 원리에 속한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오르테가는 “러시아가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수세기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미국에 관해 오르테가는 기술적인 생활 개념에서 유럽이 재생하거나 회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의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미국은 ‘새로운 민족’이라고 부르는 특수한 역사적 실재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오르테가에 따르면 “미국은 자신의 역사를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고민과 알력과 갈등은 이제 시작이다. 많은 것을 겪어야 한다. 미국은 아직 고생을 모른다. 미국이 지배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이렇게 유럽의 지배력이 종말을 고하고 대체할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오르테가는 비관적인 결론을 피하고자 한다면 다음 세 가지를 자문해보라고 제안한다.

첫째, 출발점으로 돌아가 흔히 말하는 것처럼 유럽이 몰락하여 지배를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이 정말 확실한가?

둘째, 이 외견상의 몰락이 유럽을 유럽답게 만드는 좋은 위기는 아닌가?

셋째, 다수의 유럽 국가가 공식적인 통일을 달성하여 유럽연방을 창설하는 게 가능해질 경우를 위해 유럽 국가들의 확실한 몰락이 사전에 필요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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