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누가 세계를 지배하는가

15. 진정한 문제에 도달하다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유럽을 진단하여 유럽에 도덕이 없어진 것이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대중이 자신의 생활 체제의 중심에서 어떤 도덕에도 매이지 않은 채 살아가길 열망한다는 것이다. 오르테가는 오늘날 유럽의 어느 곳에서도 도덕의 외관을 갖춘 새로운 에토스(ethos, 윤리적 태도)를 갖춘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오르테가는 “현대를 대표하는 모든 집단의 삶의 태도는 권리란 권리는 모두 차지하고 의무는 전혀 감당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반동주의자든 혁명주의자든 모두 모든 의무는 무시하고 아무 문제의식도 없이 무제한의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의무에서 이러한 도피는 우리 시대에 ‘청년’ 주의 유행이라는 우스꽝스럽고 추악한 현상을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우습게도 ‘청년’을 자처하는데 이는 의무 의행을 원숙기까지 무기한 연기할 수 있어서 청년에게는 의무보다 권리가 더 많다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오르테가는 이러한 ‘청년’은 일종의 공갈(chantage)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보편적인 공갈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공갈에는 상호 보완적인 측면을 지닌 두 가지 유형의 공갈, 폭력에 의한 공갈과 희희화의 공갈이 있다. 어느 쪽이든 바라는 것은 항상 동일한 것으로 곧 열등한 자나 평범한 자가 우수한 자에 대한 일체의 복종에 면제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대중은 단지 도덕을 갖고 있지 않을 뿐이다. 여기서 도덕이란 언제나 본질적으로 무언가에 대한 복종의 감정이고 봉사와 의무에 대한 의식이다.

오르테가는 대중이 무도덕한 삶을 확신하게 된 것은 현대의 모든 문화와 문명이 그런 심어주었기 때문이라며 유럽은 지금 스스로 가꾼 정신 활동의 고통스런 열매를 거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르테가는 이 글에서 주로 유럽인을 낳은 문명에 대한 유럽인의 태도를 분석함으로써 특정한 형태의 유럽인의 유형을 그려내고자 했다.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그러한 인물들이 옛 문명과 싸우는 다른 새로운 문명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부정, 즉 실제로는 기생 상태를 숨기는 부정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여전히 자신이 무정하고 있는 것, 다른 사람들이 건설하거나 축적한 것으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심리적 모습과 근대 유럽문화가 갖는 근본적인 결함이라는 커다란 문제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요컨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지배적인 인류도 그러한 근본적인 결함의 산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