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인터넷, 2007년 스마트폰이 출현하면서 거대한 태풍처럼 우리 생활 전반에 큰 변화를 주었듯이 ‘2022년 11월 30일’에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큰 또 하나의 태풍이 우리에게 불어 닥쳤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국 OpenAI사에 의해 서비스가 시작된 챗GPT라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입니다.

챗GPT가 공개된 이후 많은 전문가는 “현재의 1주일간의 변화는 과거의 10년간의 변화보다 빠르다”는 표현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해 발전하고 있는 기술변화의 속도를 경이롭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챗GPT가 이미 미국에서는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의 시험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약 2045년 전후로 인공지능이 인류 전체의 지능을 초월하면서 특이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시기가 오면 인간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보다 뛰어난 AI로봇이 자신보다 뛰어난 AI 로봇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 산업혁명은 서구 중세사회를 그 뿌리에서부터 붕괴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봉건제도가 해체되었고 대가족제도가 붕괴되므로써 농촌 중심의 농경사회가 해체되어 도시 중심의 산업사회가 형성되었습니다. 교육도 수도원을 중심으로 하는 중세교육이 와해 되고 학교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모든 현대 사회시스템을 그 뿌리에서부터 붕괴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따른 인간 노동의 축소는 구매력의 감소를 수반하며, 이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을 근본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도 있습니다. 노동의 축소는 노동자 양성에 주력하는 현대 교육 역시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게 되고 자본주의 시스템의 혼란으로 현대 정치 시스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가 소개하는 뇌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한 인간에게는 경험 자아, 기억 자아, 배경 자아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경험 자아’는 현재 내가 경험하는 것을 느끼는 자아입니다. ‘기억 자아’는 지나간 경험을 회상하고 평가하는 자아이고 배경 자아는 경험 자아와 기억 자아를 알아차리는 존재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지금 책을 읽으면서 무엇인가를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경험 자아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에 대해 기억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바로 기억 자아입니다. 책을 읽다가 책 읽기를 알아차리는 순간 책 읽기를 하는 자아와 책 읽기를 하는 나를 알아차리는 자아가 존재합니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나’가 배경 자아입니다.

기억 자아는 만3.5세부터 형성이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3살 이전 일은 기억하지 못 합니다. 기억 자아의 다른 이름이 에고(ego)입니다. 과거에 대한 회상, 미래에 대한 예측과 그에 따른 의사결정, 예컨대 지금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과 같은 것은 전적으로 기억 자아에 의존해서 이루어집니다.

경험 자아는 현재 몸의 고통을 느끼거나 혹은 편안함을 느낄 때 또는 즐거움이나 행복감과 같은 현재 오감을 느끼는 자아입니다. 경험 자아는 기억 자아와 배경 자아를 연결하고 있으며 항상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배경 자아는 기억 자아나 경험 자아를 알아차리는 존재입니다. 모든 사물 뒤에 그것이 점유하는 텅 빈 공간이 있고 모든 소리 뒤에 그것이 점유하는 고요한 침묵이 있는 것처럼 모든 기억 자아나 경험 자아 뒤에는 그 존재를 가능하게 하고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항상 존재하는 배경 자아가 있습니다. 기억 자아와 경험 자아는 변하므로 ‘변하는 나’ 에고라고 합니다. 배경 자아는 변하지 않으므로 ‘변하지 않는 나’ 참나라고 합니다.

역사를 보면 인류는 주변 환경이 크게 변화할 때마다 문명의 변화가 있어 왔습니다. 수백만 년 전에 등장했던 원시 인류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얻었습니다.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은 수렵 채집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약 1만 년 전에 인간의 생활 방식에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약 1만 년 전에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가 갑자기 따뜻해지면서 환경도 변화했습니다. 추운 기후에 적응했던 대형 동물들은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들어지고 대신 몸집이 작은 동물의 수가 많아지고,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새로운 식물들도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더 많은 식량을 얻기 위해 특정 동물이나 식물을 길들이는 농경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지구환경이 변하고 농경이 시작되면서 인간 문명이 변하는 시기에 해당하는 우리 역사는 단군사화(檀君史話)에 나오는 환웅(桓雄)과 웅녀(熊女) 이야기입니다. 《삼국유사》에서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고 싶다고 찾아오자, 쑥과 마늘을 주며 동굴에서 햇빛을 보지 않고 100일간 버티면 인간이 된다고 알려주었는데 호랑이는 도망가고 곰은 21일 만에 웅녀(熊女)로 변해 환웅(桓雄)의 아들 단군(檀君)을 낳았다는 이야기는 짐승과 같은 이기적인 성품을 환웅이 수행을 통해서 인간적인 성품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뇌과학적 측면으로 해석하면 기억 자아와 경험 자아인 에고 관점으로만 살아가던 인간이 배경 자아인 참나를 깨우치고 참나 관점과 에고 관점을 조화롭게 사용했음을 의미합니다.

인류는 철기 시대를 맞이하여 물질생산이 풍부해지면서 참나 관점보다 욕망과 물질 중심의 에고 관점의 문화가 됩니다. 이 시기에 중국에서는 제자백가(諸子百家)가 등장하고 서양 그리스에서는 변론술과 입신출세에 필요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가르치는 소피스트가 등장했습니다. 대부분의 제자백가와 소피스트는 욕망과 물질 중심에 필요한 에고 관점의 지식을 제공했습니다. 이런 경향을 막고자 4대 성인으로 불리는 석가모니(B.C. 560), 공자(B.C. 551), 소크라테스(B.C. 469), 예수(B.C. 2)가 이 시기에 등장하여 참나 관점에 대한 가르침을 펴게 됩니다. 독일 철학가 칼 야스퍼스는 이 시기를 축의 시대(B.C. 800∽300)라고 했습니다.

1760년대부터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인류는 급격한 물질문명의 발달로 대량생산 대량소비 문화로 욕망과 물질 중심의 에고 관점의 문화가 급속히 빠른 속도로 커지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참나 관점의 문화는 상대적으로 매우 축소된 상황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결과 이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억 자아와 경험 자아까지도 대체 할 수 있게 되었으며 2045년 특이점을 넘어서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억 자아와 경험 자아의 능력을 추월하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므로 기억 자아와 경험 자아인 에고만으로는 발전하는 인공지능을 다룰 수 없게 됩니다.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배경 자아입니다. 배경 자아인 참나로부터 양심, 공생, 홍익, 사랑, 자비, 인(仁)이 흘러 나옵니다. 그러므로 배경 자아는 인간다움을 있게 하는 진짜 나, 참나입니다. 단군사화 내용에서 곰이 사람이 된 것은 이기적인 짐승과 같은 의식에서 벗어나 홍익인간이 된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이기적으로만 살면 ‘네가 사람이냐?’라고 비난 섞인 말을 하면서 이기적으로만 사는 사람은 짐승과 같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1만 년 전 인간과 가축의 총합계 무게는 지구 생물체 전체 무게 중에서 1%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인간과 가축의 총합계 무게가 지구 생물체 전체 무게 중에서 99%를 차지해서 인간이 지구를 완전히 뒤덮었습니다. 그 결과 생물다양성이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1만 년 전에 비해 야생 포유류가 83% 멸종했으며, 야생 해양포유류는 80%, 식물은 50%, 어류는 15% 정도가 사라졌습니다. 지구 역사상 이렇게 균형이 깨진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깨진 균형의 결과 지구 온난화가 발생했고 인류는 기후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현대 사회시스템들을 그 뿌리에서부터 붕괴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상황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과거에 인류 의식이 위기에 닥쳤을 때 환웅, 공자, 석가모니, 예수, 소크라테스가 해법을 제시한 것과 같이 인간이 인간다움을 있게 하는 참나 관점을 회복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 방법입니다. 참나 관점을 회복하는 것을 우리 선도(仙道)에서는 복본(複本)이라고 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문명이 바뀌는 환절기(換節期)가 몇 번 있었습니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문명이 크게 바뀌는 큰 환절기입니다. 환절기에는 감기에 걸리기 쉽습니다. 그리고 큰 환절기에는 독감이 유행하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독감으로 사망하기도 합니다. 육상선수가 트랙을 달리다가 방향을 바꾸는 코너 부근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달려야 넘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인류는 문명이 크게 바뀌는 큰 환절기(換節期)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달려오던 속도를 줄이고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에고를 우선시하던 삶의 방향에서 참나를 우선시하는 삶의 방향으로의 전환이 복본(複本)입니다. 에고 관점인 이기심(利己心)보다 참나 관점을 회복해서 양심(良心)과 공생(共生)을 우선시하는 것이 삶의 기본값이 된 사람들을 신인류(新人類)라고 보면 신인류에게 희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