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촌 이암 선생의 《단군세기》를 보면 “배달 신시 개천 1565(단기 원년, B.C. 2333)년 10월 3일에, 신인 왕검께서 오가(五加)의 우두머리로서 무리 8백명을 거느리고 단목 터에 와서 백성과 더불어 삼신상제님께 천제를 지내셨다(至開天千五百六十五年上月三日하야 有神人王儉者가 五加之魁로 率徒八百하시고 來御于檀木之墟하사 與衆으로 奉祭于三神하시니)"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군조선 건국 1565년 전에 환웅천왕이 홍익인간 정신으로 신시 개천을 했고 B.C. 2333년 10월 3일에 단군왕검이 이를 계승하여 홍익인간 정신을 건국이념으로 단군조선을 건국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개천절은 환웅천왕의 개천절(開天節)이면서 단군왕검의 개국일(開國日)입니다. 그러므로 개천절의 주역은 환웅천왕입니다.

그러면 개천절의 의미와 개국일의 의미는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개천은 바로 '하늘을 연다'는 뜻입니다. 이때 하늘은 '눈에 보이는 하늘'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을 뜻합니다. 이는 모든 만물이 탄생한 근원으로 사람에게 있는 '하늘마음'을 뜻합니다.

하늘에 구름이 있듯이 우리 마음에도 하늘마음과 구름 마음이 있습니다. 하늘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구름은 변합니다. 하늘이 변함없듯이 하늘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구름이 변하듯이 구름 마음은 변합니다. 이렇듯 우리 마음에는 변하지 않는 하늘마음과 변하는 구름 마음이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하늘마음이 우리의 ‘본성(本性)’입니다. 변하는 구름 마음은 생각과 감정입니다. 그래서 생각과 감정이 많으면 구름이 하늘을 가리듯이 하늘마음인 본성이 드러나지 못합니다.

하늘은 구분이 없이 전체로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하늘마음은 분별이 없는 한마음입니다. 분별이 없는 마음을 무분별심 이라고 합니다. 구름은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구름 마음은 분별이 있는 마음으로 분별심 이라고 합니다. 하늘마음에서 양심이 나옵니다. 하늘마음은 모든 사람이 같습니다. 그러므로 하늘마음에서 나온 양심도 모든 사람이 같습니다. 만약에 내 양심과 다른 사람의 양심이 다르다면 이런 말을 못합니다. ‘양심껏 해라’ 우리가 ‘양심껏 해라’ 라는 말을 할 때는 당연히 모든 사람의 양심이 같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분별심에서는 욕심이 나옵니다. 분별심은 모든 사람이 각자 다릅니다. 그러므로 욕심도 모든 사람이 각자 다릅니다. 하늘이 구름에 가리면 어두워지듯이 욕심이 강해지면 양심이 어두워집니다. 사람에게는 신의 성질인 신성(神性)과 동물의 성질인 수성(獸性)이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과 같이 본능에만 충실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신(神)과 같이 거룩한 생각과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신의 성질, 신성이 바로 하늘마음이고 사람의 본성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늘 양심과 욕심 사이를 오가듯이 신성(神性)과 수성(獸性) 사이를 오갑니다.

‘개천’은 하늘마음이 열린 것으로 수성(獸性)을 이기고 신성(神性)을 회복해서 양심이 밝아진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복본(複本)입니다. 그러므로 개천절은 신성(본성)을 회복하고 양심이 밝아진 복본(複本)의 날이고 개국일은 신성을 회복하고 양심이 밝아진 사람들이 홍익인간을 건국 이념으로 국가를 세운 날입니다. 사람에게 혼(魂)이 있듯이 나라에는 국혼(國魂)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개천으로 신성을 회복하고 홍익인간 국혼으로 나라를 건국했습니다. 그러므로 개천의 시조(始祖)는 환웅천왕이고 개국의 국조(國祖)는 단군왕검입니다.

저는 제4355주년을 맞이하는 2023년 10월 3일 개천절에 강화도 마리산(마니산)을 오르며 이념으로 분열되어 있는 나라의 현실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는 엄중한 국제 정세임에도 정치는 협치가 사라지고 국민은 이념으로 분열되어 개천이 안되고 홍익인간 국혼(國魂)이 실종된 대한민국 현실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은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이 용어는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주장한 것으로, 투키디데스는 기존 맹주 스파르타가 신흥 강국 아테네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이에 두 국가는 지중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개념을 통해 미중 갈등의 위험을 경고해온 국제 안보 분야의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2020년 8월 1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미중 간 군사적인 충돌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고 그 시발점은 한반도나 대만 등 제3지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가 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2017년 저서 《예정된 전쟁》을 통해 지난 500년간 인류 역사에서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의 16개 충돌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이 중 12번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서 실제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보았습니다. 그중 ‘전쟁을 회피한 사례’ 두 가지 유형을 살펴보면 첫째는 ‘영국-미국’ 사례로서 압도적인 미국 힘 앞에서 영국이 굴복한 사례입니다. 둘째는 ‘미국-소련’ 사례로 상호 핵균형과 신뢰 구축으로 인해 전쟁이 억제된 경우입니다.

두 전쟁 회피 사례를 참고할 때, 오늘날 미국과 중국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맹국 간의 대리전이나 새로운 전선 구축을 위해 동맹국을 끌어들이는 전쟁이 일어날 개연성은 높습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놓기 위해서 중국과 동맹관계인 북한이 한반도에서 국지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 우리는 자칫하면 전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게 됩니다.

우리 역사를 보면 대륙 세력의 힘이 강해져서 통일국가가 나올 때 꼭 우리나라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습니다. 한무제가 중국을 통일하고 단군조선을 침공했으며 수양제와 당태종이 중국을 통일하고 고구려를 침공했고 원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침공했으며 청태종이 중국을 통일하고 조선을 침공했습니다.

해양세력이 힘을 가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이 통일 또는 개혁을 하여 힘이 생긴 뒤에는 우리나라를 침공해 왔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힘을 키우면서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일본의 메이지유신 뒤에는 을사늑약으로 국권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대륙 세력인 소련과 해양 세력인 미국이 충돌을 할 때 한반도가 분열되었기에 일어난 전쟁이 6.25 전쟁입니다.

한무제 침공, 당태종 침공, 임진왜란, 병자호란, 을사늑약, 6.25 전쟁의 공통점은 이 당시에 우리의 국론은 항상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사이에 있는 한반도는 국론이 분열되면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희생양이 되기 쉽습니다.

국제정세는 미중 패권경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엄중한 상황인데 정치인들에 의한 국론 분열이 나날이 심해져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정치는 전쟁과 스포츠 중간 어디쯤 있을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쟁으로 가까이 가면 상대를 ‘적’으로 보고 스포츠로 가까이 가면 상대를 ‘경쟁자’로 봅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정치를 보면 전쟁 같은 정치를 합니다. 애국심, 공적 의식, 책임감, 정직과 같은 가치는 실종되고 국익이나 공익보다 당파적 이익과 사익을 국민 눈치 안보고 노골적으로 챙기는 정치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이념에 따른 극단적인 분열에 국민이 부화뇌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정치인들의 이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국혼(國魂)이 살아나야 합니다. 국혼이 살아있으면 종교보다 애국심이, 이념보다 애국심이, 당파보다 애국심이 앞서게 됩니다. 국혼이 살아있기에 종교보다 애국심이 앞섰던 인물로 서산대사를 비롯한 승병들과 안중근 의사(義士)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있습니다.

서산대사가 팔도 승병들에게 띄운 격문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조선의 승병들이여!

우리 백성이 살아남을지 아니할지, 우리 조국이 남아있을지 아니할지, 그 모두가 이 싸움에 달려 있소. 목숨을 걸고 우리 조국과 백성을 지키는 일은 단군의 피가 핏줄에 흐르는 한 누구나 마땅히 해야 할 바라.

이 땅의 나무와 풀마저 일어나 싸워야 할 터, 하물며 붉은 피를 지닌 이 땅의 백성이야 새삼 무슨 말을 하리오? 또한 세상을 구하는 것이 바로 불법이 아니리까?

백성들이 도적 무리의 창칼에 죽임을 당하고 그 피가 붉게 조국을 적시오. 조국이 사라지고 백성이 괴로워할진대, 그대들이 살아남은 바가 곧 조국과 백성에 대한 배신이 아니리까?”

서산대사의 격문을 읽고 들으며 비분강개의 통곡을 하지 않은 승병이 없었다 합니다. 서산대사의 격문을 보면 불살생의 종교적 신념보다 애국심과 국혼이 앞서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다는 이유로 천주교단으로부터 살인죄로 단죄돼 평신도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평신도 자격이 박탈당한 지 84년이 지난 1993년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김수환 추기경에 의해 안중근 의사의 평신도 자격이 복권되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평신도 자격 복권이 84년이나 걸릴 정도로 종교적 교리의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안중근 의사가 종교적 신념보다 애국심과 국혼이 앞서지 못했다면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구를 겨누지 못했을 것입니다.

새는 좌우 날개로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좌우 날개의 균형이 맞아야 새는 잘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좌우 날개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몸통에 있는 척추뼈가 튼튼해야 좌우 날개도 역할을 다 할 수 있습니다. 척추뼈가 약하면 날갯짓을 하기 어렵습니다. 진보가 왼쪽 날개라면 보수는 오른쪽 날개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균형이 잘 맞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척추뼈인 국혼이 강해야 합니다.

혼(魂)이 떠나면 사람은 죽습니다. 명의가 있어도 다시 살릴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국혼(國魂)이 없으면 국가는 망합니다. 만일 국혼이 흩어지면 아무리 능력있는 정치가가 있다 할지라도 바로 잡을 방책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국혼이 약해져 이념에 휘둘려 분열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개천을 해야 할 때입니다. 개천은 먼저 나 자신과의 개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개천으로 하늘마음과 통하고 본성(신성)을 회복하여 홍익인간 국혼이 살아나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열고 옆에 있는 사람과 개천을 하고 이웃과 개천을 하여 홍익인간 국혼이 살아난 사람들이 백만명이 되면 국혼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국혼을 몸통으로 삼고 진보는 왼쪽 날개, 보수는 오른쪽 날개가 되어 힘차게 날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