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한국 마을제의 양대 신격 : 마고삼신-삼성 계통

1. 마고삼신 계통

앞에서 살펴온 바 한국 마을제의 대부분의 제의시설들에는 남녀 신격이 존재하는데 오랜 세월 민인들에게 할머니·할아버지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불리어 왔음을 확인하였다. 이들 제의시설에 투영된 남녀 신격은 여신, 남신 단독으로 모셔진 경우와 남녀 한 쌍이 짝을 지어 모셔진 경우가 있는데 Ⅱ장에서 살펴본 바 동북아 선도제천문화의 전통 하에 여신은 ʻ마고삼신ʼ 계통으로, 남신은 ʻ삼성ʼ 계통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제 먼저 그 신격이 마고삼신 계통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구체적인 마을제 시설의 사례들을 찾아서 살펴보겠다.

마고가 곧 삼신이고 후대에 마고제천을 하던 삼성이 산신으로 전화해 갔기에 마을제의 시설에 투영된 신격이 마고·삼신·여성 산신인 경우를 찾아보고자 한다.

1) 적석단 유형

(1) 해운대 장산 천제단

부산시 해운대구 대천공원 입구에서 장산 정상을 향해 비탈을 올라가다 보면 마고할미를 모시는 제천사인 마고당이 있고, 마고당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약 100m 떨어진 장산 중턱에 천제단이 있다. 이곳은 마고당제를 올리기 전에 먼저 제를 올리는 신성한 곳이다. 제단 뒤편의 큰 바위를 벽체로 삼고 그 양쪽으로 자연석을 쌓아 ʻㄷʼ자 형태로 만든 적석단인데 3개의 입석을 신격으로 모시고 있다. 이곳은 마고당과 함께 있는 천제단이기에 그 신격을 마고삼신으로 바라보게 된다.

(2) 동호동 천제단

적석단 특히 천제단의 경우는 삼척시를 중심으로 한 강원도 영동남부지역에서 많이 확인되는바 태백산 천제의 유풍에 따라 희생으로 소를 사용하는 등 태백산의 천제 형식을 따르고 있어 신격도 태백산과 같은 마고삼신(천신·천왕신) 계통이 많다. 태백산 천제당에서 천신을 모시는 전통이 거리상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는 망제(望祭)의 형태로 나타나 마을신앙으로 자리 잡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동해시 동호동 천제단이다. 천제단 제의는 그믐날 자정에 지내며, 천지지신(天地之神)의 신격이 여성이라고 인식한다. 제의에서 모시는 신은 ʻ천신ʼ 한 분이 일반적인데 여기서는 ʻ천지지신, 토지지신, 여역지신ʼ을 함께 모신다. 동호동 천제는 신격이 여신이라는 점, 동호동이 태백산 문화권에 속하며 천제단이 놓인 방향이 삼척지역의 대표적 망제산인 근산(近山)을 향하는 등 태백산에 대한 망제 형식을 따르고 있는 점, 태백산의 유풍에 따라 살아있는 소를 잡아서 제물을 올리는 점 등 태백산의 천제 문화권의 전형을 따르고 있어 신격도 태백산과 같은 마고삼신으로 보게 된다.

(3) 거연리 사촌마을 삼신당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거연리 사촌마을에 위치하며 삼신당이라 부른다. 마을 어귀에서 100m 지점에 위치한 숲속에 있으며 약 200년 전부터 당을 만들어 삼신에게 제사했다. 삼신당은 돌무더기 제단으로 제천사나 신목은 따로 모시지 않는다. 제주(祭主)는 강물에 4일간 목욕하고 술과 여자를 금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일은 음력 정월 보름과 음력 6월 15일인데 음력 6월 15일은 당을 처음 모신 날이라고 한다.

(4) 북면 용대1리 삼신당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1리에서는 돌무더기를 쌓은 적석제단을 삼신당으로 부르며 마을의 안전을 위해 제사를 지낸다. 제일은 음력 4월 8일과 음력 9월 9일이다.

(5) 눌태리 윷판재 성황당(적석단)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눌태리에 위치하는데 흥환리 진골마을에서 구룡포 눌태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 윷판재의 길목에 무너져 내린 적석단이 윷판바위(거북바위)와 함께 있다. 윷판바위에는 삼신할미 관련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6) 당저(當底)마을 산신제단

당저마을은 전라북도 장수군 계북면 면소재지에서 무주 방면으로 4km쯤 떨어져 있으며 예부터 당산이 있어왔음인지 ʻ당산 밑 마을ʼ이라는 뜻으로 당저리(當底里)라 부른다. 웃당산은 마을 동쪽 도로변에 있는 소나무 다섯 그루가 신체이고 신격은 산신이다. 당저마을 산신제단은 아랫당산으로 웃당산으로부터 밑으로 100여 m 거리에 있으며 여산신을 모신다. 산신제단은 20cm~30cm 정도의 자연석으로 돌담을 쌓은 형태이다.

(7) 공정리 장내마을 산제당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공정리 장내마을 산제당은 마을 서쪽 숲속에 서 있는 돌탑이다. 아랫 둘레는 3m, 높이 1m, 윗 둘레는 1m 정도 된다. 덕유산 산신령(마을에서는 여신이라 함)을 모시며 음력 10월 1일 자시에 제를 모신다. 산신에 3배 드린 후 가가호호마다 소제를 올려주는데, 소제가 잘 오르지 못하면 기록했다가 음력 정월 보름에 본인 집에서 떡시루에 촛불을 밝혀주어 액막이를 한다. 산신제 후 제물 일체를 갖다 놓고 마을 사람 전원이 참석하여 공평하게 음복하고 대동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