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을제시설의 양대 계통: 구릉성 제천시설 계통(4)

(3) 신목·제천사 복합유형

마을제장의 중심 제의시설로 가장 일반적인 것이 신목 유형이고 그 다음이 제천사 유형인데 신목·제천사 복합유형은 이 둘이 결합되어 나타난 유형으로 한국 마을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 2리 산제사는 마을 뒤 축령산 능선에 위치한 잣나무 신목과 제천사에서 지낸다. 해마다 음력 9월 1일~3일 사이 택일하여 지내며 산신할머니께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다.

 

울산시 중구 반구2동에서는 산 구릉에 위치한 제천사에서 음력 정월 대보름날 산신·목신·지신에게 동제를 지낸다. 산신이 주 신격이며 목신과 지신은 후대에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제장은 동네를 형성할 때부터 있었으며 2003년 증축했다.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에서는 마을 뒤 야산에서 음력 10월 3일 당할아버지께 당제를 지낸다. 제장은 신목과 제천사로 구성되어 있다.

부산시 북구 구포1동 대리마을은 마을의 화합과 전통문화 계승 차원에서 음력 1월 15일 자정에 대리당산제를 지낸다. 제장은 산기슭에 위치하며 500년 된 팽나무와 2개의 제천사(동제당)로 구성되어있는데 고당신각에서는 고당할매를 모시고영신각에서는 산신을 모신다.

 

〈자료 21〉 신목·제천사 복합유형 사례

 

구포1동 대리마을 신목. [사진 제공 최수민]
구포1동 대리마을 신목. [사진 제공 최수민]

 

구포1동 대리마을  영신각·고당신각. [사진 제공 최수민]
구포1동 대리마을 영신각·고당신각. [사진 제공 최수민]

 

(4) 제천사·장승 복합유형

용인시 지곡리의 경우 제천사(산제당)는 지곡2리의 산제봉에 위치하고 있어 구릉성 제천시설로 볼 수 있지만 장승은 마을로 들어오는 큰 길가의 아래, 위 입구와 중간에 각각 한 쌍씩 서 있는 경우로 구릉성 제천시설과 마을로 내려온 제천시설이 혼합되어있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제천사가 주로 산등성이에 위치한다면, 장승과 솟대는 마을 입구에 주로 위치하고 있는 보조 신격으로 볼 수 있다.

[자료 제공 최수민]
[자료 제공 최수민]

 

지금까지 살펴본 바 ʻ구릉성 제천시설ʼ 계통은 야트막한 산등성이에 주로 위치하며 적석단·적석탑, 고인돌·선돌, 신목, 제천사 등의 제천시설들이 단종 또는 2종 이상이 복합되어 나타나는데 장승과 솟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상 신격은 서낭이나 당신도 가끔 나타났지만 산신이 가장 많았다. 제일은 전국적으로 음력 정월 대보름을 전후한 시점이 가장 많으나 예외적으로 경기도에서는 음력 시월 초순경에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상고시대 제천의 유속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도 많이 발견되었다. 마을제장이나 제관의 집에 ‘황토’를 뿌려 기운을 정화하거나 바위나 신목이 있는 제장을 ʻ천제당(天祭堂)ʼ으로 부르고 ʻ천제(天祭)ʼ를 지내는 점, 신성한 제장을 의미하는 ‘돌돌림유적’의 전통이 이어진 흔적 등은 상고시대로부터 전해오는 선도제천문화의 유속이 마을제 전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