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에서 ʻ마을로 내려온 제천시설ʼ 계통을 살펴본 바 민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산등성이 높은 곳에서 민인들의 삶 가까운 마을로 내려오는 위치적인 변화와 함께 솟대와 장승이 더해져 단종이나 2종 복합유형보다 3종 이상 복합되어 나타나는 양상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었다. 또 제천시설의 경우 형태 면에서 적석단, 고인돌, 신목, 장승, 솟대 등이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남녀 짝을 지어 나타나는 경향성이 강하며 호칭 면에서도 할머니·할아버지로 흔하게 불리는 것을 확인하였다.

본장에서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고래로부터의 선도제천시설이 한국 마을제 시설로 그대로 계승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한국 마을제 시설은 ʻ구릉성 제천시설ʼ과 ʻ마을로 내려온 제천시설ʼ 양대 계통으로 나누어 볼 수 있었고 오랜 세월 전해오는 동안 내용적·형태적으로 정형성을 잃어버리고 시대나 환경에 따라 다기한 형태로 변화되어왔음도 알 수 있었다. 한국 마을제 시설들은 호칭 면에서 할머니·할아버지로 흔하게 불리어 왔으며 ʻ마을로 내려온 제천시설ʼ의 경우 ʻ구릉성 제천시설ʼ의 경우보다 남녀 짝을 지어 나타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자료 53> 3종 이상 복합유형 사례

노동2리 남계마을 숲·신목·선돌·솟대. [사진 최수민]
노동2리 남계마을 숲·신목·선돌·솟대. [사진 최수민]

한편 한국의 제천 전통에서 적석단·적석탑, 고인돌·선돌, 신목, 제천사, 장승, 솟대 등의 제천시설들이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되거나 중첩되었던 모습은 비록 제천의 원래 의미는 잊히고 길흉화복을 가져다주는 인격신(마을 수호신)에 대한 기복신앙으로 바뀌어 갔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누천년의 긴 역사 속에서 우주의 생명에너지와 교류하며 내 안의 밝음을 깨워내고 공동체 문화 속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홍익의 문화는 어느 한 순간도 단절됨 없이 면면히 이어져왔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