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을제시설의 양대 계통: 마을로 내려온 제천시설 계통(1)

(5) 장승 유형

장승은 솟대와 함께 또는 단독으로 마을 입구나 사찰 입구에 세워져 재액 등으로부터 마을과 사찰을 수호하는 수문신(守門神)의 역할을 담당하며, 마을의 주신과 별도로 하위 신격으로 신앙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을 산에 주신인 산신이 있고, 마을 장승은 마을 입구에 수구맥이·동맥이의 하위 신으로 부차적인 의례만 주로 나타낸다. 영덕군 괴시동의 목장승의 경우처럼 신목과 함께 마을의 주 신으로 함께 신앙되는 경우를 제외한 그 외의 장승은 대부분 그러하다. 또 장승은 수적으로 1기나 3기를 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2기를 나란히 세워 암수 짝을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궁평리 장승은 나무 장승이 오랜 세월 동안 풍화되어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현재의 돌장승을 구입하여 다시 세웠다. 장승제는 음력 정월 대보름에 지내며 남녀 석장승(할아버지·할머니)을 모시고 마을의 평안과 무사를 기원하는 마을제를 지낸다.

오미마을 장승은 오미마을 앞 도로변에 화강암으로 만든 장승 3개가 냇둑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 있다. 미륵 형태의 장승으로 훤칠한 키에 길쭉한 얼굴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나무로 된 솟대였으나 이후 석장승이 세워졌다고 한다. 매년 음력 정월 초에 길일을 택일하여 정월 대보름 전에 제를 지낸다.

<자료 33> 장승 유형 사례

1. 오미마을 석장승

[사진 최수민]
[사진 최수민]

2. 적금2리 장승 

[사진 최수민]
[사진 최수민]

 

용원리 용산마을 장승은 해마다 나무를 깎아 세우던 것을 고속도로가 나면서 장소를 옮겨 석장승을 만들어 세우게 되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금줄을 두르거나, 우물 청소, 황토를 뿌리는 등 장승제 준비는 축소화되거나 생략하는 실정으로 농촌공동체의 해체와 함께 소멸되어 가는 장승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년 음력 1월 14일 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며 장승제를 지낸다.

적금2리 장승고사는 600년 전부터 지내 온 것으로 여기며 일제 강점기나 한국 전쟁 중에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고 한다. 장승고사는 매년 1월 14일 저녁에 지내며 격년마다 장승을 새로 세운다. 2년이 지난 장승은 마을의 안 보이는 곳에서 깨끗이 태워 없앤다. 장승은 구도로의 길가에 위치하며 토석 제단 위에 남녀 목장승을 세우는데 할아버지·할머니로 부른다. 장승고사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며 장승고사가 끝나고 대동잔치 때 함께 참여한다.

(6) 솟대 유형

고대 청동의기에 나뭇가지나 기둥에 새를 올린 조형물이나 문양이 나타나고 『삼국지』「위서」ʻ동이전ʼ 마한 소도 입대목(立大木) 제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삼한시대 소도 제천의 유속으로도 언급되는 것이 솟대 제의이다. 이처럼 솟대는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교통로 즉 우주목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역사학이나 민속학 등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한국 마을제에서는 그 의미가 다소 평가 절하되어 나타난다. 마을제에서는 주 신격으로 기능하기보다는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장승과 더불어 보조 신격으로 부차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솟대는 마을 입구에서 가뭄과 화재 등의 재앙을 막아내고 마을의 평안과 풍농을 기원하는 의미로 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남부지방(주로 전라도 해안가)에서는 행주형 지형을 보하거나 마을의 터를 누르기 위해 풍수지리상 석제 기둥 위에 새를 올려놓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산신제의 보조 신격으로 모셔진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솟대를 ʻ짐대ʼ 또는 ʻ진대ʼ라고 부르는데 돌솟대가 목제 솟대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바다에 인접해 있어 염분기가 많아 나무가 잘 썩고 바람에 약해서 상대적으로 견고한 돌솟대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솟대 유형은 주로 마을 입구에 긴 장대 형태로 암수 짝을 지어 나무를 깎아 세우고 꼭대기에 새를 만들어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지역에 따라 솟대를 한 개 또는 두 개, 세 개를 세우기도 하고 여러 개를 한꺼번에 세우기도 하며, 재료는 나무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지역에 따라 돌로 만든 솟대도 있으며, 재료를 구하는 것이나 비용, 시간, 노동력 등의 문제로 점점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반영구적으로 철제 솟대 또는 전봇대로 만들어 세우는 곳도 있다. 입대목이나 신간은 하늘(우주)과 인간의 생명력이 교류하는 교통로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솟대는 신성한 제의 공간임을 나타내는 민속 신앙물 그 너머에 신목이나 고인돌·선돌의 경우처럼 우주의 생명력과 교류하는 통천(通天)을 상징하는 제천시설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자료 35> 솟대 유형 사례

1. 송내동 아차노리마을 솟대

[사진 최수민]
[사진 최수민]

 2. 대율동 진동단

[사진 최수민]
[사진 최수민]

경기도 동두천시 송내동 아치노리 마을 솟대 고사는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매년 음력 1월 14일 마을 입구 5m 높이의 전신주를 이용한 솟대 앞에서 지낸다. 솟대를 ‘수살대’라고 하여 ‘수살대고사’ 또는 ʻ수살대감님을 모신다ʼ라고도 한다. 원래 육송으로 제작하였으나 솟대 나무를 선정하기가 어려워져 밤나무로 제작하다가 이마저도 힘이 들어 20여 년 전 체신용 전신주를 활용하여 솟대를 세웠다.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동신제(별신제)는 정월 초나흗날 밤에 지내며 대상 신격은 마을 입구에 있는 삼층의 돌 기단 위에 사각형 석조 솟대를 세운 별신(진동단)과 매봉산 중턱을 당으로 하는 산신이다. 산당에서 먼저 제를 지낸 후 소리를 지르거나 횃불을 밝히면 본당인 별신에서 제를 지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