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을제시설의 양대 계통: 마을로 내려온 제천시설 계통(1)

(3) 신목 유형

구릉성 제천시설 계통의 신목 즉 산 구릉이나 고갯마루에 있는 신목들은 한 그루만 모셔지거나 숲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면, 마을로 내려온 제천시설 계통의 신목은 한 그루인 경우도 있지만 ʻ할머니나무·할아버지나무ʼ로 불리며 두 그루가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의 경우 마을 입구의 느티나무가 있는 제장을 ʻ천제당ʼ으로 부르고 여기서 지내는 마을제를 ʻ천제ʼ라고 부른다.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느티나무 신목은 마을 중심부에 위치하여 600년의 긴 세월 동안 ʻ삼신당(三神堂)ʼ이라는 이름으로 마을 주민들의 기도처로, 안식처로, 정신적 지주로 단합의 구심 역할을 해 왔다.

경북 영덕군 창수면 창수동의 경우 높이 15m, 둘레 5m 느티나무를 마을의 수호신(골맥이)으로 여기며 동신제를 모신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백운리에서는 마을 어귀와 마을 북쪽 길 옆에 있는 2그루의 느티나무를 각각 ʻ할매·할배ʼ라고 부르며 당산신으로 모시고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모신다.

경산시 남산면 사월리 마을제장은 마을 가장자리 70여 평 평지 위에 수령 200년 가량의 2그루 팽나무가 있는 곳으로 당산목인 팽나무는 부부나무(할아버지·할머니)로 알려져 있다. 정월 대보름날 유교식 제의로 제사를 지내며 참석자 모두 음복하고 덕담을 나눈다.

<자료 29> 신목 유형 사례

하회마을 삼신당. [사진 제공 최수민]
하회마을 삼신당. [사진 제공 최수민]

 

창수동 신목. [사진 제공 최수민]
창수동 신목. [사진 제공 최수민]

광주시 북구 문흥1동 문산 당산제는 택지개발 사업으로 원주민들이 모두 이주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입주하면서 끊어진 당산제를 구청의 지원을 받아 부활시킨 경우로 귀목나무 2그루를 ʻ할머니당산·할아버지당산ʼ으로 모시고 마을제를 지낸다. 위의 신목 유형 사례는 모두 제일이 음력 정월 대보름이며 천신, 삼신, 골맥이, 당산신(할머니·할아버지)을 신격으로 모신다.

(4) 제천사 유형

마을로 내려온 제천시설 계통 중 제천사에 모셔진 신격은 서낭신, 당산할매, 당산할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원래는 여신을 모시는 것이 원형이었으나, 후대로 오면서 남신을 모시는 경우가 많아지고 남녀 부부신을 함께 모시는 경우도 있다.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 송제마을에서는 당산할배를 모시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당고사를 지내며 제일은 음력 1월 14일이다.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장재터에서는 제천사에 남성황과 여성황의 위패를 함께 모시며 마을의 평안과 부를 기원하는 서낭제를 지낸다. 제일은 정월 보름 전에 택일하여 지낸다.

<자료 31> 제천사 유형 사례

송제마을 제천사. [사진 제공 최수민]
송제마을 제천사. [사진 제공 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