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한국 마을제 시설의 양대 계통

1. 구릉성 제천시설 계통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환국시대 소남산 문화의 ʻ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적석단총)ʼ은 배달국시대 환호를 두른 구릉성제천시설(3층원단류), 청동기~초기철기시대 한반도 남부의 ʻ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적석단·나무솟대·제천사·선돌류)ʼ의 형태로 이어져 왔다. 이들 유적은 다시 오늘날 전국 각지의 마을의 앞·뒷산 언덕이나 구릉에서 쉽게 만나는 다양한 제의시설들(적석단, 적석탑, 고인돌, 선돌, 신목, 제천사, 장승, 솟대 등)로 이어진다. 시대가 흐르면서 하늘과 가까운 산 구릉에 위치하던 제의시설들이 대중화·보편화되는 과정 속에서 민인들과 더욱 가까운 마을로 내려오게 되고 성·속 구분의 의미로 환호를 두르던 것이 간단하게 금줄을 치거나 모래나 황토를 뿌려 정화하거나 흰 천이나 창호지를 동여매는 것으로 바뀌어 갔다.

마을제가 행해지는 제장(祭場) 즉, 구체적인 제의 장소를 살펴보면 그 형태는 실로 다양하다. 우리나라 마을마다 조성되었던 마을제의 제장은 기와지붕을 얹은 보기 좋은 제천사이거나, 슬레이트 지붕을 인 한 칸 크기의 소박한 제천사, 유난히 큰 바위, 사람의 발길이 쉬이 닿지 않는 마을 뒷산의 정갈한 터, 크고 오래된 신목, 정성을 다해 깎아 세운 장승, 하늘로 우뚝 솟은 솟대, 적석단 등 형태도 다양하다.

현재 마을제 시설은 새마을운동의 영향으로 인한 급속한 도시화, 젊은 층의 감소와 노령화, 외래 종교 유입 등으로 쇠퇴국면에 접어들었는데 국립민속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자료조사 및 연구, 지방자치단체들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노력 등이 합쳐져 그나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제의 제장에는 적석단, 적석탑, 고인돌, 선돌, 신목, 제천사, 장승, 솟대 등 다양한 제의시설들이 나타나는데 이들은 한 가지가 독립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2∼3가지 이상 복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터줏가리나 산 전체를 신체(神體)로 하거나, 산등성이나 구릉의 정갈한 빈 터, 하천가 자갈밭 위 일정 공간 등이 제장이 되기도 하고 이들이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형태의 제장들과 복합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산이나 마을 곳곳에 마을 제장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그 형태가 일정한 틀에 구애됨이 없이 실로 자유롭고 다기하다 볼 수 있겠다.

이들 마을제의 제장을 보면 ʻ청동기~초기철기시대 한반도 남부의 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ʼ을 계승한 형태 즉 주변 지역에 대한 조망이 좋고 하늘과 가까운 느낌을 주는 산꼭대기나 산 구릉지에 위치한 제의시설과 민인들의 삶 가까운 마을입구나 마을 한가운데로 내려온 제의시설 두 가지 유형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본 장에서 위에 열거한 마을제의 시설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형태를 분류해 보되 입지 조건이 하늘과 가까운 산등성이나 구릉에 위치한 것을 ʻ구릉성 제천시설ʼ 계통으로 명명하고 민인들의 터전인 마을 가까이에 위치한 것을 ʻ마을로 내려온 제천시설ʼ 계통으로 명명하여 두 가지 계통으로 나누어 분류해 보고자 한다.

먼저 ʻ구릉성 제천시설ʼ 계통부터 살펴보겠다.

ʻ구릉성 제천시설ʼ 계통은 입지 조건이 산꼭대기나 산등성이로 하늘에 더욱 가까운 고지성에 위치하며 그만큼 제의에 임하는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이 더해진 경우라고 보게 된다. 그리고 제의 공간이 삶의 공간과 분리되어 성·속 구분이 이루어지므로 신성성도 더해진다고 볼 수 있다. ʻ구릉성 제천시설ʼ 계통의 유형을 분류해 보면 단종(單種) 유형과 2종 이상 복합(複合) 유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주로 나타나는 제의 시설은 적석단, 적석탑, 고인돌, 선돌, 신목, 제천사 등인데 적석단과 적석탑은 돌을 쌓아 만든 제단이라는 성격상 같은 유형으로 보아 적석단(적석탑 포함)유형으로 묶어 분류하였으며 고인돌과 선돌도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기둥의 형태로 동일한 거석단·총의 성격을 띠고 있어 같은 유형으로 보아 고인돌(선돌 포함) 유형으로 묶어 분류하였다.

제의시설 관련하여 전국적으로 너무나 많은 사례가 있지만 본고에서는 지면상 대표사례를 중심으로 몇 건만 제시하는 방식을 취했다.

1) 단종 유형

(1) 적석단 유형

적석단 유형은 동북아 선도제천문화로 바라볼 때 가장 원형적인 제천시설이다. 천·지·인(天·地·人)을 상징하는 3층원단이 정형적인 모습이지만 일(一)과 삼(三)은 곧 하나이므로 단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수천 년의 시간 속에서 그 형태는 조금씩 바뀌어갔지만 하늘을 향한 3층 계단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적석단은 가장 오래되고 전형적인 제천단의 모습이다. 현재 마을제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적석단·적석탑이지만 신목과 결합된 형태가 대부분으로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 고봉산자락에 위치한 진밭마을에서는 매년 봄·가을 산 중턱에 위치한 제단에서 산신제를 지낸다. 음력 4월 3일과 10월 3일이 제일(祭日)이다.

<자료 8> 적석단 유형

 

<자료 9> 적석단 유형 사례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 진밭마을 산신제단. [사진 제공 최수민]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 진밭마을 산신제단. [사진 제공 최수민]

 (2) 고인돌 유형

고인돌과 더불어 선돌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기둥(천주天柱)의 방식을 통해 제천의 궁극적 목표인 ʻ통천(通天)ʼ을 상징하는 ʻ거석 단·총ʼ의 일종이다. 고인돌과 선돌의 건립 시기는 대체로 청동기시대로 분류된다. 본고에서는 고인돌과 선돌을 하늘을 향해 솟은 돌기둥(석천주)의 범주로 묶어서 같은 계통으로 다루고자 한다.

경북 안동시 남후면 무릉리 묵느무에서는 앞산 중턱에 위치한 큰 자연석(선돌)을 성황당·할배당으로 부르고 음력 1월 3일에 마을제를 지낸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는 마을 뒷산 바위가 있는 제장을 천제당(天祭堂)으로 부르고 음력 1월 16일 천제(天祭)를 지낸다.

〈자료 10〉 고인돌 유형

 

〈자료 11〉 고인돌 유형 사례

 

무릉리 묵느무 성황당. [사진 제공 최수민]
무릉리 묵느무 성황당. [사진 제공 최수민]
벌방리 바깥마 천제당. [사진 제공 최수민]
벌방리 바깥마 천제당. [사진 제공 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