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한국 학자로 무신의 신격 체계에 대해 관심과 연구 업적을 보인 이로는 김태곤·임석재·유동식·조흥윤 정도를 손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본격적으로 신격 체계에 대해 자세하게 밝힌 학자는 김태곤과 조흥윤을 들 수 있다.

김태곤은 광복 이후 처음으로 무신의 계통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고, 무당들의 제보를 종합하여 최고신으로서의 천신(天神) 아래 무신들이 상층·중층·하층·최하층의 네 계층으로 구분된다고 보고하였다. 그는 한국 무신을 성격에 따라 분류하였는데 자연신 계통 무신으로 21계통 162종, 인신(영웅신) 계통의 무신으로 11계통 90종 및 기타 계통 25종으로 크게 나누었다.

<자료> 김태곤(198의 무신 체계

조흥윤은 선행연구자들의 무신 분류를 비판하면서 서울·경기 지역 천신굿을 대상으로 굿의 체계를 통해 무신 체계를 살펴보고 천신계, 산신계, 전내신계, 장군신계, 가택신계, 잡귀잡신계로 분류하였다.

<자료> 조흥윤(1993)의 무신 체계

이외에 임석재의 경우는 무신의 서열적 계층을 부정하는 이른바 병립(竝立) 신관을 제기하였으나 무신의 서열적 계층이 점차 확인되면서 그의 가설은 반박되고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유동식은 굿의 구조와 그 종교적 의미를 규명하는 맥락 속에서 무신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무신 체계 분석을 시도한 대표적 연구자들의 분류 방식을 살펴본 결과 연구자들 간에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높은 신(천신)에서 하위 신(잡신)으로의 위계성은 모두 인정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기왕의 신격 체계는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분류하고 있어 신들의 계통이 혼란스럽게 섞여 있다. 특히 천신과 지신(산신)을 따로 나누어보는 분류법은 동북아 선도제천문화의 신격 변천 흐름에 비추어 볼 때 맞지 않다고 보아 다시 분류할 필요를 느낀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동북아 선도제천문화의 기준으로 볼 때 제천의 신격은 마고에서 삼성으로, 삼성에서 단군을 거쳐 산신으로, 산신에서 서낭으로 변천되어 왔다. 한국 마을제에 나타난 신격 또한 동북아 선도제천문화의 선상에서 마고→삼성→단군→산신→서낭으로 달라져 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필자는 한국무속화의 신격도 동북아 선도제천문화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해 보고자 한다.

먼저 계통 면에서 마고삼신 계통, 삼성 계통, 기타 계통으로 크게 나누었다. 하위 유형 면에서 마고삼신 계통은 마고삼신 1인·3인 유형, 여성 칠성신 유형, 여성 산신 유형, 여성 제석 1인·3인 유형으로 나누었다. 삼성 계통은 남성 칠성신 유형, 북두-일월·일월 유형, 단군 유형, 남성 산신 유형, 남성 서낭 유형, 남성 제석 1인·3인 유형으로 나누었다. 기타 계통은 한국역사인물신, 중국도교신·중국역사인물신, 잡신류 등으로 분류하였다. 기타 계통의 경우 주 신격을 보좌하는 부차적인 신격이나 후대의 인물신, 외래신, 여역신(癘疫神), 원신(怨神), 기타 잡신 등에 해당하므로 우리 선도문화나 민속문화의 원형적 신격과는 다른 계보이기에 계통성을 분명히 구분하여 분류에서 제외하였다.

<자료> 동북아 선도제천문화로 바라본 무신 체계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무신 체계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분류하고 있어 신들의 계통이 혼란스럽게 섞여있다. 이에 필자는 배달국시대부터 초기철기시대까지 전승되어 온 제천의 신격과 이후 민속문화에 나타난 한국 마을제의 신격이 같음에 주목하여 무속화에 나타난 신격 체계에 대해서도 동북아 선도제천문화의 기준으로 접근하여 분석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아 한국 무속의 신격들을 새롭게 분석해 보았다. 동북아 선도제천문화로 바라본 무신 체계는 마고삼신 계통, 삼성 계통, 기타 계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다음 절에서는 필자가 분석한 신격 체계 중 동북아 선도제천문화의 원형적 신격인 마고삼신 계통과 삼성 계통에 대하여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