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을 보면 ‘어디로든 문’이라는 게 나와요. 가고 싶은 곳을 말하거나 생각하고 문을 열기만 하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죠. 벤자민갭이어도 ‘어디로든 문’과 비슷한 것 같아요. 항상 새롭고 다양한 분야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죠.”

인생을 정말 자유롭게 살아가는 한 청년이 있다. ‘벤자민 갭이어(Gap Year)’ 과정에 재학 중인 노반희 씨(21, 여)는 마이스터고를 졸업해 반도체 회사를 다니다 퇴사를 하고 지금은 풍류도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풍류도 버스킹을 하고,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사회에 홍익정신을 전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벤자민갭이어 3기 노반희 씨. [사진=김경아 기자]
벤자민갭이어 3기 노반희 씨. [사진=김경아 기자]

▶ 갭이어 활동을 하기 전, 본인의 모습은 어땠나요?

중학교 시절에는 학교 다니는 게 즐거웠어요. 배우는 것에 흥미가 있고, 공부가 즐거웠죠. 그와 함께 성적도 같이 오르니 더 재밌더라고요. 그런데 고등학교는 진학하고픈 마음이 없었어요. 영어를 배워서 외국에서 자유분방하게 살고 싶었죠. 부모님은 극구 반대하시며 고등학교까지는 나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이왕 가는 거 좋은 학교로 가고 싶어서 마이스터고 진학을 선택했죠.

학교에 와보니 친구들과의 경쟁이 정말 치열했어요. 취업만 바라보고 친구들과 무한 경쟁을 해야 했죠. 이곳에서는 마치 취업이 전부인 것 같은 분위기이다 보니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고교 졸업 후에는 반도체 제작 업체에 입사를 해서 10개월 정도 일을 했어요. 여성 엔지니어로 활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월급은 제 또래에 비해 많았지만 제 적성에 그다지 맞지 않았어요. 월급날만 바라보면서 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이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 벤자민갭이어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퇴사를 하고, 어머니께서 뉴질랜드로 명상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셨어요. 여행을 하는 동안 스스로를 많이 바라보게 되었고, 학창시절부터 고민해왔던 인생의 목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곳에 발론티어를 온 청년들을 보았는데 한국에서 벤자민갭이어 활동을 하다가 이곳으로 왔다고 하더라고요. 벤자민갭이어가 뭐냐고 물었더니 청년들이 꿈과 인생의 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소개를 해주었어요. 이곳에 가면 그동안 고민해왔던 것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풍류도 공연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갭이어에서는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활동을 하는데 그 중 하나에요. ‘풍류도를 하면서 유랑을 떠난다’ 해서 프로젝트 이름을 ‘풍류랑’이라고 지었어요. 평소에 여행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어릴 때 풍류도예술단 활동을 했던 것이 동기가 되었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버스킹을 하고 사람들과 함께 놀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돌아다니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버스킹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당시 200여 명의 시민 분들이 와서 저희의 공연을 봐주시고 같이 신명나게 노는 것을 떠올리니 아직도 가슴이 떨려요. 버스킹을 하기 전에 시청에 사전 신고를 안 해서 공무원들에 의해서 쫓겨날 뻔했는데 당시 관객들이 “재밌는데 계속 하게 해주세요.” 라고 해주었죠. 관객들이 우리와 소통을 하면서 마음이 많이 열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반희 씨는 부산 해운대에서 버스킹을 하며 관객들과 소통을 하는 체험을 했다. [사진=노반희]

▶ 세계시민강사 교육도 이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중앙워크숍에서 교육을 받았고 7월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대구학습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국가와 문화, 언어에 의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우리는 하나의 지구시민이라는 것을 알리고, 더불어 지구를 사랑하고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교육이죠. 제가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나도 이런 중요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고, 내가 선택함으로 인해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뿌듯했습니다.
 

세계시민강사 활동으로 지구를 사랑하고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반희 씨는 학생들의 의식을 깨워주며 뿌듯함을 느꼈다. [사진=노반희]
세계시민강사 활동으로 지구를 사랑하고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반희 씨는 학생들의 의식을 깨워주며 뿌듯함을 느꼈다. [사진=노반희]

▶ 벤자민갭이어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죠. 뭔가 시작할 때 갭이어라는 소속감이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분기마다 열리는 워크숍을 통해 전국의 갭이어 청년들을 만나볼 수 있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많은 청년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생긴 것이고, 더 많은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나눌 수 있죠. 그만큼 생각과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커졌어요.

그리고 다양한 멘토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인도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목표를 찾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갭이어를 하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 그럼 앞으로 비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금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싶어요. 여행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고 싶어요. 작은 목표를 정한다면 국외 100개의 도시를 다니면서 100명의 사람들과 잊지 않을 추억을 만들며 친구로 만들고 싶어요. 세계 어디를 가든 내 친구가 있고, 그만큼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더욱 커질 것 같아요.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노반희 씨는 전 세계 100개의 도시에서 100명의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노반희 씨는 전 세계 100개의 도시에서 100명의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다시 한 번 ‘풍류랑’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에요. 이번에는 ‘나의 아리랑’ 이라는 주제로 해볼 생각이에요. 11월부터 전국을 돌면서 풍류도를 통해 나만의 아리랑을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어요.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도 흥겨운 음악과 함께 신명나게 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