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Gap Year)는 진정한 자기계발과 진로탐색, 나아가야 할 꿈과 방향을 찾는 시간으로 대학 입학 전 또는 사회진출 초년기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선진교육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하버드 등 세계 명문대학에서 입학 전 갭이어를 권장하고 있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년들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인생의 방향을 설계하기 위한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 17일 만난 청년은 본업은 디자이너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활동을 하며 자신의 가치와 인생의 목표를 찾아가는 열정 넘치는 이다. 국내 최초 고교완전자유학년제를 시행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교장 김나옥)가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벤자민갭이어’ 3기에 재학 중인 배송희 씨(26, 여)가 그 주인공이다. 세계시민강사로 활동하며 주변에 지구시민의식을 전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신의 가치와 인생의 목표를 찾아가고 있는 벤자민갭이어 3기 배송희 씨. [사진=김경아 기자]
자신의 가치와 인생의 목표를 찾아가고 있는 벤자민갭이어 3기 배송희 씨. [사진=김경아 기자]

▶ 벤자민갭이어를 만나기 전, 본인의 모습은 어땠나요?

전문대에서 영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사진 촬영, 보정, 영상제작 등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었지만 이 분야에서는 내 재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 흥미가 떨어졌죠. 이후 편입을 준비하다가 직접 부딪혀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자막 디자인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죠. 방송에 들어가는 자막을 디자인하고 영상에 삽입하는 일이었습니다. 즐겁고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하루에 12시간 동안 근무할 뿐만 아니라 바쁜 날과 한가한 날의 기복이 심해 육체적으로 피곤했어요. 2년 간 일하면서 이 회사에서는 내 미래가 밝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게 되었죠.

그 이후에는 앞으로 뭘 할지 고민을 하면서 내면의 공부를 많이 했어요. 어릴 때 부모님이 뇌교육 명상센터를 운영하셔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연습을 많이 해서 스스로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죠.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면서 광고나 편집 디자인 계열에 흥미를 많이 느꼈는데 그 부분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난해 7월부터 지금 일하는 곳에서 앱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 벤자민갭이어 과정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제가 회장을 맡고 있는 지구시민청년연합(Young Earth Citizen Organization, 이하 이코) 서울강남1지역에서 같이 활동하는 회원의 소개로 알게 되었어요. 학창시절, 내 삶의 멘토가 정말 필요했는데 누구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할지 모르다보니 답답했죠. 근처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는데 벤자민갭이어는 멘토가 준비되어 있고, 내가 원하는 멘토를 고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부분이 정말 인상 깊어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멘토는 누구인가요?

청년모험가 이동진 씨가 제일 인상 깊어요. 미국에서 자전거종주를 하고, 몽골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영화로 찍는 다양한 도전을 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했죠. 벤자민갭이어 중앙워크숍 멘토특강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도 이런 도전을 하는 것이 두렵지만, 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선택하고 실천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 말이 저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자신의 한계를 넘고 성공한 사람을 보면 재능이 있고, 특별하니까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내가 가진 한계를 넘어설 수 있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죠. 예전에는 내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웠는데 강연을 듣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도전하는 힘이 생겼습니다.

▶ 세계시민교육 강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6월에 열렸던 벤자민갭이어 중앙워크숍에서 세계시민강사교육을 이수하고 벤자민학교 5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습니다. 처음으로 교육을 하는 자리여서 떨리기도 했지만, 강연자로 나서면서 무엇보다 내가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평소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스스로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극복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장이었죠. 더불어 지구를 사랑하고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배송희 씨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5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며 지구를 사랑하고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진=배송희 제공]
배송희 씨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5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며 지구를 사랑하고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진=배송희 제공]

▶ 강의 외에도 환경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요?

‘소‧확‧지(소소하지만 확실한 지구사랑)’라는 프로젝트 진행하고 있어요. 이코 강남1지역 청년들과 단체 채팅방을 통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은 인증샷을 올리면서 그 문화를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였죠. 최근 자원재활용법이 시행되면서 카페에서도 직원들이 텀블러가 있는지 묻거나 머그잔이나 유리잔 사용을 권장하더라고요. 그런 것을 보면서 지금부터라도 자원을 아끼고,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며 소‧확‧지 문화를 확산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침에 출근할 때 삶은 계란을 종종 싸 가는데 평소에는 일회용 비닐 봉투에 싸갔다면 이제는 무겁더라도 유리 용기에 담아가는 편이에요. 텀블러는 항상 들고 다니죠. 이런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채팅방에 올리고, 적극적으로 임한 회원에게는 포상도 진행하면서 다른 회원들의 참가도 유도하다보니 다들 적극적으로 활동합니다. 지금은 벤자민갭이어 청년들, 벤자민학교 학생들도 같이 하면서 문화를 더욱 확산시키는 중이에요.
 

배송희 씨가 기획한 '소‧확‧지(소소하지만 확실한 지구사랑)' 프로젝트. 단체채팅방을 통해 그날 자신이 지구를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인증샷을 올려 그 문화를 확산시키는 활동이다. [사진=배송희 제공]
배송희 씨가 기획한 '소‧확‧지(소소하지만 확실한 지구사랑)' 프로젝트. 단체채팅방을 통해 그날 자신이 지구를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인증샷을 올려 그 문화를 확산시키는 활동이다. [사진=배송희 제공]

▶ 벤자민갭이어를 통해 변화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어요. 예전에는 집과 회사에서 겪는 일들이 세상의 전부였지만, 이곳에서는 멘토들의 이야기도 듣고, 워크숍에서 만나는 다양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저의 영역도 확장되었죠. 내 생활 속에서 사소한 것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이뤄내다 보니 점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바빠지고 힘들 때도 있지만 성장을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성장통’이죠. 모든 경험은 돈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돈으로 바꿀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경험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이런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배송희 씨는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들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며 지금처럼 바쁜 일상을 즐긴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배송희 씨는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들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며 지금처럼 바쁜 일상을 즐긴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비전이 있다면?

누구나 다 아는 디자이너로 명성을 쌓고 싶어요. 제가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인 디자인을 통해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정신을 세상에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할 것이고요.

또, 제가 벤자민갭이어에서 이동진 멘토의 강연을 듣고 희망을 얻은 것처럼 내 성장스토리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역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