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상계초등학교(교장 이봉애) 학생들이 8시 30분 체육관에 모였다. 0교시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수련에 참가한 아이들은 김진희(47) 교사의 구령에 맞춰 유연성을 기르는 체조와 스쿼트로 준비운동을 마쳤다. 김 교사는 “허벅지 뒤쪽 근육이 발달하지 않으면 안정된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 어려워요.”라고 그 동작을 하는 이유를 틈틈이 설명했다. 오는 7월 국학기공 전국대회를 앞두고 출전 음악에 맞춰 국학기공 자세를 꼼꼼하게 잡아주고, 아이들이 의식을 어디에 집중할지 이해시키며 지도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라 산만하던 아이들도 기공 동작을 할 때는 의젓한 모습으로 집중했다.

지난 6월 5일 서울 신상계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수업시간. 김진희 교사가 아이들의 자세를 잡아주며 격려하는 모습.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6월 5일 서울 신상계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수업시간. 김진희 교사가 아이들의 자세를 잡아주며 격려하는 모습. [사진=김경아 기자]

신상계초등학교는 작년 제5회 국제국학기공대회에서 청소년부 3위 동상을 수상했고, 지난 5월 19일 서울시장기 국학기공대회에서는 청소년부 1위인 금상을 수상했다. 국학기공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너도나도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4월부터 국학기공을 시작한 장현우(12) 군은 “5월 대회에 나갔는데 떨지 않고 잘 했어요. 국학기공을 하면서 다리가 튼튼해져서 아침마다 자전거로 등교하는데 힘이 많이 생겼어요.”라며 “국학기공을 할 때는 조금 힘든데 공부할 때 기운이 나요.”라며 자랑을 했다. 윤여진(12) 양은 “국학기공을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집중력도 좋아졌어요. 국어를 특히 좋아하는데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이 잘 이해가 되요.”라며 “ 제가 7살과 8개월인 남동생이 둘을 돌보는데, 하루 종일 봐도 힘이 남아요.”라고 해맑게 웃었다.

(왼쪽부터) 서울신상계초등학교 5학년 장현우 군, 윤여진 양, 최유진 양. [사진=김경아 기자]
(왼쪽부터) 서울신상계초등학교 5학년 장현우 군, 윤여진 양, 최유진 양. [사진=김경아 기자]

최유진(12) 양은 “전 신체능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근력도 생기고 유연해졌고 다리가 무척 튼튼해졌어요. 기공을 하면서 어깨넓이 두 배로 벌리고 기마자세를 하는데 생각보다 힘들어요. 그렇지만 연습하면서 오래 버틸 수 있게 되었어요.”라고 자신의 달라진 점을 말했다. 최 양은 “수영, 스케이트, 태권도, 스키 등 많은 운동을 했는데 다른 운동은 힘이나 폐활량이 중요한데 국학기공은 집중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집중하고 있으면 손이 찌릿찌릿하고 따뜻해지면서 뭔가 몽글몽글하게 에너지가 느껴져요.”라며 기자에게 “국학기공 꼭 해보라”고 권유했다.

올해로 교직에서 23년차를 맞는 김진희 인성생활부장교사는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 국학기공 수련지도를 해왔다. 신상계초등학교에서도 올해로 4년째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0교시 희망학생들을 대상으로 국학기공 수업을 하고, 담임반 아이들은 매일 아침 수업 전에 한다. 또 작년 교사들과 함께 수련을 해본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국학기공 강사가 파견되어 학부모 평생교육동아리 활동이 올해 개설되었다고 한다.

올해로 교직생활 23년 차인 김진희 인성교육부장 교사는
올해로 교직생활 23년 차인 김진희 인성교육부장 교사는 "아이에게 수업태도를 지적하기보다 체력을 길러주는 게 필요하다."며 "아이들은 몸자세가 바르게 되면 생활태도, 수업태도가 달라지고 집중력도 좋아진다."고 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이봉애 교장은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을 도입한 계기를 “국학기공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김진희 부장선생님에 대한 신뢰 때문에 도입하게 되었다. 서울상경초등학교에서 교감과 교사로 만났는데, 그때 김 교사가 공명심이 아니라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서 자신감을 심어주는 분이란 걸 알았다.”고 했다.

김진희 교사가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을 맡아 대회에 나가 상도 받고, 그해 말 학예회 때 국학기공 시범을 보였을 때 학부모와 학생들의 박수를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 운동이 저렇게 멋있는 줄 몰랐다”는 찬사도 받았다.

서울신상계초등학교 이봉애 학교장은
서울신상계초등학교 이봉애 학교장은 "국학기공을 통해 우리 아이들 인생이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해졌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국학기공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사진=서울신상계초등학교 제공]

이 교장은 “우리 학교 아이들이 자존감이 낮고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편이다. 전교생 450명 중 150명이 복지대상 아동일 때도 있었다. 결손가정도 많아 처음 학교에 부임했을 때 의욕이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부적응 학생도 많이 개선되었는데 그 변화 속에는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이 한몫했다고 본다. 아이들이 외부 무대에 서서 마음껏 재능을 펼치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면서 성취감을 얻고 자신감이 생겼다.”며 사례를 들었다.

작년에 지각이 잦고 결석이 많던 학생은 기공을 하면서 학교생활 태도가 성실해졌고, 결석이 없어지고 지각도 많이 줄었다. 또 재작년 졸업생 한명은 발표를 거의하지 않을 정도로 소심했는데, 국학기공을 하고 난 후 중학교에 가서 학교내외 대회에도 스스로 참가하며, 친구들도 집에 자주 데려오는 등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서울신상계초등학교는 지난 5월 19일 열린 서울시장기 국학기공대회에서 청소년부 1위인 금상을 수상했다. [사진= 김진희 교사 제공]
서울신상계초등학교는 지난 5월 19일 열린 서울시장기 국학기공대회에서 청소년부 1위인 금상을 수상했다. [사진= 김진희 교사 제공]

김진희 교사도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했다. 부모님들이 생계활동에 매달리다 보니 아이들이 집에서 보살핌을 잘 받지 못하고 방임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각과 결석이 많았는데, 아침에 엄마랑 싸우고 그냥 학교 나오기 싫다고 안 나오기도 했다. 집중력 저하가 심각한 경우도 있고, 거친 말이 툭툭 튀어나오고 은연중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부임초기 상황을 말했다.

수업 중에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는데, 국학기공수련도 하고 매일 아침 20분씩 개별적으로 김 교사와 함께 하체단련을 하고 단전치기와 명상을 했다. 그러자 친구들과 계속 다투고 쉴 새 없이 욕을 하던 아이가 수업도 가능해지고 안정을 찾았다.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수업을 하는 아이들이 대회 출전을 위해 한 동작 한 동작씩 서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 [사진= 김경아 기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수업을 하는 아이들이 대회 출전을 위해 한 동작 한 동작씩 서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 [사진= 김경아 기자]

그는 “0교시에 국학기공수업을 한 날과 안한 날은 아이들의 움직임이나 태도가 다르다. 안한 날은 아이들이 책상에 늘어져 있다시피 한다. 학부모님들이 밤늦게 들어오고 새벽에 일을 나가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고 알아서 깨어 등교해야 하는데, 늦게 자는 아이, 새벽부터 게임하는 아이들도 있어 생활관리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 5분이라도 기공을 하면서 살짝 땀을 내고 나면 아이들이 허리를 바로 세우고 눈이 반짝인다.”고 했다.

김진희 교사는 “아이에게 수업태도를 지적하기보다 체력을 길러주는 게 필요하다. 아이들은 몸자세가 바르게 되면 생활태도, 수업태도가 달라지고 집중력도 좋아져 학습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며 “아이들이 국학기공을 하면서 훨씬 긍정적이고 밝아졌고, 거친 것들이 안정이 되었다.”고 변화를 말했다.

김진희 교사는
김진희 교사는 "국학기공을 하면서 성취감을 얻은 아이들은 오랫동안 그 순간을 기억한다."고 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끝으로 이봉애 교장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교실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보다 남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자신의 재능을 펼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학기공은 스포츠 활동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수련하는 과정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차분하게 집중하며 정서적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몸과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 인생을 길게 놓고 보았을 때 우리 아이들 인생이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한다. 아이들이 국학기공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며 “교장 입장에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고맙다”며 김 교사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국학기공이 학교스포츠로 정착하려면 지도할 강사가 있어야하고, 교장의 의지가 있고, 국학기공이 무엇인지 인식이 필요한 것 같다. 국학기공대회에 학교장이 참관할 기회가 있다면 더 잘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진희 교사는 “국학기공을 한 아이들이 오랫동안 그 순간을 기억했다. 졸업생들을 만나면 그 이야기를 먼저 한다. 국학기공으로 함께 공유할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