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덕초등학교는 지난해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을 도입하면서, 교내에서 유명한 말썽꾸러기 아이들까지 놀랍게 변화한 사례가 입소문으로 퍼졌다. “내년에 우리 아이도 국학기공하게 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올해 국학기공을 전교생 스포츠로 확대한 배경에는 국학기공을 도입한 학교스포츠클럽 담당교사와 국학기공 강사의 열정, 학교장을 비롯한 선생님들의 공감과 배려가 있었다. 그 주역들을 만났다.

2017년 대구광역시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부 우승을 차지한 동덕초등학교 학생들. [사진=학교 제공]
2017년 대구광역시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부 우승을 차지한 동덕초등학교 학생들. [사진=학교 제공]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 일찍 사춘기를 맞는 아이들이 있다. 동덕초등학교에는 5학년 때부터 선생님을  애먹이는 유명한 말썽꾸러기들이 있었다. 한 아이는 섣부른 마초흉내를 내며, 여자아이들에게 안 좋은 농담을 건네 질색하게 했다. 또 대장기질이 있어 말썽꾸러기들을 이끄는 아이는 뭐든 ‘싫어, 싫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

김송욱 교장은 “작년에 한 아이의 아버지가 직접 찾아와 ‘집에서 도저히 가르치려 해도 안 되니 학교에서 도와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셨다. 어떻게 저 아이들을 졸업시킬지 고민이었다.”고 했다.

대구동덕초등학교 김송욱 교장은
대구동덕초등학교 김송욱 교장은 "국학기공을 해서 인성이 좋아지겠다고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아이들의 변화를 보니 '역시 교육의 힘이 대단하다. 국학기공 하길 잘했다.'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그때 박병주(50) 교사가 국학기공을 제안했다. “재작년 대구시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참관했을 때, ‘이거면 인성교육과 학교폭력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작년 2월 창체(창의적 체험활동)수업, 동아리활동,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모두 넣자고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리고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담당교사가 되었다.”고 했다.

박 교사는 직접 박세인 국학기공 강사를 섭외하고, 6학년 학생들과 5학년 중 신청한 4명을 데리고 시작했다. 박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배웠고, 강사가 오지 않는 날에는 아이들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밤 10시, 11시에도 강사를 만나 논의했다. 손동작, 발 위치 하나하나 알려주면 0교시와 점심시간, 방과 후에 박 교사가 아이들에게 전했다.

지난해 대구동덕초등학교에 국학기공을 도입해 한 해동안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박병주 교사.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해 대구동덕초등학교에 국학기공을 도입해 한 해동안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박병주 교사. [사진=김경아 기자]

국학기공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박 교사는 “아이들이 체력은 강해지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박 강사가 국학기공을 하면서 항상 ‘사랑’ ‘함께 하기’를 강조했다. 호흡, 동작을 맞추며 아이들은 팀워크도 좋아졌고, 예절바르게 행동했다. 구부정한 자세였던 아이들이 허리를 반듯이 펴고 수업 태도가 좋다는 이야기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러던 차에 가장 말썽이 심하던 아이가 “제가 팀장하면 안되나요?”라고 요청했다. 박 교사가 이를 허락했더니, 아이는 제일 앞장서서 그 반 아이들을 이끌고 와서 좀 더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 음악편집에 재능이 있어 대회출전곡도 준비하며 적극적이었다. 말썽꾸러기들을 몰고 다니던 대장기질이 오히려 팀을 이끄는 리더십으로 바뀌었다. 또한 국학기공반 아이들 모두 연습에 매진했고, 국학기공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올해 중학생이 된 규빈이는 박 교사를 대신해 친구들 수련 영상을 찍어 국학기공 강사에게 보내기도 했다.

드디어 2017년 9월 제18회 대구광역시장기 생활체육국학기공대회에 첫 출전을 한 동덕초등학교 학생들이 초등부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발표가 나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6학년 아이들이 펑펑 울었다. 팀장인 아이가 소감을 말할 때, 선생님들도 울컥했다고 한다. 박 교사는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리는데 깜짝 놀랐다. 돌아보면 국학기공대회 출전준비하고 우승하는 과정에 희로애락이 다 있었다.”고 했다.

대구광역시장기 생활체육 국학기공대회와 대구광역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동덕초등학교 학생들. [사진=학교 제공]
대구광역시장기 생활체육 국학기공대회와 대구광역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동덕초등학교 학생들. [사진=학교 제공]

그 이후 대구광역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 국학기공부 우승, 중구청장기 대회 초등부 우승을 차지했고, 전국대회에도 출전했다. 12월에는 교육감 표창까지 받았다. 아이들의 성취감은 대단했고, 국학기공 선수라는 자긍심도 컸다.

김 교장은 “제일 애를 먹이던 아이가 제일 앞장서서 한 팀을 이끄는 리더가 되었다. 친구들에게 ‘이번에 우승하면 내가 통닭을 산다’며 격려했다. 올해 2월 그 아이를 졸업시키는데 ‘드디어 이 아이가 졸업하는 구나’ 하는 마음에 감격스러웠다. 부모님께도 감사인사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사실 국학기공을 해서 아이들 인성이 좋아지겠다고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변화를 보니 ‘역시, 교육의 힘이 대단하구나. 국학기공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동덕초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에서 국학기공을 지도한 박세인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동덕초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에서 국학기공을 지도한 박세인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박세인 강사는 “박병주 선생님이 정말 열정적이다. 학교에 장소가 부족한데 언제든지 오면 바로 수련할 수 있도록 교실 책상을 밀거나 복도를 정리하든 장소를 마련해놓고, 아이들은 준비시켜 주었다. 또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의 협조를 구해주었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하다보면 시간이 부족할 때가 있는데, 선생님들이 배려해 주었다.”고 했다.

박 교사는 오히려 다른 교사와 학교장에게 공을 돌렸다. “다른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들이 ‘몇 시까지 강당으로 가라’하면 그만인데, 선생님들이 와서 아이들 응원하며 관심을 주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은 뭐든 의논만 하면 다 도와주었다.”고 했다.

김 교장은 “이건 다 박 교사와 박 강사의 공”이라며 “작년에 예산이 부족해서 강사에게 ‘올해는 강사료를 충분히 드리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박 강사는 주2회 뿐 아니라 짬짬이 15분이던 20분이던 시간을 내서 지도해주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올해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담당을 맡은 김상규 교사는
올해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담당을 맡은 김상규 교사는 "매일 매일 아이들의 행동변화를 보았다. 올해는 지난해의 영광을 이어받아 많은 대회에 출전해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심어주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사진=김경아 기자]

박병주 교사에 이어 올해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을 맡은 김상규 교사는 “작년에 가장 말썽 많았다는 그 아이가 우리 반이었다. 교장선생님께 무사히 졸업시키라는 특명을 받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도 어려워 고민이었다. 국학기공을 한다기에 과연 되겠나 하다 생각을 바꿔 해보자 했다. 매일 매일 행동변화를 눈여겨보니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국학기공이 있어 행동변화가 와서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지 않았나 한다.”고 했다.

올해 김 교사는 대구광역시 중구청 지원사업에 응모해 ‘신나는 토요스포츠클럽’교실을 추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올해 계획에 관해 “우선 작년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기에 올해는 소수의 엘리트체육이 아니고 전교생 인성함양 교육으로 하는 것이 첫 번째 방향이다. 두 번째는 지난해의 영광을 이어받아 많은 대회에 출전해 학생들에게 성취감을 심어주겠다. 청소년기 성취감을 심어주는 것은 아이의 삶에서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박병주 교사는 “주변 학교에서 학교스포츠클럽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관심과 문의가 많다. 잘 하려면 국학기공을 교육과정에 넣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학교는 동아리활동, 창체시간, 0교시 수업 등을 다 활용했다.”며 “교육과정 따로,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따로 이렇게는 잘 할 수 없다. 현재 시스템에서 반영할 수 있는 교육과정에 다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