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아래 화사한 꽃들이 피어난 학교 운동장에 학생들이 모여든다. 0교시 수업을 하기 위해서다. 0교시에 어떤 수업을 하길래 운동장으로 모이는 걸까? 전교생 200명이 다 자기의 자리를 잡아 서자,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작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도 학생들은 능숙하게 동작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동작이 아니다. 학생들의 손과 팔과 다리의 부드러운 동작에서 기운이 느껴지고, 그들의 시선은 자신의 손끝을 무심하게 향한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평온해진다.

학생들의 마음은 어느새 자신의 몸 안에, 아니 더 깊숙한 내면으로 향한 듯하다. 그들에게서 신라 화랑들이 수행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우연일까? 국학기공 단공 대맥형의 정적인 동작과 역동적인 동작들이 호흡과 기운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편안하게 숨을 내쉬며 마무리 동작을 할 때 학생들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기분 좋은 미소가 번진다. 0교시 마친다는 선생님의 신호와 함께 학생들의 말과 웃음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채운다. 오늘도 신나는 학교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대구논공중학교 학생들이 0교시 수업으로 국학기공 수련을 하는 모습. [사진=학교 제공]
대구논공중학교 학생들이 0교시 수업으로 국학기공 수련을 하는 모습. [사진=학교 제공]

대구시 남쪽에 농촌과 공단이 이웃한 달성군의 논공중학교. 전교생 200여 명의 논공중학교에는 학교폭력과 기초학력 미달이 없어진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2016년에 학교스포츠클럽으로 국학기공을 시작하고부터다. 점심시간 국학기공은 학교폭력 제로를 가져왔고, 0교시 국학기공은 학력미달 제로에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논공중학교는 2016년~2017년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폭력 제로, 학력미달 제로’ 인정을 받았다.

국학기공은 대한체육회의 정식 스포츠 종목이고, 올해 교육부가 인정한 학교스포츠클럽 정식종목이다. 민족 고유의 선도에서 나온 심신 수련을 위주로 한 생활체육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고, 특히 청소년들의 덕체지德體智 함양에는 안성맞춤이다. 국학기공효과에 대한 소문을 접한 초‧중‧고에서는 학교스포츠클럽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국학기공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전 세계 17개국에서 동호인들이 생활 스포츠로 즐기고 있고, 매년 국제대회도 열린다.

2017년 10월 22일 열린 제5회 국제국학기공대회 본선에서 청소년부 금상을 수상하는 대구논공중학교 학생들. [사진=대한국학기공협회 제공]
2017년 10월 22일 열린 제5회 국제국학기공대회 본선에서 청소년부 금상을 수상하는 대구논공중학교 학생들. [사진=대한국학기공협회 제공]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논공중학교는 확실히 그 구슬을 꿴 것이다. 논공중학교는 작년에도 학교폭력 제로와 학력미달 제로 학교가 되었고, 5개 전국규모대회에서 우승과 대상을 차지하면서 지역 언론은 물론 전국 방송에까지 나와 명실상부한 국학기공의 선도적 유명한 학교가 되었다.

그동안 논공중학교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서 학교를 방문했다. 학생의 얼굴이 밝고 학교에는 활기가 넘친다. 윤 교사의 안내로 교장실로 향하는데 마주치는 학생들이 활기찬 목소리로 두 손을 모으고 공수인사를 한다. 윤 교사는 국학기공을 실시한 이후 자연스럽게 공수인사가 생활화되었다고 했다. 현관에 ‘학교폭력 제로, 기초학력 미달 제로’ 인증패가 붙어 있다. 그리고 로비 한쪽에는 논공중학교 국학기공팀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상장들이 진열되어 있다.

대구논공중학교는 2016년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하면서 대구광역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폭력 제로, 기초학력미달 제로 학교로 인증받았다. [사진=김경아 기자]
대구논공중학교는 2016년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하면서 대구광역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폭력 제로, 기초학력미달 제로 학교로 인증받았다. [사진=김경아 기자]

정병국 교장이 논공중학교에 부임해서 1년 6개월 만에 학교폭력 제로, 기초학력 미달 제로가 된 것이다. 논공중학교를 행복학교로 만들고 싶은 정 교장의 꿈은 국학기공으로 학생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정 교장은 그간 학교가 이룬 성과를 담당교사의 열정과 학생들의 노력, 그리고 대구시국학기공협회의 지원으로 공을 돌린다. “교장이 하고 싶어도 실제로 손발이 될 수 있는 담당 선생님이 열정적으로,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담당교사가 관심과 지도능력이 우선 있어야 하고, 거기에 학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모든 학교에는 학교스포츠클럽 지도교사, 체육교사, 학생안전부장이 다 있지만, 우리 학교만큼 하는 데가 없어요. 고맙게도 대구시국학기공협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어요. 우리 학교가 국학기공 하면서 언론에도 많이 나오고 학교홍보가 많이 되었어요. 아이들도 1주일에 한 번 전교생이 모여서 하는데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데도 싫어하지 않아요. 국학기공으로 정신수양과 인격수양이 되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학생들의 몸이 건강해 지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동료의식이 생기니까 교육적으로 아주 좋습니다.”

대구논공중학교 정병국 교장 [사진=김경아 기자]
대구논공중학교 정병국 교장 [사진=김경아 기자]

그래도 학교스포츠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장의 의지다. 대부분 학교의 교장은 0교시에 독서를 하거나 중요 과목 공부를 더 하기를 바란다. 0교시의 체육활동이 학생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집중력 향상과 학업 성적에 도움이 된다는 국내외 연구가 많이 나와도, 이를 실행하는 학교는 적다. 그런데 정 교장은 0교시를 학생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내주고, 함께 국학기공을 한다. 몸소 실천하는 교장의 모습에 화답하듯 교사도 함께 하고, 학부모도 호응하고 있다.

“저도 함께 공연할 기회가 있어서 학생에게 국학기공을 배웠어요. 오늘 아침에도 학생들 따라 하는데, 정신을 바짝 차려서 해야지 조금만 실수해도 그다음이 잘 안됩니다. 학생들은 어리고 유연해서 습득력이 빨라요. 1학년은 입학한지 얼마 안 되어도 금방 따라 합니다.

오늘 아침 회의 때도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했어요.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스트레스가 많아요. 성적에 대한 고민이 제일 크고, 그다음이 교우관계입니다. 요즘 대부분 외동이고 형제자매가 적으니까 사회성이 떨어져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교에 오면 행복하고 학교가 오고 싶어져야 해요. 그러려면 학교에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어야 합니다. 제 전공은 과학이지만, 예체능 과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체육은 정신과 육체의 건강이 연결되는 거라 중요해요. 국학기공을 하면서 아이들 표정이 많이 밝아졌어요. 학부모도 좋아하세요. 그래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참여하고 있어요.”

이렇게 국학기공으로 한마음이 된 학교는 작년 10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5회 국제국학기공대회 개막제에서 초청공연을 펼쳤고, 다음날 국제대회 본선에서는 청소년부 금상을 받았다. 정 교장은 그때의 감동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10월 전 세계 13개국 1만2천 명이 모인 제5회 국제국학기공대회 개막제에서 시범공연을 하는 대구논공중학교 학생들. [사진=강나리 기자]
지난해 10월 전 세계 13개국 1만2천 명이 모인 제5회 국제국학기공대회 개막제에서 시범공연을 하는 대구논공중학교 학생들. [사진=강나리 기자]

“개막제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13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을 보고, 세계인이 함께 국학기공을 즐긴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개막식에서 우리 학교의 사례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가고, 학생들이 1만 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할 때는 정말 감동했습니다. 학생들이 많은 대중 앞에서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공연을 했는데, 인생에서 그런 경험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입니까? 아이들이 무대에 서서 많은 사람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공연하고 인사말을 하면서 큰 자신감을 느끼게 되었어요. 평생 학생들의 기억에 남을 겁니다. 국제대회에서 금상 수상을 해서 받은 상금으로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파티를 했습니다. 자기 자신과 국학기공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졌습니다. 그런 열기가 올해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새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정해진 날짜에 전교생이 하고 있습니다.”

정 교장은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교육이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교육자로서 소신을 담아 논공중학교에서 시행하는 교육방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대구논공중학교 국학기공팀이 국제대회 및 전국대회 등으로 수상한 상패들을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담당 윤성혁 교사가 안내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대구논공중학교 국학기공팀이 국제대회 및 전국대회 등으로 수상한 상패들을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담당 윤성혁 교사가 안내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국학기공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된 끼와 소질을 계발하고, 학업에 억눌린 감정을 바람직한 방법으로 풀어냄으로써, 스트레스 해소와 학교폭력 예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활동이기에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해 줄 수 있는 행복과 즐거움이 가득한 학교문화가 조성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을 길러내는 논공중학교의 심신단련 프로그램은 학교 구성원 모두의 참여 속에서 학교 교육의 참된 가치를 찾고 만들어가는 진정한 교육의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은 홍익인간 양성에 있다고 교육기본법 제2조에 명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자라면 누구나 마땅히 실현하고 실천해야 할 교육이념이다. 대구 논공중학교는 교장과 교사, 학생과 학부모가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한마음이 되었다. 예부터 고조선의 천지화랑, 고구려의 조의선인, 신라의 화랑의 수행전통을 현대화한 국학기공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홍익인간의 정신을 체율체득하고 있었다. 인성과 체력, 집중력과 창의성을 고루 갖춘 건강하고 행복한 청소년이 자라나는 홍익인간 학교의 모델이 되기 위한 논공중학교의 실험은 대한민국 교육과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 계속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