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에서 높은 곳,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포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학교가 있다. 하나의 교문으로 들어가면 감포중학교와 감포고등학교가 함께 있다. 중고 합해 전교생 80명의 작은 학교다. 이 학교에 감포 갈매기가 다닌단다. ‘감포에서 세계로 비상하는 감포 갈매기’는 2년 연속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수상한 이 학교의 국학기공팀 이름이다. 감포갈매기를 만나기 위해 전준식 담당교사의 안내를 받아 학교를 방문했다.

경주 감포중학교 감포고등학교 이창석 교감은 국학기공이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 행복한 학교문화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며 부임한 후 3년 동안 학교폭력이나 문제가 발생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경주 감포중학교 감포고등학교 이창석 교감은 국학기공이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 행복한 학교문화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며 부임한 후 3년 동안 학교폭력이나 문제가 발생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학교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을 마치고 오후수업이 막 시작된 학교는 조용했다. 지난 3년 동안 학교스포츠클럽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온 이창석 교감 선생님을 만났다. “우리 학교는 자연경관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착실하고 성실해서 학교폭력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순수하고 마음이 따뜻해서 인사를 잘 합니다. 인근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예산지원을 받는 덕분에 우리 학생들은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배어 나온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전준식 선생님 혼자서 학교스포츠클럽을 지도합니다. 배드민턴, 배구, 국학기공, 세 종목을 하고 있지요. 국학기공과 배드민턴은 경북 최고이고, 전국에서도 유명합니다. 국학기공을 통해서 학생들이 몸과 마음이 조화롭고 균형적으로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학기공은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가 되고, 행복한 학교문화가 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교감 선생님은 이 학교에 부임해서 3년 동안 학교폭력이나 문제가 발생한 일이 없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감포중학교 3학년 김소정(왼쪽), 김도희 학생은 국학기공을 하면서 자신감과 자부심이 많이 생기고, 친구들과 더욱 친해졌다. [사진=김경아 기자]
감포중학교 3학년 김소정(왼쪽), 김도희 학생은 국학기공을 하면서 자신감과 자부심이 많이 생기고, 친구들과 더욱 친해졌다. [사진=김경아 기자]

“작년에도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 나가서 고등학교는 전국 1위, 중학교는 전국 3위의 실적을 냈습니다. 그리고 교육청의 관리자 연수에서 우리 학생들이 국학기공 공연을 했습니다. 시골 학생들이 처음 무대에 서면 어려워하고 부끄러워하는데 대회에서 수상하고, 시범공연을 하면서 자신감과 자부심이 커진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정말 큰 교육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교감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성적보다는 자기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서 멀리 보고 꿈을 찾아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침 기자가 학교를 방문한 날이 민방위(지진대피) 훈련이 있던 날이었다. 감포읍은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 때 크고 작은 지진을 겪었다. 경주지진 때 학교건물에 손상이 있었고, 학교를 지진대피소로 활용해야 해서 최근까지 보강공사를 했다. 벽면에 구조물로 보강한 학교를 보니 마음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민방위 훈련이 사이렌 소리 요란한 훈련이 아니라 마치 실전처럼 느껴졌다.

어른들은 아이들은 금방 잊어버리고 잘 지내는 것 같다고 하지만, 대화를 해보니 학생들은 그때의 공포와 놀람을 생생히 기억했다.  지진 이후에 학생들은 복도를 쿵쾅거리며 뛰어다니지 않는 것을 자체 규율로 정했다. 위층에서 아이들이 뛸 때 울리는 것이 마치 여진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또 전에는 여진을 아이들이 복도를 뛰어다녀 생긴 흔들림과 울림으로 착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지진을 겪은 아이들에게는 꼭 심신을 안정시키는 명상을 포함한 국학기공 수련이 필요할 것 같았다.

먼저 중학교 감포 갈매기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학교 3학교 김소정 학생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간호사가 되고 싶단다. “국학기공을 하면서 선배들이랑 아주 친해졌어요. 가르침도 받고, 한 팀으로 서로 도와주고 맞춰가다 보니까 정말 하나가 되었어요. 학교대표로 대회에 나가면서 자부심도 생기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다른 스포츠는 서로 적이 되어 경쟁하고 이기려고 하는데, 국학기공은 팀이 되어서 하나로 움직이니까 좋아요. 또 일반스포츠는 몸에 집중하는데 국학기공은 몸의 기운을 느끼라고 해서 정신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신집중이 잘 되고 스트레스가 잘 풀려요.”

경주 감포중학교 감포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을 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경주 감포중학교 감포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을 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방탄소년단을 좋아해서 유튜브 영상을 즐겨보다가 영상편집자가 되고 싶어졌다는 3학년 김도희 학생은 낯가림과 수줍음이 많다. “우리 학교에는 국학기공과 다른 학교스포츠클럽, 그리고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많아서 좋아요. 주위에서 표정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말씀하세요. 국학기공을 하면서 친구와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많이 편안해 졌어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이날 7교시에 실시하는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수업은 고등학교 선배들이 중학교 전교생에게 ‘나라사랑 기공’을 시범보이고 동작을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체육관 보강공사가 얼마 전에 마무리되어, 이번 학기에는 첫 수업이라고 한다. ‘애국가’ 리메이크곡에 맞추어 ‘나라사랑 기공’ 시범을 보이는 고등학교 선배들의 모습은 진지하고 멋있었다. 좁은 교실에서 넓은 체육관으로 오니 기분이 좋아서인지 장난과 대화를 멈추지 않던 중학생들도 점점 진지해졌다. 그리고 선배들을 따라 하며 제법 자세를 맞추어 갔다. 입학 한지 얼마 안 된 1학년 학생들도 분위기에 동화된다.

전국 1위를 자랑하는 고등학교 갈매기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냥 보기에도 다부지고 튼튼한 몸을 가졌고, 눈빛은 선하고 강했다. 자신감과 꿈을 가진 눈빛이다. 전교 회장 3학년 안정식 학생은 국학기공을 하면서 집중력과 인내심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기마자세로 몇 분간 있어야 하니까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대회연습도 하고 대회에 나가면서 계속 허벅지가 단련되니까 지금은 거뜬해요. 원래 제가 집중력이 안 좋아서 수업시간이 멍하니 있고 공부에는 5분도 집중을 못 했는데요. 요즘은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필기도 안 놓치고 밑줄도 잘 긋고요. 친구들끼리 친하고 선후배 사이도 좋아졌어요. 단전에 힘이 들어가니까 자신감이 상승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대회 준비할 때는 우리끼리 약속해서 한 시간 일찍 등교해 연습하고, 수업 마치고도 모여서 연습해요. 자율적으로 해요. 나라사랑 기공을 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어요. 우리나라도 작고 우리 학교도 작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우리 학교도 전국 1위를 하잖아요. 저는 체육 교사가 되고 싶어요. 전준식 선생님처럼 체육활동 지도를 통해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요.”

감포고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팀 (시계방향으로) 안정식, 김윤정, 유위철, 김민경 학생 [사진=김경아 기자]
감포고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팀 (시계방향으로) 안정식, 김윤정, 유위철, 김민경 학생 [사진=김경아 기자]

김윤정 학생(고3)은 야무지고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 정말 무엇을 해도 잘 할 것 같다. “평소에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는데, 국학기공 수련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 함께하니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겼어요. 대회에 나가 사람들 앞에 설 때 느끼는 떨림이나 여러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요.

저는 원래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려고 했어요. 근데 국학기공을 하고부터는 앉아서 무언가 집중하는 것이 편안하고 하나를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시작하면 끝을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사람을 처음 만나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필요한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을 잘 해요. 건축이나 영업 분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인데요. 경주에서 왔다고 하면 다른 학교를 생각하지 우리 학교를 생각하지 않아요. 작은 학교라 약간 무시하는 눈치가 와요. 그럴 때 화가 나야 하는데 ‘괜찮아. 어차피 우린 잘 할 거니까.” 하는 자신감이 생겨요. 저희 팀의 가장 큰 자랑은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게 가장 큰 자랑이에요.”

장차 해양사업 CEO가 되고 싶다는 유위철 학생(고2)은 “중학교 2학년 때 전준식 선생님을 만나서 국학기공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 국학기공 주장을 맡아서 전국대회에 나가서 3등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엄청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삶의 목표를 분명히 갖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우정도 돈독해지고 맑은 정신으로 일과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국학기공 하기 전에는 수업 마치는 종 치기만을 기다렸는데, 요즘은 수업시간 45분 동안 선생님 말씀에도 집중이 잘 돼요.”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경주 감포고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팀 학생들이 교정에서 국학기공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경주 감포고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팀 학생들이 교정에서 국학기공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김민경 학생(고2)은 예의가 바르며, 티 안 내고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잘 도와준다며 옆에서 칭찬한다. “저도 비슷한데요. 국학기공은 처음 보는 거라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했는데, 하니까 몸도 마음도 좋아지고 많이 가벼워졌어요. 친구들처럼 수업에도 잘 집중하게 되었고요. 우리 학교에서는 폭력을 본 적이 없어요.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믿어주고 이끌어 주고 도와주세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는데 편찮으실 때가 많아서 앞으로 응급구조사가 되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전교생 40명! 정말 작은 학교다. 전교생이 다 함께 국학기공을 하고, 대회에는 그 절반 학생이 선수로 나가는 학교다. 최근에 선수 인원이 제한되기 전까지는 전교생이 모두 선수로 나갔다고 한다. 국학기공으로 학생들의 인성이 밝아져서 학교폭력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좋아져서 학업성적이 올라간 학교의 사례는 많다. 그런데 감포 갈매기들에게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경관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감포중학교 감포고등학교. 수려한 자연 속에서 국학기공을 통해 학생들이 몸과 마음이 조화롭고 균형 있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경관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감포중학교 감포고등학교. 수려한 자연 속에서 국학기공을 통해 학생들이 몸과 마음이 조화롭고 균형 있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정말 감포의 작은 바다에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비상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꿈이 ‘뭔가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자신이 성장하면서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홍익하고 싶은 것이다.

감포 갈매기는 착하고 순수하면서 강하다. “아이들이 ‘나라사랑 기공’ 동작 하나하나를 연결하면서 그 스토리가 자신의 성장과 삶의 목표와 연결되는 것 같다”고 한 전준식 선생님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서 확인했다.

취재를 마치고 교정에 서서 감포 앞바다를 바라본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학교라고 자랑할 만하다. 근데 경관보다 아름다운 것은 감포 갈매기들의 눈망울이다. 감포 바닷가에서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갖고 세계로 비상을 준비하는 홍익갈매기가 좋은 선생님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