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되는 입춘에는 톡 쏘는 매운맛의 산갓으로 담근 산갓물김치, 초록이 싹트는 우수에는 겨울철 노지에서 자란 연한 봄동으로 담근 봄동겉절이…(중략)…추위가 극심한 대한에는 쌉쌀한 맛의 산더덕으로 담근 더덕김치” 우리나라에는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 24절기마다 담는 김치가 있었다.

사시사철 24절기마다 우리 땅에서 나는 각종 채소와 나물, 과일 등을 활용한 김치가 있었다. 닥종이로 만든 '구닥다리의 김장하는 날'. [사진 강나리 기자]
사시사철 24절기마다 우리 땅에서 나는 각종 채소와 나물, 과일 등을 활용한 김치가 있었다. 닥종이로 만든 '구닥다리의 김장하는 날'. [사진 강나리 기자]

자연에서 온 소재에 한국인의 지혜가 더해져 시간이 완성하는 김치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박물관이 서울 인사동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뮤지엄 김치간은 1986년 처음 개관해 김치의 역사와 가치, 한국인의 정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박물관으로, 2015년 CNN이 뽑은 ‘세계 11대 음식박물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마루 본관 4~6층에 자리한 뮤지엄 김치간. [사진 뮤지엄 김치간 제공]
서울 종로구 인사동마루 본관 4~6층에 자리한 뮤지엄 김치간. [사진 뮤지엄 김치간 제공]

CNN이 선정한 세계11대 음식박물관 중 하나, 뮤지엄 김치간

서울에서는 유일한 김치박물관인 이곳은 인사동마루 본관 4층에서 6층 사이 공간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계절 김치를 직접 담아 보고 자신의 김치를 가져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맛있게 잘 익은 김치를 ‘아삭아삭’ 씹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김치로드 등 흥미로운 관람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어린이와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다.

상고시대 이후 시대별 김치의 변천사를 알 수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상고시대 이후 시대별 김치의 변천사를 알 수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4층 메인 전시관에는 신라시대 법주사에 거주하던 승려들을 위해 사용된 김칫독 유물 사진, 동국이상국집 등 각종 문헌, 사진에 등장하는 김치 이야기를 통해 시대별 김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상고시대 절임채소에서 ▲5~6세기 짠지, 장아찌 형태의 삼국시대 김치의 문화 ▲12~14세기 물김치, 양념김치 등 독자적 형태로 분화된 고려시대 김치 ▲15~16세기 젓갈을 사용한 섞박지가 만들어진 조선초 김치 ▲17~18세기 고추를 사용해 붉은색으로 물든 조선 중기 김치 ▲20세기 김치의 최고봉, 통배추김치와 쌈김치가 등장한 조선 후기 이후 김치까지 시대별로 소개했다.

플레이테이블 등 첨단장비로 김장, 부뚜막 불 붙이기 등 다양한 가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플레이테이블 등 첨단장비로 김장, 부뚜막 불 붙이기 등 다양한 가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공동체문화인 김장을 이해하는 플레이테이블, 부뚜막 불붙이기, 계절밥상 차리기 등 가상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게임처럼 즐기며, 난방과 요리를 겸한 부뚜막 문화와 한국인의 밥상에서 김치의 역할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

또한, 명태 아가미를 넣은 서거리지, 동치미인 듯 배추김치인 듯한 반동치미처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김치들도 만날 수 있다. ‘과학자의 방’에서는 1g에 1억 마리의 유산균이 포함되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유산균을 함유한 발효음식 김치를 과학으로 접근해보고 현미경으로 유산균을 관찰할 수도 있다.

독특한 우리의 김치들. (시계방향으로) 배추를 함께 넣어 담그는 깍두기, 열무얼갈이김치, 동치미, 반동치미, 명태 아가미를 넣은 서러리지. [사진 뮤지엄 김치간]
독특한 우리의 김치들. (시계방향으로) 배추를 함께 넣어 담그는 깍두기, 열무얼갈이김치, 동치미, 반동치미, 명태 아가미를 넣은 서러리지. [사진 뮤지엄 김치간]

계단을 밟을 때마다 아삭아삭 소리로 김치의 맛까지 느껴볼 수 있는 김치로드를 따라 5층에 오르면 닥종이 인형들로 재현한 ‘구닥다리의 김장하는 날’이 떠들썩한 김장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영상관에서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김치 담그기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잘 익은 김치를 씹는 '아삭 아삭'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김치로드. [사진 강나리 기자]
잘 익은 김치를 씹는 '아삭 아삭'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김치로드. [사진 강나리 기자]

특히, 뮤지엄 김치간에서 새롭게 선보인 ’김치의 사계(四季)‘ 전시를 볼 수 있다. 봄의 첫 절기인 입춘부터 겨울의 마지막 절기 대한까지 24절기마다 그 시기에 필요한 영양을 자연에서 얻어 김치를 담가 먹던 선조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당초 2015년 서울 강남 코엑스몰에서 인사동으로 이전 5주년을 기념해 2020년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기획되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비로소 공개했다.

한국인의 놀라운 창의성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김치의 사계' 전시. [사진 강나리 기자]
한국인의 놀라운 창의성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김치의 사계' 전시. [사진 강나리 기자]

또한, 전시관 한 켠에 마련된 ‘김치움’에는 서늘한 김치냉장고의 환경에서 한국의 각종 김치를 담은 유리병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김치와 닮은 절임 채소들의 실물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 김치 중에도 오렌지 동치미처럼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김치도 있다.

한국의 김치와 세계 곳곳의 절임채소 실물을 전시한 '김치움'. [사진 강나리 기자]
한국의 김치와 세계 곳곳의 절임채소 실물을 전시한 '김치움'. [사진 강나리 기자]

딸기, 샤인머스켓으로 담근 김치 ‘요즘 시대의 김치’로 정의

안내를 맡은 뮤지엄김치간의 노지연 씨는 “요즘은 딸기나 샤인머스켓으로도 김치를 만들죠. 세계김치연구소(광주광역시)에서도 어디까지 김치로 볼 것인지 내부적으로 논의가 많았는데 이제는 양념의 종류에 따라서 젓갈이 들어가 2차 발효가 일어난 것을 김치라고 하고, 새로운 과일을 이용한 김치들도 요즘 시대의 김치라고 보자고 정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치를 직접 담가 가져갈 수 있는 쿠킹클래스 '어린이 김치학교' 등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진 강나리 기자]
김치를 직접 담가 가져갈 수 있는 쿠킹클래스 '어린이 김치학교' 등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진 강나리 기자]

한편, 6층에는 쿠킹클래스인 김장마루와 종이로 김치와 김장 문화를 표현한 페이퍼아트, 그리고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김장문화의 가치를 알려주는 아트월 등이 있다. 김치맛보는 방이 있지만 코로나19이후 운영하지 않는다.

뮤지엄김치간은 1986년 중구 필동에서 처음 문을 연 이후 1987년 풀무원에서 인수해 강남 한국무역센터 단지, 강남 코엑스몰, 인사동으로 이전하면서 36년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