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치는 반찬이지만 밥상 위에서 하나의 완결된 음식으로 발전했고, 중국의 파오차이는 음식에 넣는 식재료로 발전했다.” 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책임연구원은 한국 김치와 중국 파오차이가 서로 다르게 발전한 근본적인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김치는 하나의 완결된 음식으로 발전했다. 다양한 한국의 김치들. 사진 Pixabay 이미지.
한국의 김치는 하나의 완결된 음식으로 발전했다. 다양한 한국의 김치들. 사진 Pixabay 이미지.

그는 채소절임의 계보와 관련해 단계를 기원전 ‘원시절임’, 1~3세기 ‘발효절임’, 14~15세기 김치의 독자적인 특성이 드러나는 ‘가미 발효절임’과 17~18세기 ‘가미복합 발효절임’ 총 4단계로 구분해 김치의 분화 과정을 설명했다.

고농도의 소금으로 식재료를 저장하는 원시절임은 인류 보편적인 문화이다. 그러다 사람이 적극 개입하기 시작한 발효절임 시기부터 한국과 중국은 각자의 노선을 걸었다.

두 나라의 발효절임 문화의 차이는 중국 최초의 농서인 《제민요술》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국에서는 발효 기술이 적용된 식초와 술, 술지게미, 백반白斑을 활용한 절임법 위주로 발전했고, 이때 중국의 채소절임은 산미가 매우 높았다. 젖산에 비해 유기산과 초산의 함량이 높았는데 오늘날 중국의 채소절임과 큰 차이가 없다.

고대 한국의 채소 절임에는 식초와 술, 술지게미 등을 활용한 흔적이 없다. 한국에서는 중국과 달리 소금과 장醬을 절임원으로 하는 발효법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같은 시기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콩을 소금에 발효시킨 두장豆醬을 절임원으로 하는 채소절임이 주류를 이루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이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전반기까지 간장 또는 된장에 절인 오이, 속성 장아찌인 즙장, 짠지나 동치미 등 무김치가 주류를 이루었다.

채소절임의 계보와 김치의 분화과정. 자료 박채린, 2021, '김치 독자성의 근거와 형성 과정에 대한 고찰'(한국식생활문화학회회지).
채소절임의 계보와 김치의 분화과정. 자료 박채린, 2021, '김치 독자성의 근거와 형성 과정에 대한 고찰'(한국식생활문화학회회지).

그러다 14~15세기 동물성 발효식품인 젓갈을 사용해 짠맛, 신맛 외에 ‘맛있는 맛’, 즉 감칠맛을 가미하면서 김치는 채소절임 단계에서 벗어나 독자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맛과 영양 면에서 획기적으로 강화된 것이다.

여기서 17~18세기 젓갈과 고추, 마늘, 생강, 파, 갓, 미나리 등 향신채소를 그대로 버무린 복합양념 ‘김칫소’를 개발하면서 ‘가미 복합 발효절임’으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김치의 맛과 시각적 차별점을 부여하는 젓갈과 고추는 생채소의 비린 향을 줄이면서 발효의 맛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두었다.

동물성인 젓갈과 육수, 해물, 식물성인 해조류, 견과류, 과일, 버섯, 채수로 ‘가미 발효’를 한데다가 전용 양념인 김칫소를 확립해 ‘복합발효’를 이룬 것이다.

“우리가 김치를 제대로 모른다. 김치와 역사 흐름에 관심 가져야”

한국의 식사 방식은 시간 순으로 차례로 먹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음식을 완성해 한 상에 차린 뒤 먹는 ‘한상차림’ 구조이다. 또한, 난방을 겸하는 아궁이 불로 조리해야 하므로 구조상 뭉근한 불에 오랜 시간 익힌 음식이나 가급적 불을 사용하지 않고 미리 장만해 바로 상에 올릴 수 있는 밑반찬 문화가 발달했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두었다가 보시기에 담기만 하면 되는 김치, 장아찌, 젓갈이 사랑받게 되었다.

이런 한국의 식문화에서 별도로 가열하거나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완결된 맛을 지닌 김치는 한국 상차림에 최적화된 음식이었다. 김치를 이용한 김치찜, 김치찌개 등이 파생되었지만, 김치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음식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만드는 이의 입장에서 맛있다고 생각되는 재료를 최대한 첨가해 함께 발효시키는 과정이 중요했고, 그 결과 ‘가미 복합 발효절임’단계로 이행은 필연이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절임 채소를 다시 볶거나 요리 재료로 활용하는 식문화 특성상 조리 단계에서 맛을 상승시키기 위한 가미가 이루어지므로, 그 이전인 채소절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미를 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중국의 채소 절임은 발효절임법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박채린 책임연구원은 “이는 두 나라의 식문화 차이일 뿐이다. 김치의 특이성을 설명하기 위해 단계별로 구분한 것이지, 우열을 나누거나 채소절임의 진화 방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국이 김치의 기원을 물고 늘어지는 속내를 밝히고 우리가 김치와 역사 흐름에 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 본인 제공.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국이 김치의 기원을 물고 늘어지는 속내를 밝히고 우리가 김치와 역사 흐름에 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 본인 제공.

또한, 박 책임연구원은 인터뷰에서 “한중간 문화충돌 상황에서 감정적 대응보다 차분하게 논점이 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라며 “무엇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까이 접하다 보니 김치를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잘 모른다. 그래서 조목조목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치와 역사 흐름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이번 논문의 취지를 밝혔다. 

지난 2013년 12월 한국의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또한 미국의 여러 주 정부에서도 한국의 법정기념일인 '김치의 날(11월 22일)'을 공식기념일로 지정했으며, 채택 선언문에 김치종주국이 한국임을 밝혀 한국의 김치 종주국 입지는 국제적으로 한층 공고해졌다. 

중국은 2021년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맞아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향후 주요 정책으로 '문화강국'을 표방하고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해 향후 한중 문화충돌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채린 책임연구원은 "중국이 김치 기원을 물고 늘어지는 속내는 종묘 및 종묘제례악, 유교 책판, 서원 등 정작 유교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잊힌 유교 문화를 한국이 유네스코에 등재한 것에 대한 경각심이 녹아있다"며 "김치종주국 논란은 단지 음식문화나 역사 논쟁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역사적 근거에 기반한 김치의 변천 과정을 확고히 정립하면서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1편 발효음식의 미학 ‘김치’, “음식도, 생각도 발효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