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

한국인을 한국인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 국학이다. 달리 말하면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학문이 국학인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는 한국이라는 국명 속에 숨겨진 한국인의 정체성을 살펴보았다면 이번 칼럼에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두 번째 소재로 애국가를 선정해 보았다. 예전에는 행사가 있는 곳이라면 국민의례라고 해서 국기에 대한 맹세와 애국가를 부르는 의식을 행해 왔었다. 요즈음은 국가 기념일 행사가 아니라면 국민의례는 거의 하지 않거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 같다.

국민의례는 사실 국민으로서 국가에 복종케 하려는 의도가 있었고 전체주의적 관점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자발적으로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본 칼럼을 통해 그 과정을 되살려 보고자 한다, 반복된 학습을 통해 행사 때마다 불렀던 애국가, 그 애국가 가사에 담긴 스토리를 되살려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것이다.

국가와 ‘애국가’는 다르다

‘애국가’는 대한민국의 국가(國歌)이다. 국가로서 법적 지위를 가진 것은 아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지금까지 국가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그 역사성을 인정받은 것이지 법제화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 국가(國歌)란 한 나라가 공식적으로 자기 나라를 상징하여 정해 놓은 노래이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국가가 있다. ‘애국가’는 대한민국 국가의 제목이다. ‘애국가’ 의 노랫말은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다. 1900년대 초부터 만들어 부르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의 노랫말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현재 ‘애국가’의 노랫말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정리된 것이다. 그리고 그 노랫말을 안익태가 1936년에 작곡한 곡에 붙여서 대한민국의 국가인 ‘애국가’ 가 탄생한 것이다.

지금의 ‘애국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한국인들의 노력과 염원이 있었다. 안익태가 미국에서 작곡 활동을 할 때인 어느 날이었다, 허름한 교회에서 한국 사람들이 모여 부르는 ‘애국가’를 듣게 되었다. 노랫말은 분명 ‘애국가’ 인데, 가락은 우리의 가락이 아닌 스코틀랜드의 민요인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이었다. 이 곡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민요로써 ‘그리운 옛날’ 이라는 뜻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석별 또는 작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노래는 전 세계적으로 이별할 때 불리우고 있으나 내용은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이렇듯 다른 나라 민요에 ‘애국가’의 노랫말을 넣어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일제에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것도 억울하고 서글픈 일인데 국가조차 없음을 한탄한 안익태는 그 길로 멋진 국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바로 ‘애국가’의 곡조 이다. ‘애국가’는 안익태가 작곡한 ‘한국환상곡’의 일부분이다. ‘한국환상곡’은 굉장히 웅장한 곡으로 우리 민족의 발자취와 고통, 그리고 독립의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애국가’ 가 울려 퍼지면서 엄숙하게 곡이 끝난다.

한 줄기 빛처럼 위로와 희망이 되어 준 애국가

1936년 독일에서 개최된 베를린 올림픽에서 조선의 손기정 선수는 마라톤 종목에서 우승하면서 금메달을 목애 걸었다. 하지만 시상식 후 경기장에 울려 퍼진 국가는 일본 국가(國歌)였다. 바로 이때, 안익태와 우리나라 응원단들이 ‘애국가’를 불렀다고 한다. 이 일로 ‘애국가’는 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나라를 잃고 다른 나라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애국가’는 한 줄기 빛처럼 위로와 희망이 되어 주었다.

작곡가 안익태에 대한 친일 논란이 있다. 그래서 애국가의 곡조를 바꾸어야 된다는 주장도 많았다. 애국가는 국가(國歌)이기에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노래 내용과 의미를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물론 작곡가의 스피릿이나 불순한 의도가 반영된 작품이라면 그 폐해가 크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오랜 기간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왔던 애국가를 하루 아침에 우리 스스로 배척한다면 그것 또한 피해의식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 국가(國歌)들과의 차이점

각 나라의 국가를 가만히 살펴보면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고 있거나, 혹은 국민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는 예술을 사랑하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만, 프랑스의 국가는 “시민이여! 무기를 들어라. 전사들이여 전진하라! 적의 더러운 피가 우리 들판을 흐를지니.”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이것은 프랑스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1792년 프랑스에 시민 혁명이 일어났을 때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혁명군들이 ‘라마르세예즈’ 라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며 싸웠는데, 이것이 나중에 프랑스의 국가가 되었다.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은 화합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많다. 역사적으로 서구 열강에게 시달려 왔으니, 힘을 합쳐 이기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영국의 국가는 왕에게 충성할 테니 나라를 잘 지켜 달라는 내용이다. “신이시여, 우리들의 자비로우신 여왕 폐하를 지켜 주시고.”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여왕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국가(國歌)도 있다. 바로 우루과이의 국가인데, “조국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자유가 아니면 영광스러운 죽음을 택할지니.”라며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강하게 노래하고 있다.

스토리 텔링으로 풀어 본 애국가 가사의 의미

(1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만세

(2절)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기상 일세

(3절)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밝은달은 우리가슴 일편단심일세

(4절)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

(후렴)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위 가사는 대한민국 정부(행정안전부)에서 사용하는 공식 애국가 가사이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을 만큼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한민족은 국조 단군의 가르침 대로 하늘의 섭리를 알고 그 섭리대로 살아왔었기 때문에 저절로 만세를 누릴 수 있었다. 또한 하늘의 섭리를 알고 그 섭리대로 산다면 저절로 만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하늘은 근원을 의미하고 근원은 하나이어야 하므로 하느님과 하나님은 같은 말이다. 천지인 사상과 홍익인간의 정신이 다 여기서 비롯 되었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에서 우리 민족의 남산은 동네마다 있는 앞산을 말한다. 우리 민족은 집을 지을 때 남향으로 지었다. 그래야 집에 햇볕이 오래 들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했다. 그러니 앞산은 모두 남산이 되었다. 우리나라 산에는 소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으며 바람과 서리가 요란해도 소나무는 한결같은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다. 소나무는 생명력도 강하여 현존하는 생물들 중 가장 오래된 것도 소나무 이다. 가장 오래 산 소나무는 4,700살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적송은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소나무로 늦게 자라지만 나이테가 촘촘하여 견고하고 습기에 강하다. 한민족은 동네마다 있는 남산에 자생하고 있는 소나무처럼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민족으로서 그 기상이 뛰어나다.

한민족의 하늘은 가을하늘처럼 높고 구름 한 점 없는 것이 텅빈 듯하지만 꽉차 있는 생명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이며, 또한 밝은 달처럼 우리 마음은 밝고 밝은 광명세계로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소나무와 같은 기상과 밝은 달과 같은 마음으로 한민족의 중심철학인 하늘마음, 즉 홍익마음을 깨달아 희로애락의 삶을 초월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참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나라 사랑의 길이다.

무궁화는 무궁무진하며 다함이 없어 끈질기게 피어나는 꽃이다. 한민족의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의 터전이 만주를 다 아우르는 곳이었기에 ‘무궁화 삼천리’는 만주지역을 다 아우르는 민족의 강역을 말한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즉 대한이 살았고 대한이 살고 있으며 미래에도 대한으로 살아 갈 것이라고 전하는 것이다. 대한은 하나의 개체이기도 하고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 데, 살다 보면 희로애락은 당연히 있는 것,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구속받지 않는 그래서 홀로 존재하는 거룩한 존재가 대한이다. 애국가 가사는 그냥 좋은 말이 아니다. 위대한 사상과 철학이 담겨져 있고, 인간의 정체성과 삶의 궁극적 목적을 알려 주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있다.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애국가인 것이다. 광복절이 있는 8월, 애국가를 부르면서 진정한 광복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