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의 관점으로 본 어린이날의 의미 -또 다른 방식의 독립운동, 어린이날
국학의 관점으로 본 어린이날의 의미 -또 다른 방식의 독립운동, 어린이날
  • 민성욱 박사
  • k-spirit@naver.com
  • 승인 2022-05-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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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민성욱 박사

올해 어린이날은 특별한 느낌이 있다.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이 제정된 것은 역설적으로 보면 어린이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세월이 그 만큼 많았다는 반증이다. 왜냐하면 어른의 날이 별도로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린이날이 제정되기 전에는 어린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말은 마음의 알맹이라고 해서 동시대의 가치 개념이 담겨져 있다. 누군가를 존중할 때는 말부터 달라진다. 어쩌면 ‘어린이’ 라는 말 속에는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대해달라는 사랑과 존중 그리고 배려의 마음이 함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는 어린이었다는 점이다.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년이 지났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지만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에게는 그리 긴 기간도 아니다. 역사는 그 속성상 단절됨이 없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어린이에 대한 인식과 가르침 또한 역사 속에서 계속 이어져 왔다. 그 중 기억해야 될 3인의 인물이 있다. 우선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 선생과 나라꽃인 무궁화를 전국에 보급하면서 어린이에게 그 정신을 일깨워 주셨던 한서 남궁억 선생 그리고 ‘단동십훈’의 가르침으로 어린이에게 홍익인간의 정신을 전해 주고자 하셨던 단군왕검으로부터 어린이날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답을 듣고자 한다.

또 다른 방식의 독립운동, 어린이날

잔물결 소파(小波) 방정환 선생, 왜 큰 물결 대파(大波)라고 하지 않았을까. 다 이유가 있다. 잔물결처럼 천천히 어린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대일항쟁기 때인 1923년에 방정환 선생은 색동회를 만드셨다. 민족의 미래를 이끌어 갈 아이들이 민족의식을 가지고 자라가길 원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 어린이문화운동단체인 색동회는 ‘어린이’라는 잡지를 내 놓았다. 당시 엄청 인기를 누렸고 5월1일을 어린이날로 정해서 기념행사를 했다. 기념행사 표어는 “희망을 살리자, 내일을 살리자, 잘살려면 어린이를 위하라 그리고 이날 만큼은 어린이들을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 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 만큼 당시에 어린이들에게 닥친 상황이 처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이의 예전 이름은 아동(兒童)이었다. 아동이라는 말은 신체적, 지적으로 미성숙한 단계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녀들을 딸은 년, 아들은 놈, 애새끼, 계집애, 아해놈이라고 부르니 방정환 선생은 젊은 사람은 젊은이, 늙은 사람은 늙은이라고 하듯 어린 아이들은 어린 사람이라는 뜻의 형용사 ‘어린’ + 사람을 나타내는 명사 ‘이’가 합쳐진 어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서 어린이는 특정 연령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도 한 인간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소중한 뜻을 함축하고 있었다.

어린이날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5월 첫째 주 일요일로 변경되었다가 광복 후 5월5일로 바뀌었다. 민족의식의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한 날이 바로 어린이날의 진정한 의미였다. 그러니까 일제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식민교육정책에 의해 우리 민족의 말을 못쓰고 역사와 문화가 왜곡되거나 정신이 말살되는 상황에서 민족의 미래인 어린이들에게 우리 말을 가르치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어린이날은 또 다른 방식의 독립운동이었던 것이다.

색동회의 ‘색동’이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

방정환 선생이 만든 어린이문화운동단체는 색동회다. 색동회의 색동은 ‘색을 동 달았다’ 라는 뜻으로 ‘동’ 이란 한 칸을 의미하여 색색을 한 칸씩 이어서 단 것을 말한다. 단군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의 생활과 깊이 연관지어 사용되고 있는 색동은 명절과 같은 경사에 입음으로써 형형색색의 즐거움을 보여준다.

아이들 한복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장식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색동이다. ‘오색으로 염색하거나 오색 비단 조각을 잇대어서 만든 어린이 저고리의 소맷길 또는 잇대는데 쓰이는 좁은 헝겊오리‘ 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러한 색동은 한국인의 삶이 융화된 고유의 미의식을 담고 있으며 사계절을 가진 한국의 자연색채와 어우러진 색채의식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양이다. 이러한 색동은 어린이 저고리 소매에서 뿐만 아니라 경사스러운 날인 혼례식에서도 신부가 착용하는 원삼에 이 색동저고리가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색동의 의미나 상징성은 목, 화, 토, 금, 수와 같은 우주적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는 오방색(오행의 기운과 직결된 청, 적, 황, 백, 흑)의 사용을 통해 ‘음양의 조화’나 ‘오행의 조화’ 또는 ‘오복의 구비’를 달성하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이 담긴 문화이다. 이렇듯 오방색과 깊은 연관이 있는 색동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부모의 마음에서 비롯되었고, 신부는 혼례복으로 활옷과 원삼을 입는 데 이 옷들의 소매에도 색동을 넣어 만듦으로써 기쁨과 행복을 기원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색동은 즐거움, 기쁨, 경사, 하늘의 축복, 신령함, 바람, 풍작 등을 의미하며 우리 선조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정서를 표현하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색동으로 나라와 가정의 경사와 즐거움, 기쁨의 감정을 표현하였으며 좋은 일이 반복되고 지속되길 기원하는 마음을 나타내었다. 둘째, 단아한 아름다움을 통해 질서, 평등, 조화를 상징한다. 셋째, 색동은 생명, 힘이며 신성한 존재로서 숭상된 하늘에 속한 신비스러운 새를 나타낸다. 넷째, 부와 풍요로서 비, 바람 또는 밭 이랑을 상징한다. 조선족과 일본에 남아 있는 우리 한복과 색동의 경쾌하고 선명한 색 사용을 통해 우리 선조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색동의 다섯 색은 동서남북중앙 모든 방향을 뜻한다. 색동 한복 입고 세상 모든 행복을 다 받으라고 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색동 저고리와 같다는 생각 든다. 어떤 행위이든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한낱 옷에 불과한 한복이 세상 모든 복을 불러오는 풍요의 아이템이 된 것이다. 이렇듯 색동은 만물이 화합하고 조화를 이루어 기쁨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옛 사람들은 색동이 나쁜 액운을 막아준다고 믿었기에 아기 돌날 색동옷을 입히고 혼례용 옷으로 입었던 것이다.

색동 마음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빨강, 파랑, 노랑 혼자서 색동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색동 마음은 각각의 색깔이 어울려 함께 사랑하는 마음이다. 색동은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 조화와 상생의 상징이자 공생공존의 상징인 것이다.

우리 민족은 어릴 때 색동 옷을 입었다면 어른이 되고 나면 흰 옷을 입었다. 하늘에서 파생된 빛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흰색이 된다. 빛은 색을 합치면 합칠수록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이 많아져 더 밝아지는 반면 물감은 섞으면 섞을수록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어져 어두워진다. 빛의 삼원색을 합치면 색이 없는 흰색이 되고, 색의 삼원색을 합치면 검은색이 된다.

빛이 여러 가지 색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무지개 같은 빛의 띠가 나타난다. 이 빛의 띠를 빛 스펙트럼이라고 하고 빛이 다양한 색깔로 나눠지는 현상을 빛의 분산이라고 한다.

동심을 설레게 한 설빔이 있다. 그때 색동저고리를 입는 이유는 하늘의 무지개 색과 우주의 은하수를 상징한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새해에 색동저고리를 지어 아이들을 입힌 이유는 우주를 재단하는 지구의 어머니인 마고가 우주를 재단하여 천손의 아들, 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린이들 마음 속에 무궁화를 꽃피우다

어릴 적 놀았던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는 나무에 손을 짚고 머리를 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친다. 그러면 뒤에 줄지어 있던 아이들은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술래가 있는 쪽으로 잽싸게 움직여 손으로 나무를 짚으면 살아나고 술래가 뒤돌아 볼 때 움직이면 걸리어 술래와 손을 잡고 있는 놀이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다. 그런데 이 놀이는 일본의 어린이 놀이다. 즉 '다루마상가고론다(だるまさんが轉んだ)' 라는 놀이이다. 이것을 우리말로 하면 '오뚝이(달마)가 넘어졌습니다'라는 놀이이다. 이 일본놀이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바뀐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

'무궁화'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남궁억 선생이다. 평생을 무궁화 보급에 힘써 왔으며, 처음에는 무궁화 나무심기 운동을 펼치다가 왜경에게 발각되어 무궁화는 불태워졌고, 남궁억 선생은 감옥에 갇히었다. 옥고를 치르고 나와서 이번에는 수틀에 무궁화를 그려 아이들에게 수를 놓게 해 집안의 커튼이나 베개에 무궁화를 피게 하였다. 그러나 이도 오래가지 못하고 발각되어 또 감옥에 갈 수 밖에 없었다. 1935년 72세 때 복역 중 병으로 석방되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골목에서 의자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들은 우리말과 글은 물론, 우리 놀이로는 놀지 못하고 일본 놀이인 '다루마상가 고론다' 놀이를 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일본 놀이로 놀 수밖에 없지만 내가 알려 주는 데로 말만 바꾸어 놀아 보아라" 하고는 놀이의 말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바꿔서 놀게 했다.

남궁억 선생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무궁화를 피우고 싶었던 것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는 대일항쟁기에 나라를 빼앗겼고, 말과 글을 빼앗겼으며, 놀이도 빼앗겼을 때 민족의 꽃, 나라의 꽃인 무궁화에 대한 사랑으로 아이들 마음속에 무궁화를 피우려 처절하게 노력했던 남궁억 선생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놀이이다.

단동십훈으로 민족의 어린이들을 길러내다

단동십훈은 단군왕검 때부터 구전(口傳)으로 내려온 교훈으로 조상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면서 낙천적인 요소가 깃들여진 재롱에 예지를 불어넣어 전하는 전통적인 육아법이다.

국조 단군께서는 사람이 지키고 행하여야 할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첫 돌이 되기 전부터 가르쳤다. 일찍 놀이처럼 가르치는 것이 어린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단군께서도 알고 계셨던 것이다.

아이들과 무심코 해오던 ‘도리도리 짝짜꿍’, ‘곤지곤지 잼잼’은 이미 반만 년 전 단군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육아법으로 조상의 교육에 대한 지혜와 철학이 담겨 있다. ‘도리도리(道理道理)’는 고개를 좌우로 살피면서 만물의 이치와 사람됨 도리를 알라는 뜻으로, 단군왕검의 혈통을 이어받은 배달의 아이들이 지켜야 할 열 가지 가르침으로 단군조선 시대 육아서인 ‘단동십훈(檀童十訓)’에 담겨 있다.

또 놀이 문화 중에서 제기차기는 다리의 고관절과 무릎, 발목의 근육을 강화시키고, 윷놀이의 도, 개, 걸, 윷, 모는 각기 돼지, 개, 양, 소, 말을 상징하는 부족을 뜻하니 아득한 옛날 대륙을 누비던 유목민의 전통이기도 하다. 또한 윷놀이는 단군조선 이전부터 천부경(天符經)을 도형화하여 즐겁고 쉽게 게임으로 익히는 방법이다.

우리 조상들은 인간 존엄을 바탕으로 정보의 주인이 되어 하늘을 알고 품는 창조적인 수행자가 되도록 아이들을 길러왔다. 하늘의 마음을 타고난 아이들에게 생활 속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몸에 익혀 평생의 자산이 되게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키워왔다. 수천년의 맥을 이어온 이 슬기로운 열 가지 동작은 유아기부터의 수행으로 평생 몸에 익히니 법(法)과 율려(律呂)의 체득이다.

또한 엄마의 자애로운 손바닥과 목소리로 아기의 가슴을 ‘자장자장(慈掌慈掌)’ 토닥이는 것도 가슴의 근심 걱정이 ‘자작자작 잦아들어 잠을 잘 이루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문화도 단군 이래의 가르침이다.

지금까지 어린이와 어린이날의 진정한 의미를 소파 방정환, 한서 남궁억, 단군왕검께 그 답을 들었다. 경전은 좋은 말씀을 기록해 놓은 것으로 우리 민족의 3대 경전 중 하나인 참전계경(參佺戒經)에는 어린이에 대한 가르침으로 성(誠), 즉 정성이라는 주제로 가르쳤는데 이것은 어린이를 대할 때는 정성을 다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하늘로부터 비롯된 사람은 하늘의 섭리대로 살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정성을 다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된다는 것이다. 하늘을 인식하고 하늘의 섭리대로 살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어린 아이에 대한 부모의 도리이자 어른의 역할이었다.

방정환 선생의 묘비에는 ‘동심여선(童心如仙)’ 이라고 해서 아이의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말이 새겨져 있다. 어린이의 순수함이 마치 신선과 같음을 표현한 것이다.

어린이는 얼이 어린 사람을 말한다. 얼은 우리 민족이 정신이라고 일컫는 말로써 본질을 이루는 알맹이와 같은 정신을 뜻한다. 따라서 국학의 관점에서 어린이라는 말과 어린이날의 의미에는 얼이 아직 어리지만 얼이 살아있는 교육을 통해 얼이 큰 어른으로, 나아가 얼이 커서 신의 경지에 이른 어르신으로 성장 및 완성에 이르도록 하는 인간완성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우리 모두는 어린이었고 모든 어린이는 어른이 된다. 어른이 어린이들을 사랑과 믿음 그리고 존중으로 대할 때 어린이는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밝은 미래를 인류사회에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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