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중 작가, 존재 탐구에 대한 의미 있는 변주를 이어오다
김근중 작가, 존재 탐구에 대한 의미 있는 변주를 이어오다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2-05-11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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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갤러리에서 5월 10~29일 개인전 “존재와의 조우”전 개최
김근중, Natural Being(꽃세상. 原本自然圖)21-50, 162x130.4cm,  Oil on Canvas,  2021. [사진=삼정갤러리 제공]
김근중, Natural Being(꽃세상. 原本自然圖)21-50, 162x130.4cm, Oil on Canvas, 2021. [사진=삼정갤러리 제공]

시도와 변화. 김근중 작가는 변화하는 예리한 감각과 작가정신으로 80년대 수묵풍경, 90년대 전통벽화의 재해석과 미니멀적 시도, 2000년대 모란의 현대화와 거기서 이어지는 꽃의 추상, 현재의 단색추상까지 존재 탐구에 대한 의미 있는 변주를 이어오고 있다.

김근중 작가는 “예술은 틀 밖의 소식이다. 틀 안에서 살아있는 예술은 만들 수 없다. 고정관념 밖에 있기에 예술은 만들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주목을 받아온 한국화의 거장 김근중 작가가 부산 서면에 있는 삼정갤러리에서 5월 10일부터 개인전 ‘존재와의 조우’를 연다. 신작을 포함한 대표작 30여점을 선보였다.

김근중, Natural Being(꽃세상, 原本自然圖)11-3, 130x97cm,  Acrylic on, Canvas,  2011. [사진=삼정갤러리 제공]
김근중, Natural Being(꽃세상, 原本自然圖)11-3, 130x97cm, Acrylic on, Canvas, 2011. [사진=삼정갤러리 제공]

이번 ‘존재와의 조우’전에서는 존재 탐구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작업을 ‘원본자연도’ , ‘존재 내 세계’, ‘자연존재’라는 주제로 기존의 작업에서 탈피하여 드로잉을 선보였다.

작가에게 모란과의 만남이 매우 중요하다. 전체 작업에서 모란을 소재로 한 그림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모란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1학년 시절 채색화 수업을 통해서였다. 그렇게 처음 접한 모란은 2005년 어느 날 한 민화전에서 본 12폭 병풍 모란도를 통해 다시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작가는 모란에 집중하게 되었다. 영어단어를 비롯하여 만화에서 사용하는 말풍선, 동양화의 고전 등이 바탕 전면에 깔리거나 모란의 옆에 병기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를 이룬다. 작가는 대자연 속 수많은 사람을 하나의 존재로 본다. 그리고 모란을 대표로 하여 꽃을 통해 변화와 생멸을 거듭하는 존재의 모습과 의문과 번뇌의 감정을 드러낸다.

"꽃에게도 추한 면이 있기 마련이에요. 무엇이든 선악, 미추, 청탁이 공존합니다. 우리가 지닌 부정적인 모습도 있는 그대로를 포용할 때 진정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김근중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처음부터 선(善)과 악(惡)이 구분되어 존재해왔던 것이 아니라 단지 선과 악을 인간의 작위적인 기준으로 판단해 언어(기표)를 만들어 구분함으로 고정관념이 생기고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적었다.

김근중,  Natural Being(존재, 存在),  29.7x20.6cm,  Oil pastel on paper,  2021 (15). [사진=삼정갤러리 제공]
김근중, Natural Being(존재, 存在), 29.7x20.6cm, Oil pastel on paper, 2021 (15). [사진=삼정갤러리 제공]

고정관념으로 가두어 놓은 우리의 무의식은 뒤틀린 욕망덩어리로 꿈틀대고 억압할수록 오히려 제어하기 힘든 힘을 가진 채 무의식 속 더 깊이 숨어 들어간다고 한다.

이같은 이분법에 대한 거부감이 작가의 작품에 녹아있다. 선악미추 없이 화면을 구성하여 작가는 관객들이 스스로의 존재와 조우하기 바란다. 진정한 부귀란 존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의미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김근중 작가의 추상작품은 민화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민화의 한국적인 요소를 글로벌화하려다 보니 형태가 너무 사실적이고, 뚜렷하여 보편화와 깊은 예술성을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민화의 요소를 세계화하려 하다 보니 형태가 너무 사실적이고, 뚜렷하여 흡수가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형태를 해체하게 되었습니다.”

‘원본자연도’에서 모란이라는 단순한 대상을 집약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민화를 통해 한국적인 팝아트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이 시리즈에서는 형태를 해체함으로써 꽃의 내면, 즉 존재 내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김근중, Natural Being(존재, 存在)21-69, 53x45.5cm,  Mixed Media, pigment,  2021. [사진=삼정갤러리 제공]
김근중, Natural Being(존재, 存在)21-69, 53x45.5cm, Mixed Media, pigment, 2021. [사진=삼정갤러리 제공]

 김근중의 작업에서 단색화적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무렵이었다. 이 시기에 이르면 꽃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면서 단색의 화면에 집중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군데군데 사포에 갈리고 남은 돌가루의 거친 물질감이 화면의 여기저기에 나타난 형국이었다.

“고궁같은 곳의 벽화가 다 떨어져서 맨 벽이 드러나는 곳이 아름답다 느껴졌습니다.”

노랑, 빨강, 청색, 베이지 등등 단색으로 이루어진 이 시기의 그림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김근중 단색화의 초기적 양상을 보여준다.

그의 〈자연존재/Natural Being)〉 연작은 캔버스에 검정색이 가미된 돌가루를 대여섯 차례 바른 뒤 다양한 원색의 안료를 최대 10겹까지 발라 사포로 갈아내서 바탕을 조성하는 끈질긴 노동의 산물이다. 다른 유형의 작품은 거즈를 바른 뒤 빨강, 노랑, 파랑, 녹색 등 원색의 안료를 칠하고 갈아내고 다시 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김근중,  꽃,이전(花,以前. Before-Flower)16-20,  50x100cm,  Oil on Canvas,  2016. [사진=삼정갤러리 제공]
김근중, 꽃,이전(花,以前. Before-Flower)16-20, 50x100cm, Oil on Canvas, 2016. [사진=삼정갤러리 제공]

또한 김근중의 단색화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원색의 진주색(pearl)이 첨가되는데, 그 이유는 고색창연한 옛날 색깔을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말한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김근중의 단색화는 화면에서 조성된 마티엘 효과로 인해 퇴락한 벽을 연상시킨다. 반면에 거즈를 부착한 화면에서는 횡적으로 죽죽 간 주름의 흔적들이 도드라지게 나타나 있다. 이러한 질감들은 펄이 섞인 원색과 함께 작가의 독특한 취향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김근중의 단색화가 지닌 개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김근중 작품의 고유한 성질인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김근중 작가의 개인전 ‘존재와의 조우’는 삼정갤러리(부산시 부산진구 중앙대로72 삼정타워 8층)에서 5월 2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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