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이 개관 10주년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r Love》를 4월 13일부터 9월 18일까지 약 6개월간 약 800평의 전시 공간에서  한국 근현대 거장 31명의 주요 작품 140점을 선보이는 개관이래 최대규모 전시로 개최한다.

지난 2012년 8월 29일, 안병광 회장이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에 개관한 서울미술관은 개관 후 3600여 일의 기간동안 누적관람객 100만 명을 기록했다.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명작을 포함하여 소장품 전시부터 동시대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젊은 현대미술작가를 소개하는 전시까지, 서울미술관은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기획전시를 선보이며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중섭, 황소.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이중섭, 황소.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선보인 기념전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r Love》는 ‘두려움’과 ‘사랑’이라는 양가감정을 기반으로, 시대의 고난과 개인적인 어려움 속에서 고뇌하면서도 창작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이룩한 한국근현대 거장 31명의 주요작품을 집대성했다.

특히 이 전시의 기획에 서울미술관의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이 직접 참여하였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림을 수집해온 안병광 회장은 혼자만의 기호와 취미를 넘어 더 많은 이들과 그림이 전하는 감동을 나누고자, 2012년 인왕산 자락에 서울미술관을 설립했다. 전시 작품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설명문과 함께 서울미술관의 설립자 안병광 회장의 미술품 소장 이야기를 ‘수집가의 문장’으로 볼 수 있다. 작품 140점은 단순히 천문학적인 숫자의 작품가만으로 판단될 것이 아닌, 작품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사연이 깃들어있는 한 미술애호가의 기록이다.

'수집가의 문장'.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수집가의 문장'.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그가 수집한 그림들은 ‘한국미술사를 대표하는 명작’ 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안병광 회장에게도 미술은 늘 ‘두려움’과 ‘사랑’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술애호가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품 컬렉터로서 안병광 회장의 이야기를 ‘수집가의 문장’으로 구성하여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오랜 기간 그림을 수집하면서 그가 작품에 가졌던 다양한 감정, 그리고 수집 과정에 얽힌 비화를 최초로 공개하며 수집가로서의 두려움과 아픔, 희망과 사랑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 왔던 한국 근현대 소장품을 총망라하여 대규모 전시로 공개한다. 전시의 1부 ‘그리다’에서는 구상에서 추상, 극사실회화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그린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대표작품을 소개한다. 참여 작가는 박생광, 도상봉, 박수근, 김기창, 천경자, 임직순, 유영국, 이대원, 한묵, 이중섭, 김환기, 최영림, 김상유, 문학진, 이응노, 황영성, 류병엽, 이왈종, 강익중, 고영훈, 손석, 전광영(전시 동선 순).

김환기, 십만 개의 점.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김환기, 십만 개의 점.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전시의 1부 ‘그리다’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 이중섭의 〈황소(1953)를 비롯하여, 제2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한 박수근의 대작〈우물가(집)〉(1953), 환기블루의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김환기의 〈십만 개의 점 04-VI-73 #316〉(1973), 미술 교과서의 표지인 도상봉의 〈정물〉(1954), 천경자의 자전적 기록이라 일컫는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 등 한국미술사의 걸작을 모두 진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도상봉, 정물.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도상봉, 정물.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전시 출품작 중 김환기의 〈아침의 메아리 04-VIII-65〉(1965), 도상봉의 〈국화〉(1973), 한묵의 〈푸른 나선〉(1975), 황영성의 〈소의 침묵〉(1985), 정상화의 〈무제 12-3-5〉(2012)는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서울미술관의 소장품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이중섭 화백의 드로잉, 은지화, 엽서화, 유화에 이르는 모든 장르가 소개된다. 시인 구상(具常)이 “이중섭은 지우개가 필요 없는 작가다”라고 할 만큼 드로잉 실력이 뛰어났던 이중섭의 드로잉 대작 〈네 어린이와 비둘기〉(1953년 경)부터 부인 마사코 여사와 주고받았던 엽서에 그린 엽서화, 이중섭의 가장 독창적인 분야로 인정받는 은지화, 가족에 대한 애정이 절절히 담긴 〈과수의 가족과 아이들〉(1950년대) 그리고 역동적인 소의 동세가 빛나는 〈황소〉(1953)까지 이중섭의 미학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김환기 화백의 점화 연작 중 가장 최고로 꼽히는 <십만 개의 점 04-VI-73 #316>(1973)은 화이트 큐브로 구성된 순백색의 특별 공간에 설치되어, 마치 공간 안에 작품과 단 둘이 있는 듯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멀리서 볼 때는 작품 전체를 한 눈에 담으며 화면에 펼쳐진 초월적 세계의 무한한 확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전시장 내에 마련된 동선을 따라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화면 가까이서 개개의 무수한 점이 뽐내는 색채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던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를 배우 최불암의 내레이션으로 들을 수 있어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 최초로 동판화 작업을 선보인 김상유의 유화 전작을 만나볼 수 있다. 판화가로서 명성을 얻은 김상유는 1980년 중반부터 꾸준히 유화 작업을 하며 서양화가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전국의 고건축을 배경으로 명상하는 인물을 순수한 이미지로 구현한 김상유의 유화를 폭넓게 소개한다.

단색화.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단색화.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1부 전시는 2층에서도 이어진다. 2층 아트테라스에서는 달항아리의 접합기법에서 모티브를 얻어 갈라진 남과 북이 하나로 통합되는 평화에 대해 염원하는 강익중의 연작, 환영적인 극사실회화를 통해 실재와 허상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고영훈의 작품, 입체적인 캔버스에 달항아리 형상을 올려 홀로그램과 같은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손석의 작품, 그리고 수천 개의 삼각형 조각을 집결하여 회화이면서도 부조와 같은 화면을 선보이는 전광영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의 2부 ‘바라보다’에서는 색채를 뛰어넘어 한국 미술의 우수한 정신성과 철학을 기품 있게 담아낸 대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참여작가는 김태호, 정상화, 이우환, 김창열, 서세옥, 이건용, 박서보, 곽인식, 권영우(전시 동선 순).

2부에서 소개하는 김창열,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등은 ‘K-아트’로 전 세계적인 각광받는 단색 화가들로, 눈에 보이는 형상보다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과 이를 표현하는 신체의 행위에 집중하며 대상의 본질을 파악한다. 이 전시에서는 300호가 넘는 초대형 걸작들을 통해 예술가들이 작품을 제작하며 감수해야 했던 육체적 고통과 그 안에 담긴 숭고한 정신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이번에 최초 공개하는 김환기의 <아침의 메아리 04-VIII-65>(1965)가 2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아침의 메아리 04-VIII-65>는 김환기 화백의 뉴욕시대 대표 초기작이다.

김환기, 아침의 메아리.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김환기, 아침의 메아리.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이 작품에 관해 서울미술관 안진우 큐레이터는 “서울미술관의 지난 10년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져 더 깊은 감동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의 10년을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는 서울미술관의 신소장품이다”고 소개했다.

서울미술관은 관람객의 좀 더 깊이 있는 전시 관람을 위해 유튜브 채널 ‘석파정 서울미술관’ 및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현장 도슨트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대면 서비스는 코로나19의 방역지침에 따라 진행한다.

서울미술관이 개관 10주년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r Love'를 4월 13일부터 9월 18일까지  연다.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서울미술관이 개관 10주년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r Love'를 4월 13일부터 9월 18일까지 연다.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이 전시는 흥선대원군 별서 ‘석파정(石坡亭)’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문의는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또는 전화 02-395-0100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