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wish 2158, Diameter 90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2021. [사진 제공 삼정갤러리]
About wish 2158, Diameter 90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2021. [사진 제공 삼정갤러리]

김순철 작가는 한지 위에 채색과 바느질로 작업한다. 단순 그리는 회화 기법에 바느질을 응용한 회수기법(밑그림에 오색실을 구사하여 수를 놓는 것)으로 하는 독창적인 작업이다. 이런 작업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동양화에선 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선을 어떻게 하면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니 바늘땀을 이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한지를 뚫고 나오는 실의 느낌이 좋았고, 종이의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행동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작가는 빨리 많은 것을 이루고자 하는 시대적 흐름에는 맞진 않지만, 반복되는 긴 시간의 작업과정과 쉽지 않게 완성되는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큰 기쁨을 얻는다. 작업을 통하여 세상의 이치도 깨닫게 되고, 반복되는 작업 과정의 긴 시간 속에서 깊은 사고와 자신을 덜어내는 자정(自淨)의 교훈을 얻는다.

About wish 2206, 97x135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2022. [사진 제공 삼정갤러리]
About wish 2206, 97x135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2022. [사진 제공 삼정갤러리]

 

김순철 작가는 “작업을 통하여 자신을 안으로 돌아보는 성찰을 말하고자 한다. 화면의 앞면과 뒷면을 아우르는 바느질은 나와 내면의 또 다른 나, 또는 나와 주변의 소통을 의미하며 이어지는 바느질은 어제와 오늘의 시간의 연결을 의미한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의 반복된 행위는 풀어내지 못하고 얽혀 있는 내면의 상처를 덜어내는 자정의 능력이 있는 듯 하다”고 말한다.

작가의 작업 명제인 “About wish”는 세상에 대한 바람이 아니라, 스스로 맑고 가벼워지려는 작가 자신에 대한 바람(wish)이다.

6월 3일부터 작가는 삼정갤러리(부산시 부산진구 중앙대로72 삼정타워 8층)에서 개인전 “I, WISH”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전시에서는 작가의 “About wish” 연작을 볼 수 있다.

“〈About wish〉는 요철감 있는 수제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기법으로 실(絲)의 물성을 응용한 회화 작품이다. 화면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확산되는 바느질의 흔적은 주변과의 연결과 소통의 의미이며, 짧고도 긴 호흡처럼 이어지는 일상의 운율을 의미한다.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바느질의 질감과 활짝 피어 절정을 이루는 꽃의 이미지는 서로 오버랩되어 보는 방향에 따라 일루젼의 효과를 보여준다. 화면 가득 활짝 피어 절정을 이루는 꽃의 이미지는 사실의 묘사를 넘어 중심에서 주변으로 퍼지는 기운의 확산을 의미한다. 자신의 신중함으로 지금의 절정에 다다르게 되는 그 순간에 우리 각자의 꽃은 이렇게 찬란하게 피어날 것이다. 꽃은 때에 맞춰 피고 지고 꽃을 버려야 열매를 안을 수 있듯이 때를 알고 자연에 순응하는 삶에 대한 바람을 작품 〈About wish〉에 담아 제작하였다. 〈About wish〉 작품에서 나오는 밝은 긍정의 기운으로 삶의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란다.”(‘작가의 말’)

About wish 2141, 130x130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2021. [사진 제공 삼정갤러리]
About wish 2141, 130x130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2021. [사진 제공 삼정갤러리]

류철하 월전미술관 학예연구원은 김순철 작가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작가의 화면은 감각적 형태미의 발견과 구조의 이해 속에 더 이상의 표현과 공간 확장에 대한 행동 의지를 접고 고요히 내면을 응시하고 있다. 현실을 발견하면서도 평면의 화면으로 돌아와 내면을 응시하는 작가의 작업은 우아하고 담백한 곡선으로 시선을 안정시키는 조선자기의 멋과 닮아있다. 고요한 내향성으로 내면을 연마하고 텅 빈 공간으로 외면을 받아들이는 조선자기의 멋과 깊이는 세월을 건너온 여인의 순도(純度)와 일치 한다. 이 순도의 깊이에는 때론 성글게 때론 촘촘하게 내면의 상처를 꿰매가는 자아의 긴 여정, 절제와 고독 속에 우미(優美)한 형상을 희구하는 작가의 동경이 자리한다.”

한국화를 전공한 김순철 작가는 30년을 넘게 작업에 정진하고 있다. 김순철 작가의 개인전 “I, WISH”는 6월 22일까지 부산 삼정갤러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