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최병소 개인전 '意味와 無意味 SENS ET NON-SENS: Works from 1974-2020'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최병소 개인전 '意味와 無意味 SENS ET NON-SENS: Works from 1974-2020'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0.11.24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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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예술적 태도, 의미의 해체, 그리고 일상적 상황의 활용과 같은 1960-70년대 한국실험 미술의 실천과 정신을 조명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작가 최병소의 개인전 《意味와 無意味 SENS ET NON-SENS: Works from 1974-2020》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예술세계 근간을 이루는 1970년대 초기 작품과 최근의 작품을 병치하여 1970년대 초반 전위적 한국 실험미술의 태동과 단색화의 경향을 관통하는 최병소만의 독특한 미술사적 위치를 재고하고자 한다. 전시의 제목 “意味와 無意味 SENS ETNON-SENS”는 작가의 작품 <무제>(1998)에 사용된 메를로 퐁티의 저서(1948)에서 가져왔다.

최병소, Untitled 998, 1998, Box, book, ballpoint pen, 23(h) x 18 x 28 cm.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최병소, Untitled 998, 1998, Box, book, ballpoint pen, 23(h) x 18 x 28 cm.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최병소 작가는 예술과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주류 체계를 부정하며 그 체계를 해체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다. 이와 같은 그의 작업 세계는 이성과 논리 세계의 무의미함을 주장하고 경험과 물리적 경험성의 중시를 주장했던 메를로 퐁티의 세계관과 그 맥이 닿아 있기도 하다.

작가 최병소는 추상미술의 형식성을 일부 계승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를 직시해야 한다는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정신을 실천하며 단색화와 실험 미술 사이의 경계 사이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어냈다.

최병소,  Untitled 016000, 2016, Hangers,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size : 730 x 430 cm). [사진=아리리오갤러리서울]
최병소, Untitled 016000, 2016, Hangers,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size : 730 x 430 cm). [사진=아리리오갤러리서울]

 그의 작업 기저에는 반예술적 태도가 깔려있다. 그는 신문지, 연필, 볼펜은 물론이고 의자, 잡지 사진, 안개꽃 등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물건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매체의 순수성, 형식주의 모더니즘과 같은 미술의 위계를 전복한다.

과거 작가의 대구 작업실이 침수되어 1970-80년대에 제작된 작품 대부분이 유실 또는 파손되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남아있는 1970년대 사진 작품으로는 유일한 두 작품을 소개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 사진을 이용해 만들어진 <무제 9750000-1>(1975)과 의자 위에 사물을 놓고 촬영한 사진과 문자를 결합한 <무제 9750000-2>(1975)는 사진의 시각 이미지를 언어로 해석 또는 지시해 놓는 작품이다.

최병소, Untitled 975000, 1975, Chair, masking tape, Dimensions variable. [사진=아라리오갤러리서울]
최병소, Untitled 975000, 1975, Chair, masking tape, Dimensions variable. [사진=아라리오갤러리서울]

 

이 네 점의 사진 작품은 비디오, 필름, 퍼포먼스, 이벤트 등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인 1975년 《대구현대미술제》에 처음으로 출품하였는데, 작가는 당시 이 사진 세트와 함께 접의자 여러 개를 배치한 설치 작품 <무제 9750000-3>(1975)도 함께 전시하였다. 여러 개의 의자들은 나란히, 또는 개별로 배치되었으며 의자가 놓인 바닥은 흰색 테이프로 표시되었다. 또한, 의자가 없는 자리의 바닥에 테이프만 둘러져 있기도 한 곳도 있었다.

최병소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는 신문 지우기 연작 또한 그가 평생을 매진해온 실험적 정신의 실천이다.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은 일상의 사물을 지지체와 화구로 선택해 탄압의 대상이었던 신문을 까맣게 지우며 사회에 대한 저항의 몸짓을 기록해 나갔다.

최병소,  Untitled, 1975, Magazine, text, 26 x 38 cm (38 x 54 cm, framed).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최병소, Untitled, 1975, Magazine, text, 26 x 38 cm (38 x 54 cm, framed).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일상의 물건을 작업에 사용해 한국 사회를 살아가던 최병소 개인과 예술가의 열망을 표현하는 방식은 현장 설치 작품 <무제 016000>(2016)에서도 이어진다. 전시장 바닥을 가득 채운 이 설치 작품은 옷장에 걸려있는 세탁소 철제 옷걸이 한 개를 즉흥적으로 구부려 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세로 7미터, 가로 4미터를 덮은 8천여 개의 가벼운 옷걸이들은 구부러져 백색의 선으로, 그리고 단색의 공간으로 먹먹하게 펼쳐진다. 이 옷걸이들은 신문 지우기 연작의 연필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최병소. 0170712 Untitled, 2017, Paper, ballpoint pen, pencil, 110 x 80 x 1 cm. [사진=아라리오갤러리서울]
최병소. 0170712 Untitled, 2017, Paper, ballpoint pen, pencil, 110 x 80 x 1 cm. [사진=아라리오갤러리서울]

 

그는 하찮은 물건과 행위 모두 그 시대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음을 직시함으로써 예술을 생산해내는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 이르고 있다. 예술과 반예술, 의미와 무의미 사이의 열린 가능성을 탐색하는 세로 7미터, 가로 4미터를 덮은 8천여 개의 가벼운 옷걸이들은 구부러져 백색의 선으로, 그리고 단색의 공간으로 먹먹하게 펼쳐진다. 이 옷걸이들은 신문지우기 연작의 연필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는 하찮은 물건과 행위 모두 그 시대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음을 직시함으로써 예술을 생산해내는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 이르고 있다. 예술과 반예술, 의미와 무의미 사이의 열린 가능성을 탐색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시대를 증언하는 최병소의 실험적 태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개요

-전시 제목 : 최병소 개인전 《意味와 無意味 SENS ET NON-SENS: Works from 1974 to 2020》
-전시 기간 : 2020 년 11 월 26 일 목요일 – 2021 년 2 월 27 일 토요일
-전시 장소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l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5 길 84
-전시 작품 : 혼합 매체 및 설치 총 15 점
- 관람 시간 화요일 – 토요일, 11:00 – 18:00 (일, 월요일 휴관)

* 코로나 바이러스로 동시 최대 관람 인원 제한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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