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고조선에 가서 살고 싶을 정도로 도덕과 문화가 발달했던 고조선의 홍익정신문화가 후대로 갈수록 잊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문화와 정신은 역사를 통해서 이어집니다. 그런데 우리의 고대사서(古代史書)는 고구려와 백제가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군에 망한 후 당나라가 고구려와 백제의 사서들을 불태워서 대부분 소실되었습니다. 신라를 통해서 전해진 고대사서는 후백제의 견훤이 경애왕을 치고 신라서적을 전주로 옮겼다가 왕건에게 토벌당할 때 방화로 소각되었습니다. 고려 때는 민족사관을 지닌 묘청이 사대주의 사관을 가진 김부식에 의해 숙청을 당하면서 김부식의 사대주의 사관에 입각해서 만든 '삼국사기'가 주류로 등장하고 민족고대사서들은 궁궐 한 쪽으로 치워져 있다가 몽고의 난으로 사서(史書)가 소실되었습니다.

이화영 인천계산공고 교사
이화영 인천계산공고 교사

또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세조 3년(1457), 예종 1년(1469), 성종 즉위년(1469), 3차례에 걸쳐서 왕명으로 팔도관찰사(八道觀察使)에게 명하여 ‘민족고대사(民族古代史)’에 관련된 비서(秘書)들을 국가에서 회수하였습니다. 유교를 국가통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은 고조선의 선도사관(仙道史觀)으로 기록된 민족고대사서들을 금서(禁書)로 지정하고 이런 비서들을 바친 자에게는 양반의 경우는 2품계를 높여주고 상(賞) 받기를 원하는 자나 천민들의 경우에는 면포 50필을 상으로 주고 책을 숨긴 자는 참형에 처했습니다. 이렇게 회수된 사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소실되었습니다.

“어떤 민족을 멸망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 나라의 역사를 말살시키는 것이 식민주의자들의 철학이다.” 라고 말한 토인비의 말처럼 일제강점기 시대에 어렵게 명맥을 유지해오던 민족고대사서들이 일제의 한민족혼 말살 정책에 따라 20여만권의 사서가 탈취되거나 소각되었습니다. 외침에 의해 또는 내부 이념의 차이로 고대사서들이 소실되어 오다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 집중적으로 고대사서들이 말살되고 우리 고조선의 역사가 신화로 둔갑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일제는 조선사편수회를 만들어 식민사관에 입각한 우리나라 역사책을 만들어 교육을 했고 해방이후에 친일세력 청산 실패로 식민사학 관점을 벗어나지 못한 역사를 지금도 교육 받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 역사학계에 식민사관이 뿌리 깊게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세운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50억을 들여 제작한 지도가 있습니다. 약 500쪽으로 되어 있으니 한쪽에 천만원짜리 지도인 셈입니다. 이 지도에는 모든 역사시기에 독도가 일관되게 삭제되어 있습니다.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만든 지도에 7년 동안 내내 독도가 삭제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라고 만든 기관에서 만든 지도에 독도가 삭제되어 있던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국회에서 독도를 다시 그려오라고 5개월간의 수정기한을 주었는데도 5개월 후에도 독도가 삭제된 지도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이 지도에는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가 세운 위나라가 우리나라 경기도까지 지배했다고 그려져 있습니다. 또한 한사군 강역을 모두 한반도 북부로 표기했습니다. 한사군이 지금의 하북성 일대에 있었다는 중국 사료는 차고 넘친 반면, 지금의 평양지역에 있었다는 중국 사료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동북아역사지도는 한사군 강역을 모두 한반도 북부로 표기했습니다. 이 지도를 일본이나 중국이 만들었다면 그나마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만든 지도가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도와주는 지도를 만든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동북공정작업으로 만든 지도와 동북아역사지도가 놀랍게도 똑같이 닮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국민세금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을 옹호하는 지도를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2017년에 중국 시진핑 주석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중국의 시각을 옹호하는 자료를 한국학자들이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동북아역사지도에는 4세기까지도 한반도 남부에 백제도 없고 신라도 없고 가야도 없습니다. 이것은 조선총독부의 '삼국사기' 초기 불신론을 추종한 것입니다. '삼국사기' 초기 불신론은 '삼국사기' 초기기록에 있는 백제, 신라, 가야는 없다는 이론으로 조선사 편수회 출신으로 식민사학을 만든 쓰다 소키치 이론입니다. 쓰다 소키치는 친일사학자 이병도 박사의 스승입니다.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이란 김부식이 '삼국사기' 초기기록을 창작해서 만든 것이며, 4세기 이전 한반도에 신라, 백제, 가야가 존재하지 않았고 4∼6세기까지 한반도 남부를 일본이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제시된 이론입니다. '삼국사기' 기록처럼 4세기에 백제 신라 가야라는 강력한 고대국가가 있으면 일본이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할 수 없게 되므로 일제식민사학자들이 '삼국사기' 초기기록을 가짜로 몰았습니다. 그런데 해방된 지 70년이 지났는데도 한국역사학자들이 그것을 추종한 지도를 만든 것입니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동북아역사지도예산을 30억 추가로 신청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제보로 국회동북아역사왜곡특별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이 문제가 국민에게 알려졌고 국민적 분노가 일어나자 2016년에 동북아역사지도가 폐기되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2월에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해서 우려섞인 마음이 듭니다. 지금 주류 역사학계는 2016년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 유사역사 계열의 반대, 정치권 일부의 문제제기 때문에 좌초된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기에 의식이 있는 시민단체들과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민족의 역사가 왜 왜곡되었느냐? 왜적이 침범해서 역사책을 불태우고 내란이 일어나서 우리나라 역사책을 불태워서 왜곡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의 역사가들에 의해서 왜곡이 되었다." 신채호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82년이 지난 지금에도 식민사관에서 못 벗어난 우리를 꾸짖는 신채호 선생님의 호령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