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마주한 몽골의 은하수 사진 한 장을 보고 직장인 이은지 씨는 몽골로 훌쩍 떠났다. 그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고, 거침없고 갑작스러웠다. 그렇게 떠난 첫 여행을 시작으로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산티아고 순례길, 미국 7000km 자전거 횡단 그리고 설악산을 다녀왔다.

여행을 다녀온 후 머릿속이 또 다른 기억들로 채워지며 이전 여행의 잔상이 점점 희미해져 갈 때쯤, 지난 사진들을 들여다봤다. 그때의 벅찬 마음과 믿기 힘들었던 자연의 모습이 되살아나며 눈에, 마음에 담았던 도화지에 한 폭의 수채화가 다시 그려졌다. 그래서 이은지 씨는 자신을 자연여행가라 주장한다. 자신이 본 자연의 모습을 기록해두는 일이, ‘기억의 화가’가 되어보는 일이 좋아서.

이은지 지음 " 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사진 자음과 모음
이은지 지음 " 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사진 자음과 모음

이렇게 기록해 둔 것을 정리하여 《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거침없이 떠난 자연 여행》(자음과 모음, 2023)을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어떤 여행을 했다’라고 소개하는 ‘여행기’ 또는 ‘도전기’가 아니다. “험난한 여행을 하며 느꼈던 사소한 생각과 감정을 꺼내본 잔잔한 책이다.” 여행을 통해 저자가 어떻게 단단해지고 성장해가는지 보여준다.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작정 떠난 몽골에서 이은지 씨는 몽골의 별과 바람과 사막, 게르, 하늘에서 쏟아지던 아름다운 별빛 은하수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토하고 미미한 뇌진탕 증세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한 모든 것이 이은지 씨에게는 새로운 것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몽골 여행에서 그때 동행들, 몽골인 친구들과 모여 앉아 나눈 고되고 힘들었던 마음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은지 씨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 놓는 계기가 되었고,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소극적으로만 살았던 지난날에 마음속으로 삼켜 버렸던 모든 꿈을 다시 꺼내 놓고 직접 실현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생각은 여행 이후 새롭게 태어나서 지금의 새로운 삶을 살게 했다. 한 번의 몽골 여행이 저자의 삶을 바꾼 것이다.

돌아와 저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네팔로 가기로 결정했다. “생전 일탈이라고는 해본 적 없던 나였지만, 인생을 좌우하는 가치관이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지금 이 순간, 미래의 내 앞에 높인 무수한 상황에서의 내가 어떤 선택을 해나갈지 스스로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연골주사를 맞아가며 45일간 걷고 걸었다. 춥고 불안해서 펑펑 울기도 했다. 이렇게 사서 고생한 끝에 새로운 것을 얻었다.

“주어진 환경에만 순응해가며 소극적으로 살아왔던 내가,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결단하고 정해야 할 여러 가지 갈림길과 상황에서 자기자신에게 결정권의 지휘봉을 쥐어준 여행이었다. 그리고 선택해서 결정한 결과는 후회를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한국에 돌아가서 남은 나의 인생도 결코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을 것을 보다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잠시 정박한 곳에서도 여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연습할 것이라 다짐했다.”

이은지 지음 "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사진 자음과 모음
이은지 지음 "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사진 자음과 모음

이만큼 깨달을 수 있는 여행이라면 누구에게나 권장할 일이다. 그런데 직업이 있는 한 저자처럼 여행을 떠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누리고 있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전을 한다는 것이 참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런 질문에 저자가 당시 했던 고민과 결심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내가 정말 인생의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적응된 스트레스를 버텨내며 불평불만뿐인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어떤 숨은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나를 응원하며 색다른 경험을 해볼 것인지 말이다.”

이런 생각 끝에 저자는 이렇게 결심했다. “조금 수월하게 갈 수 있는 길에서 내가 지금 가진 것을 잠깐 멈추고, 어릴 적의 나라면 절대 호기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덤불 뒤를 헤쳐나가 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 가진 것을 내일도 가지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세상이 필요로 하는 조건의 ‘나’로 살아가기보다, 내가 필요로 하는 ‘나’ 자신이 되어 살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이은지 씨는 스스로 자연여행가라고 칭하며 그만의 여행스타일을 만들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자연의 많은 부분은 작디작은 인간으로서 그 탄생과 그 존재 자체조차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 속에서 조금씩 저자는 생전 접해보지도 못했던 무수한 자연의 모습을 만나곤 했다. 그리고 자연 여행을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보다 더 지혜롭고 마음이 풍요한 삶을 갈망하게 되었다. 자연은 알면 알수록 놀라웠고, 자연에 무한한 궁금증을 품게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온전히 누리려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저자는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4년 전, 여태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내 모습을 찾아낸 이후로 내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온실 속의 화초마냥 작은 풍파에도 맥없이 쓰러지고 스스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법을 알지 못했던 그때와는 달리, 온전히 나만을 위한 인생을 사는 지금은 하루하루가 원하는 미래로 가는 발걸음이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근처에 있는 산이라도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누가 알겠는가! 그것이 삶을 바꾸는 변화의 시작이 될지.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이 도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