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아크바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난민들을 치료하는 임상 심리학자다. 그가 만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고문, 전쟁, 성범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그는 이라크 북부의 야영지에서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국제 범죄 단체인 ISIS의 노예가 된 예지드파 여성들과 소녀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을 그곳 심리학자들에게 전수해 왔다. 또한 영국 런던의 심리학자들에게 그렌펠(Grenfell)화재 사건의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을 치료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일까지 전 세계의 난민들 및 심리학자들과 함께 일해왔다.

샘 아크바 지음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 표지. 이미지 한문화
샘 아크바 지음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 표지. 이미지 한문화

그 과정에서 활용한 스트레스 관리법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현실적인 방법까지 임상 심리학과 자신의 모든 이력과 경험을 동원하여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이번에 국내 번역되어 나온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박지혜 옮김, 한문화, 2023)이 그 책이다.

이 책에서 샘 아크바는 ‘심리적 유연성’을 이야기한다. 심리적 유연성이란 인생의 불가피한 스트레스와 그로 인해 나타나는 감정 혹은 생각에 반응하는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심리적 유연성은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라고 알려진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치료 접근법의 핵심되는 개념이다. 지난 40여 년간 수용전념치료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심각한 정신 건강 상태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체중 조절, 금연, 성적 향상,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영역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샘 아크바는 “수용전념치료는 연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일부터 지독한 상사를 상대하는 일, 그리고 만성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일까지 많은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 또한 그만의 절벽에서 떨어지고, 그럴 때면 이 책에 소개한 도구와 기술들을 활용해 다시 기어 나온다고 고백했다. 이 기술들은 그의 삶을 바꿨으며, 그가 주변의 소중한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샘 아크바가 '내가 더 젊을 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어디에서든 이 책을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이 일상의 일부가 되기를 희망한다.

저자는 먼저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 첫 번째 장에서 우리 뇌의 작동 원리를 알려준다. 뇌의 작동 원리를 알면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조금 더 잘 다룰 수 있기때문이다.

이어 여섯 개의 장(생각을 다루는 법, 감정을 다루는 법, 관점을 갖는 법, 현재에 집중하는 법, 중요한 가치를 좇아 사는 법, 행동하는 법)은 심리적 유연성의 핵심이 되는 요소인 생각과 감정, 행동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생각을 더 잘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의 마음은 매번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갈 것이다. 어떻게 생각을 더 잘 다룰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기억, 장면들과 관계를 바꿈으로써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생각이나 이미지를 독재자가 내린 명령처럼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말고 단순한 인지적 현상으로 보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생각이나 이미지가 가진 힘을 무력화하고,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감정을 다루는 법으로 감정에 일정한 자리를 내어주라고 권한다. 이는 기꺼이 감정을 느낄 의지를 갖는 것이고, 어떤 감정이든 상관없이 겉으로 드러난 모든 감정에 열린 자세를 취하고, 순응하고, 호기심을 갖고,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이다.

감정을 받아들이면 얻을 수 있는 큰 선물 중 하나는 삶에서 우리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생각 분리하기’와 ‘감정 받아들이기’ 기술은 우리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발견할 때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저자는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는 방법의 하나로 ‘나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연습’을 추천한다. 나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하는 이들이 어떤 표현으로 나를 설명하는가, 그들이 말해주기를 바라는 나의 삶 모습과 현재의 삶의 모습을 어떻게 다른가? 이 연습을 통해 내가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간호사 브로니 웨어가 많은 환자가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정리했다.

.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더 충실하며 살았더라면 좋았을 걸.

. 조금 덜 열심히 일할 걸.

. 감정을 표현할 용기를 가질 걸.

. 친구들과 더 많이 연락하며 지낼 걸.

. 스스로 더 행복할 수 있도록 허락했더라면 좋았을 걸.

이 다섯 가지는 누군가에게는 후회로 남지만 아직 우리는 이를 바꿀 기회가 있다.

이 책  뒷편 나머지 두 개의 장(자기 자비를 실천하는 법, 자신을 이해하는 법)은 수년간 수많은 환자를 만나오면서 이 두 가지가 행복에 매우 중요하고 심오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추가했다.

'자기 자비'라니 생소할 수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 자비’란 친절, 따뜻함, 애정을 발휘하여 스스로와 공감하는 방법이다. 고통받는 친구에게 자비를 베풀 듯 자기 자신에게도 똑같이 자비를 베푸는 것을 말한다. 많은 연구에서 자기 자비를 실천한 사람들이 인생의 우여곡절과 마주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심리적 고통을 느꼈고, 더 큰 회복탄력성을 보였으며, 삶의 만족도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진정으로 삶의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면 내용 중 적어도 몇 가지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란 어떤 것일까.

"당신은 당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의 가치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이나 감정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통해 당신이 습득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