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슈이치 의사는 자기긍정 지상주의 풍조가 비즈니스 세계는 물론 교육 분야에서도 만연해 있기때문에 오히려 우리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또한 자기긍정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빠져 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을 떠올리면 괴로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서른 살이 갓 넘었을 무렵 쓰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도 근무하던 병원에서 환자가 죽는 경험을 하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대 영화 <패치 아담스(Patch Adams)>라는 영화를 보고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알게 되었다. 삶의 가치와 행복을 느끼는 데는 나의 몸과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나’라는 존재에 몰입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과 의사를 그만두었다. 이후 내면을 들여다보고 관찰하여 나의 마음을 다스리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사회에 전달하고자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닥터로서 일본의 유명 운동선수와 함께 자기존재감을 배우는 수업을 진행하는 다이알로그 스포츠 연구소 대표이사이다. 

쓰지 슈이치 지음 "나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표지. 사진 정유철 기자
쓰지 슈이치 지음 "나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표지. 사진 정유철 기자

《나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세요》(한세희 옮김, 밀리언서재, 2023)은 그가 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경험을 담은 책이다.

자기긍정감은 내가 아닌 외부의 조건이나 평가, 상식, 비교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여기에는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와 생각 그리고 감정에 몰입하여 ‘자기존재감’을 기는 것이 더 행복하다. 이 책에서 쓰지 슈이치가 말하고자 하는 하는 핵심이 이것이다.

사회가 강조하는 자기긍정감은 매사에 긍정을 강요하며 부정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숨어있다. 자기긍정감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먼저 그것이 높은지 낮은지 또는 긍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타인은 물론 사회와 끊임없이 비교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쓰지 슈이치는 강조한다.

“지금이야말로 나를 긍정한다는 명목하에 타인을 부정하거나, 나의 능력을 기르고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우열을 나누는 발상에서 벗어난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기존재감’이다. 자기존재감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원래부터 내가 ‘가진 것’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 말이다. ‘지금 나에게 있는 것’ 자체가 살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이것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기긍정감과 달리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고가 ‘자기존재감’이다.

자기긍정감을 유지하려면 남이 만든 규칙에 맞춰 살아야 한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남이 만든 규칙대로 경기하지 않으면 반칙이 된다. 이렇게 남이 만든 규칙,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면, 결국 나의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살게 된다. 여기에는 행복은 없고 고통뿐이다. “남이 정해준 기준 대신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에 눈을 돌리고 꾸밈없이 솔직하게 자기존재감의 에너지를 자양분으로 삼고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자기긍정감보다 자기존재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해 저자는 먼저 내 안에 있는 ‘나’를 발견해보라고 제안한다. 나를 오롯이 바라봄으로써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나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으며 이 깨달음이 자기존재감의 싹으로 자랄 것이다. ‘나를 보는 것’은 나만 좋으면 괜찮다는 자기중심적인 의미가 아니라, 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을 말한다. 나의 ‘존재’를 발견하고 느끼면, 우리의 마음도 인생도 분명 윤택해질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회도 좋아질 수 있다.

“남과 비교하거나 평가에만 집착하는 사회가 아니라, 자기존재감을 중심축으로 가진 개개인이 나를 소중히 여길 줄 알며, 기꺼이 가족과 조직, 사회와 국가를 사랑하고 내면에 있는 생각과 목적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바뀐다면, 우리의 미래는 훨씬 밝아질 것이다.”

쓰지 슈이치 지음 "나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표지. 사진 정유철 기자
쓰지 슈이치 지음 "나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표지. 사진 정유철 기자

 

저자는 자기존재감을 회복하려면 ‘인지적 사고’에서 벗어나서 ‘비인지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지적 사고는 자기긍정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외부와 다양하게 접촉하여 평가와 분석을 토대로 행동하려는 뇌 기능을 말한다. 우리는 자기긍정감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받고 그렇게 얻은 인지적 사고가 모든 행동을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오늘날 사회에서 자기긍정감을 유지하려면 연봉, 외모, 학력, 지위, 운동 경기 전적, 다니는 회사 등 갖춰야 할 것이 끝도 없다. 외부의 기준과 나를 비교하면서 긍정감을 유지하고 기르기 쉽지 않다. 인지적 사회에서는 자기긍정감이라는 신앙 뒤에는 오히려 자기부정을 조장할 위험이 숨어 있다.

그러므로 비인지적 사고를 해야 한다. 외부의 환경이나 결과만을 생각하는 인지적인 자기긍정감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인지적인 자기존재감이 앞으로 우리 시대의 구세주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비인지적 사고는 나의 내면, 즉 나라는 존재와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고를 말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고’이다. 이 사고방식을 잘 익히면 자기긍정감을 기를 필요도 없으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고 나다운 인생을 살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았다’고 말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과 “지금 당장 자기존재감을 기르는 연습”을 이 책 뒤편에 담았다. 저자가 권하는 방식대로 실천하다보면 자기존재감이 길러지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