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프레지던트》(탁현민, 메디치, 2023)은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로 시작한다. 뭔가 기념식에 참석할 때 사회자가 하는 멘트이다. 이 책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 있었던 대한민국 국가기념식과 대통령 일정에 관해 썼다. 지은이 탁현민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 대통령행사를 전담하는 선임행정관,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청와대의전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재임 중 국가기념식, 대통령 행사, 외교 행사를 기획, 연출했으며 남북 문화 교류 행사의 총연출 및 남북정상회담의 의전 실무를 담당했다.《미스터 프레지던트》는 그가 담당했던 기념식과 행사, 의전 실무에 관한 내밀한 기록이다.

탁현민 지음 "미터스 프레지던트" 표지. 사진 메디치
탁현민 지음 "미터스 프레지던트" 표지. 사진 메디치

 

지난 5년 1825일동안 1195개의 대통령 일정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시절 국가기념식이나 대통령 일정이 자주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여 개최되거나 방문하였다. 그때마다 국내외에서 화제가 되었다.

2020년 9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때 질병관리청이 새로 출범하였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초대 청장으로 임명되었다. 대통령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임명장을 직접 수여하기로 했다. 통상 대통령은 장관급 이상만 직접 임명장을 수여했기에 이례적이었다. 게다가 대통령은 질병관리청을 직접 방문해 임명장을 수여했다. 대통령이 해당 부처에 직접 방문해 출범하는 새 기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질병관리청 직원들에게 대통령과 국민이 보내는 감사와 격려였다. 이 장면을 보며 코끝이 찡해졌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기념식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곤 했다. 이런 의견에 탁현민 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기념식은 새로울 게 하나도 없었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처음 기념식이 만들어진 이유와, 그날의 감격과, 그날의 슬픔과, 그날의 감정을 복원하려 했을 뿐이다.”

이러한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여 치른 기념식을《미스터 프레지던트》에서 돌아보며 그날의 뜨거웠던 마음이 다시 느껴졌다.

책 뒤편에서 저자는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행사를 기획하는 일’에는 몇 가지 이야기를 남겨두었다. 먼저 ‘애정’을 이야기했다.

“‘애정’을 가져야 한다. 가까이 모시고 있는 대통령부터 멀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저 건너편 사람들까지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졌던 ‘직’을 맡는 순간부터는 ‘정치적 입장’을 버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반복과 질시를 내려놓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라’고 했다.

“국가 행사는 극단의 국민도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어제까지 싸우던 여야도, 이해가 다른 각 부처도, 세대도, 성별도 상관없이 한자리에 모인다. 반목과 질시를 잠시 내려놓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독립유공자, 참전용사, 민주화 유공자를 존경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을 존경하고 그러한 마음에 진심을 담으면, 연출 기법을 모르는 것쯤은 아주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젊고, 어린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우리가 했던 모든 참신한 시도들은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배웠다”고 했다.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면, 조금은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자신보다 어린 사람, 예의 없고 삐딱한 사람과 함께 일하길 권한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쓰기 전에 저자는 미리 전제했다. 그가 경험했던 것들이 다음에도 유효한 것은 아니라고. “우리의 경험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서만 유효할 뿐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다만 참고되어야 할 뿐이다 ‘방법’이 아니라 ‘이야기’로 들었으면 한다.”

책을 통해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행사로 문재인 정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