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순신 장군이라고 하면 ‘성웅(聖雄)’, 갑옷을 입고 큰 칼을 들고 왜적을 노려보는 장군의 모습을 떠올린다. 오직 나라만을 생각하여 왜적을 물리치는 데 모든 것을 바친 장군, 성인 같은 영웅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도 인간이었다. 인간으로서 희로애락을 느꼈다.

안지상 장편소설 "이순신, 사랑을 하다" 표지  사진 안지상
안지상 장편소설 "이순신, 사랑을 하다" 표지 사진 안지상

안지상 작가는 늘 근엄한 모습의 위인으로 박제된 이순신 장군이 아닌 인간 이순신을 조명한다. 안지상 장편소설 《이순신, 사랑을 하다》(ILOVE BOOK, 2023)’는 청년 이순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순신, 사랑을 하다》는 이순신이 어린 시절부터 결혼 후 장인에게 무예를 사사받기까지 삶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순신이 골목대장으로 전쟁놀이를 하는 어린 시절부터 학문과 무예를 닦으며 류성룡 등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점점 기우는 가세에 아산으로 이사하면서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며 분노하고 좌절하기도 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담았다.

안 작가는 전쟁터에서 늘 승리하는 영웅 이순신의 모습이 아닌 넘치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면서 방황하고 불안해하는, 그리고 사랑을 갈구하는 청년 이순신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안 작가는 “많은 이순신 관련 작품이 이순신의 전투와 고뇌를 다루긴 했지만, 그에게도 분명 젊은 시절 미숙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완전무결하여 접근하기 어려운 영웅이 아닌, 한 청년으로서 겪었던 시련을 오늘날 청년들의 모습에 투영하여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특히 제목에서처럼 청년 이순신의 로맨스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가는 “이순신 역시 사람이었기 때문에 젊은 시절 이성을 만나면 분명 가슴 설레는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난중일기》만 봐도 아내가 아프면 걱정하는 애처가 이순신을 만나볼 수 있는 만큼 젊은 이순신의 사랑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이순신 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신은 자라면서 활쏘는 솜씨를 비롯하여 무예가 뛰어나고 학문도 깊어진다. 신분을 넘어 가난한 아이들을 모아 글을 가르친다. 그러나 탐욕에 눈먼 자들은 그런 이순신을 그냥 두지 않았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순신을 유혹하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면 온갖 술수를 쓴다. 하지만 이순신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저항하며 바꾸어 나가려고 애쓴다. 그러나 불의한 이들과 싸움은 점점 격해지고 마침내는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죽음의 승부를 벌이게 된다.

이 소설은 실존 인물인 이순신의 젊은 시절을 기존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오늘날 청년들의 마음을 담은 작가의 공감 어린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재구성하였다. 이러한 서사는 위대한 전쟁 영웅 이순신이 아닌 가슴 뜨겁게 사랑을 불태우는 청년 이순신으로 되살려 놓았다.

이렇게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이순신은 당시뿐만 아니라 오늘날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순신, 사랑을 하다》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다. 내용 전개가 빠르고 대결 구도가 분명하며 여러 차례 대결이 이루어져 긴장감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청년 이순신. 그 또한 인간이었다. 《이순신, 사랑을 하다》를 읽고 나면 장군 이순신 모습에 사랑에 빠진 이순신의 모습이 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