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된 영화 "밀정"은 김지운 감독, 송강호, 공유, 한지민 주연의 1920년대 독립운동사를 그린 영화다.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2016년 개봉된 영화 "밀정"은 김지운 감독, 송강호, 공유, 한지민 주연의 1920년대 독립운동사를 그린 영화다.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2016년 개봉된 영화 <밀정>은 김지운 감독, 송강호, 공유, 한지민 주연의 1920년대 독립운동사를 그린 영화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원작은 김동진의 소설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이다. 영화는 1923년 경성에서 기획된 의열단의 2대 투쟁, 김상옥의 장렬한 죽음과 2차 폭탄암살 투쟁을 위한 폭탄 반입 작전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 주인공 가운데 조선총독부 경무국 경부로 나오는 이정출(송강호 분)은 황옥을 모티브로 한 가공의 인물.  본래 임정의 통역인이었으나 배신하여 밀고한 공으로 조선인 출신으로는 올라가기 힘든 경부(경감)계급까지 올라간 인물이다. 김우진(공유 분)은 김시현을 모티브로 한 인물로 작전에 참가하는 의열단원들의 리더격으로 경성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한다. 연계순(한지민 분)은 여성 의열단원 현계옥이라는 실존 여성 독립운동가를 모티브로 하며 의열단장 정채산의 비서로 폭탄 제조 전문가인 헝가리인 아나키스트 루비크와 위장 결혼을 했다.

영화 "밀정" 스틸.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영화 "밀정" 스틸.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이정출은 항일무장투쟁단체인 의열단의 뒤를 캐기 위해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에게 접근한다. 동시대의 양 극단에 각각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와 속내를 감춘 채 호형호제하는 등 가까워진다. 하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 간에 새어 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조선총독부 등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 총독을 비롯한 요인암살을 목적으로 상해에서 폭탄을 제조해 경성까지 운반하려 한다. 이러한 첩보를 입수한 일본경찰은 상해에 모이게 된다. 잡아야 하는 일본 경찰과 잡힐 수 없는 의열단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중스파이 이정출은  결국 경성으로 향하는 기차 칸에서 의열단을 뒤쫓고 있던 하시모토 경부를 죽이고 의열단 내 밀정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등 의열단이 경성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정출의 제보에 따라 밝혀낸 밀정은 조회령(신성록 분), 김우진의 친구였다.  밀정임이 들통나자 조회령은 이렇게 말한다.

조회령 : "그 동안 한 번이라도 성공한 적이 있나? 시골뜨기 몇몇 시켜서 폭탄을 투척한다고 해서 독립이 되겠는가?"

김우진 : "의열단의 이름으로 적의 밀정을 척살한다."  지옥에서 다시 보자고 하며 친구인 밀정 조회령을 처단한다.

영화 "밀정" 스틸.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영화 "밀정" 스틸.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이정출은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 내렸고 김우진과 일행은 경성역에 무사히 도착한다. 하지만 경성역에는 일본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고,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 때문에 이미 신분이 노출된 연계순은 총격전 끝에 체포되고 만다. 김우진과 남은 일행은 훗날을 기약하며 경성역을 빠져 나간다. 의열단의 또 다른 밀정으로 인해 이정출과 김우진은 잡히게 되고 법정에서 이정출은 일본 경찰로서 김우진 일행을 일망타진하기 위하여 도와준 척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해 한다. 그래서 얼마 후 이정출은 풀려났고 김우진과 약속한 대로 상해에서 반입한 폭탄으로 일본인 구락부를 폭파하여 경무국 히가시 부장을 비롯한 일본 요인과 친일파들을 제거하였다. 이정출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내고 정채산의 부하에게 폭탄을 남기고 떠났다. 폭탄을 넘겨받은 의열단원은 자전거에 폭탄을 싣고 조선총독부로 돌진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밀정>에 특별 출연한 배우 이병헌이 열연한 배역이 의열단장 정채산이었다.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가 말했던 대사는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

의열단장 정채산은 낚시꾼의 미끼를 먼저 물자고 하면서 이정출을 상해에서 만난다. 정채산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이정출의 마음을 움직인다.

정채산 : "난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또한 사람의 말도 믿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이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을 믿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역사 위에 이름을 올릴 것인지 정할 때가 옵니다. 이 동지는 어느 역사 위에 이름을 올릴 거요?"

계속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의열단장 정채산은 이렇게 말한다.

정채산 : "사람은 실패하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실패가 쌓이면 그 실패를 딛고 한 번 더 나아갑니다. 결국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게 됩니다."

이것은 밀정 조회령이 한 계속된 실패에 변절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하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정출은 일본경찰과 의열단 사이에서 이중스파이였지만 마음만은 하나였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정채산이 말한 것처럼 "첩자라도 조국은 하나다" 라는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마음이 의열단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보았다.

역사는 말한다. 빛과 어둠이 동시 존재하며 어둠이 있기에 빛이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말이다. 난세에 영웅도 있지만 밀정도 존재한다.

나라 없는 백성으로 침략자들과 맞서야 했던 어려운 시기, 많은 고뇌와 갈등이 있었을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은 영화보다 더 치열했을 것이다. 희망이 없는 절망의 끝에서 배신을 선택했던 밀정도 있었지만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