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을 스크린으로 옮겨 온 영화가  〈영웅〉이다. 대일항쟁의 신호탄이 되어 주었던 안중근 장군의 하얼빈 대첩 그리고 그의 마지막 1년을 영화한 것으로 영화 포스터에서 말하는 것처럼 안중근 장군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독립군 대장임을 다시 한번 알릴 필요가 있다. 의로운 한 개인의 의거가 아니라 독립군 대장으로서 군사작전을 수행하였음을 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뮤지컬 〈영웅〉 초연부터 함께 해 온 안중근 역의 정성화 배우는 그가 영화 〈영웅〉에 캐스팅된 것을 두고 "그 동안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들이 혼자만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보다 훌륭한 배우들이 많았고 제가 캐스팅된 것 자체가 그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촬영 현장에서는 혼을 갈아서 했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가 연기에 혼신을 다 하도록 만들었을까?

영화 '영웅' 스틸. 이미지 CJ ENM
영화 '영웅' 스틸. 이미지 CJ ENM

마지막 장면에 ‘장부가’ 노래를 부르는데, 열세 번이나 촬영했다고 한다. 맨 마지막 열세 번째 할 때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고 거의 실신할 뻔했다고 한다.

코레아 우라! 가슴 벅차오르는 뮤지컬 영화 〈영웅〉의 떼창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날을 위하여, 우리 모두 어깰 감싸며 말하네
힘을 내자고, 바람이여 도우소서
우리에게 힘을 주오. 기약 돼있는 그날을 위하여
자! 우리들의 외침 세상이 들으리라
민족의 울음 뜨거운 열정,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위해~ ”

1909년 10월 뜨거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스크린에 담은 영화 〈영웅〉, 대한제국 독립군 대장 안중근과 동지들이 펼치는 하얼빈 거사의 순간을 영화화 했다.

조마리아 여사 : “이번엔 또 어디를 간다고?”
안중근 : “로마 교황청 좀 다녀오려고요. 돈의학교 운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안응칠, 즉 안중근의 어릴 적 이름이 적힌 배냇저고리를 들어보며 오늘도 그의 생환을 기도한다. 가족들을 떠나 안중근이 도착한 곳은 바로 전쟁터였다.

1908년 6월 제1차 국내 진공작전을 승리로 이끌고, 1908년 7월 제2차 국내 진공작전까지 안중근이 지휘한 의병부대는 지는 법을 몰랐다. 그런데 남은 포로를 사살하려는데, 안중근은 전쟁 포로는 죽여선 안 된다는 만국공법을 모르느냐며 풀어 주라고 한다. 이렇게 풀어 준 일본군 포로에 의해 주둔지가 드러난 안중근의 독립군 부대는 일본군의 기습 공격에 큰 타격을 입고 후퇴하게 된다.

한편 조선 강점을 왜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이토 히로부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토 히로부미 : “지금의 조선은 좋아해 주는 척하면서 달래야 될 때야. 개가 사람을 따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 지 아나? 첫 번째 죽을 만큼 패서 겁을 주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좋아해 주는 척 살살 달래서 스스로 꼬리를 흔들게 하는 방법이지. 그러다가 자기 분수도 모르고 기어오를 때 그때 패도 늦진 않아.”

이어서 명성황후를 제거한 이유를 묻자 이토 히로부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토 히로부미 : “개가 주인을 물려고 할 때는 죽여야지”

명성황후를 끝까지 모셨던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는 게이샤가 되어 이토의 총애를 받는 위치까지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 '영웅' 스틸. 이미지 CJ ENM
영화 '영웅' 스틸. 이미지 CJ ENM

 

1909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이곳은 최재형 선생을 중심으로 한 연해주 독립운동의 거점이 있는 곳이다. 첩보원 ‘설희’는 틈틈이 이토의 근황을 전하며 돕고 있었다.안중근도 이곳으로 도착했다. 최재형 선생에게 왼손을 내보이는 안중근, 그의 손가락 하나가 잘려있었다.

안중근 : “이 손가락을 자르면서 동지들과 어떤 맹세를 했는지 아십니까? 3년 내 우리 민족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를 처치하지 못하면 그땐 자결하겠다. 전 그 맹세를 지키려고 여기 왔습니다.”

안중근은 이곳에서 독립군 옛 동지인 우덕순,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돕고 있었던 조도선을 만난다. 이들은 훗날 일본군 재판정에 같이 서는 하얼빈 거사의 영웅들이다.그리고 연락책인 유동하, 연해주 만두집 사장 마두식(조우진)의 동생이자 우덕순과 함께 전쟁터에서 날리던 마진주까지 오랜만에 독립군들이 만났지만 결국 은신처를 들키게 되고, 일본 순사들에게 쫓겨 달아나지만 우덕순이 붙잡히고 마는데, 독립군 최고 명사수 조도선의 실력 발휘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는 와중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이들에게 전해진다.

최재형 : “날짜는 아직 몰라.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날 것 같다는 데....”
안중근 : “이토를 처단합시다.”
최재형 : “무슨 소리인가?”
안중근 : “이토를 이렇게 가깝게 만날 확률은 살면서 두 번 다시 없을 겁니다.”
조도선 : “그래도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텐데...”
안중근 : “지금껏 우리에게 쉬운 일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소? 우리가 이토를 처단해야 하는 이유는 일본 제국주의의 원흉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사 날짜가 잡히게 된다.

최재형 : “이토가 대련과 여순, 채가구를 거쳐 하얼빈으로 온다는 소식이네. 드디어 거사 날짜가 잡힌 거야.”

기뻐하는 독립군들 사이로 안중근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최재형 : “왜, 무슨 문제가 있나?”
안중근 : “정보원에게 알려주세요. 이번 회담에서 이토가 러시아에 어떤 제안을 하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고...”

설희는 다시 한번 이토에게 접근해 본다. 이때 이토 히로부미의 입에서 ‘식민통치’ 라는 말이 나온다.

이토 히로부미 : “러시아에게 만주를 내어주는 대신 조선에 대한 식민통치를 인정받아야지.”

설희는 이 소식을 급하게 연해주에 타전하였고, 마침내 독립군들은 모든 정보를 손에 쥐게 되었다.

#그날을 기약하며(song by 정성화,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잠자던 내 영혼, 지친 나에게 스쳐가며 말하네
이제는 떠나가야 할 시간, 그것은 너의 길
험난한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겠지
머나먼 타국 땅에서, 하지만 그것은 내게 주어진 운명
빼앗긴 조국 신음하는 우리의 부모 형제
기약 없는 내일과 두려운 미래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어
시간이 흐른 후 역사 속에서 사라져
이름도 없겠지만 후회 없이 살고 싶어”

마침내 그날 아침, 중국 하얼빈 기차역에는 안중근 단 한 사람뿐이었다. 혹시 몰라 다른 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덕순과 조도선은 러시아 헌병들에게 붙잡힌 상황. 

가슴에 흰 손수건을 단 이토가 등장하자,

안중근 : “이토, 당신의 헛된 꿈은 이제 끝났소. 이젠 끝이요.”
안중근 : “꼬레아 우레(대한제국 만세) 꼬레아 우레(대한제국 만세) 꼬레아 우레(대한제국 만세)”

이후 일본 재판정에 선 그는 그곳에 모인 전세계 기자들 앞에서 그간 이토와 일본의 만행을 낱낱이 고발하였고 결국 사형선고와 함께 순국을 맞게 된다.

영화 〈영웅〉은 안중근 장군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모두가 안다고 하지만 사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안중근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인 뮤지컬 넘버와 뮤지컬스러운 연출과 스토리를 통해 그때 그 순간을 아주 극적으로 재현해 내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대한민국 독립군 대장이다”

#장부가 : song by 정성화(안중근)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었으니 죽어도 그 뜻 잊지 말자”

특히 영화 후반 나문희 배우가 연기한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나레이션과 함께 부르는 노래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는 듣고 있으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 song by 나문희(조마리아 여사)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너를 안고 싶구나...”

#영웅 : song by 정성화(안중근)

“하늘이시여 지켜주소서, 우리가 반드시 그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안중근의 재판은 또 다른 의미의 전쟁이었다. 즉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총성 없는 전쟁이었던 것이다.

결국 순국 5개월 후 경술국치로 국가의 주권을 상실하고 말았다. 한민족은 국난이 일어날 때마다 기층민들이 자발적으로 의병이 되어 나라를 지켰고 그 전통이 동학으로 이어졌으며, 동학의 후예들이 다시 을미의병, 을사의병, 정미의병을 거쳐 독립군이 되었다. 안중근으로부터 시작된 대일항쟁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평범한 기층민들이 그들의 아들과 딸만큼은 해방된 조국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한민족의 빛나는 얼이 이어져 왔으며, 오늘을 사는 한국인들은 이제 민족정신의 광복을 위하여 나설 때이다. 이것이 바로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정성화 배우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던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