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역사지도란 무엇인가?

답 : 역사를 보는 시야를 넓히고 객관화 할 수 있는 도구를 말한다.

위와 같이 답한다면 인공지능서비스인 Chat GPT의 답변보다 못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인문학적 견해를 갖고 답한다면 어떻게 답을 할 수 있을까? 한 학생의 질문으로 시작된 역사지도의 의미를 인공지능이 아닌 휴머니즘을 갖고 답변을 해 보고자 한다. 인공지능 또한 인간이 만든 창조물이며 역사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길 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지도를 펴 놓고 공부한다면 훨씬 더 이해하기가 쉽다. 그리고 주변국까지 이해해야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왕조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주변국의 이해는 중요하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길이 생겨나고 그 길 위에는 많은 사람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그래서 길 위에는 스토리가 있고 역사가 숨겨져 있다. 길을 걸으며 오랜 기간 점철된 삶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다 보면 시ㆍ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찾을 수 있다. 그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이 지도이다.

길을 찾아갈 때 지도가 있으면 길을 놓치지 않게 해 주고,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그 가늠자가 되어 주기도 한다. 나침반과 지도만 주어진다면 목적지까지 더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제공하는 다양한 길 안내 서비스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서 지도가 의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지도가 주는 인문학적 탐험의 매력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지도는 일반도와 주제도로 나눌 수가 있는데, 역사 지도는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있는 주제도가 될 것이다. 역사 지도의 사전적 의미는 역사적 사건이나 옛 지명 또는 사회발전의 역사적 과정을 보여 주는 지도이다. 즉 과거 특정 시점의 사건이나 상태를 보여 주는 지도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결하고 가겠다. 한 학생이 또 물었다.

문 :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역사 지명이 나오는데 이것은 주제도일까요? 아니면 일반도일까요?

답 : '대동여지도'는 조선후기 지리학자 김정호가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지도를 만들 의도로 제작한 지도로서 한 번에 많이 찍어낼 수 있는 목판본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특정 시ㆍ공간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하여 만든 역사지도는 아니며 두루두루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일반도입니다.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도 글로만 읽을 경우 사건의 전개 과정을 우리나라 중심으로 인식하기가 쉽다. 하지만 역사 지도를 펼쳐 놓고 역사책을 함께 읽으면 이웃 나라까지 포함해 더 넓은 시야로 보고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역사를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관심의 대상을 ‘나’에게서 ‘상대방’으로 넓혀 나갈 때 ‘나’가 더 잘 보일 수 있음을 역사 지도를 통해 알 수 있다. 이것은 비교 대상의 유무 차이다. 역사 지도는 우리가 역사 이야기를 읽을 때 좋은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고 길잡이 역할도 해 준다. 역사 인물이 활동한 공간과 이동 경로 등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공간을 종이 위에 시각적으로 표시함으로써 직접 유적지를 답사하는 것만큼이나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역사 지도는 텍스트를 보조하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때로는 장황한 설명보다 단 한 장의 역사 지도가 역사적 진실을 더 명확히 전해 주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역사 지도는 역사 공부에 필요한 훌륭한 보조 자료이면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 지도가 역사적 사실을 언제나 공정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 서술이 역사가의 사관에 따라 다르듯이 역사 지도도 제작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역사 지도를 마주할 때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런 것인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합리적 의심이 우리가 역사에 지속해 흥미를 갖게 해 준다.

지도는 기능에 따라 일반도와 주제도로 나뉜다고 했는데, 일반도는 축척에 따라 고루 그렸기 때문에 일반도는 지형·행정 경계·교통망· 가옥·토지이용 등 일반적인 내용이 종합적으로 나타나 있다. 1:50,000 지형도, 1:25,000 지형도, 교육용 한국전도 또는 세계전도 등이 이에 속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1:50,000 지형도는 실제 토지 길이 1km를 2cm로 줄인 것으로, 한국 국토 전부가 빠짐없이 실려 있다.

반면에 주제도는 특정한 주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도이다. 지도는 사용 목적이나 기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다. 지도의 종류는 지도를 사용하는 목적, 만드는 방법, 형태, 축척 등 여러 기준에 의해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땅 위의 일반적인 내용을 종합적으로 나타낸 지도를 일반도라고 하고, 특정한 주제에 대한 내용을 나타낸 지도를 주제도라고 한다. 지표에 나타난 모든 현상을 하나의 지도에 표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이용 목적에 알맞은 특정 지리 현상만을 표현한 주제도를 작성한다. 주제도는 특정 현상의 분포 특성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지리를 학습하는 데 매우 쓸모 있는 도구가 된다. 주제도는 일반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며, 산업, 기후, 인구, 교통 등의 특정한 주제에 대한 공간적 변이와 지역 간의 다양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인구분포도, 교통도, 산업 분포도, 기후도, 지질도, 토지 이용도, 관광지도 등이 주제도에 해당한다.

길 위에서 만나는 우리 역사,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역사지도이다. 일전에 우리나라 역사를 상고사부터 현대사까지 지도만으로 강의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은 자격증 시험 준비를 위하여 족집게 과외를 원했을지 모른다. 열정적으로 한 것에 비하면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도 안에 역사가 다 들어 있음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마음도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