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이다. 절기상 춘분이 지나 해도 길어졌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어떻게 자연은 한결같은지 경이롭기만 하다. 절기로 볼 때 춘분 전이 경칩이었다. 어른들은 경칩을 개구리 입 터지는 날이라고 한다. 경칩 때 개구리 울음소리로 밤새 시끄러웠다. 선조들은 개구리 울음소리로 한 해의 점을 치기도 하였다고 한다.

봄이 되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학교도 살아 움직인다. 생명이 움트는 봄의 향연이 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대학도 활기를 찾고 강의실에서는 학구열로 학생들의 눈빛이 빛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중 한 학생이 질문한다.

“한국인은 모두 단군의 자손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들은 ‘유사 이래’라는 뜻으로 ‘단군 이래’라는 말을 쓴다. 그런가 하면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 홍익인간 뜻으로 나라 세우니 대대손손 훌륭한 인물도 많아~”로 시작되는 <역사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 이라는 노래도 있고,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 우리는 한 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로 끝나는 <서로 서로 도와가며> 라는 동요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모두 단군의 자손이라는 말이 성립 가능한가?

이것은 모두 한국인이 갖고 있는 역사 상식에서 비롯된다. 한국인들은 모두 한민족이고, 한민족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갖고 있으며 단일민족이라고 하는 것이다. 단일민족이기 때문에 한국인은 모두 단군의 자손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선 '한국인은 모두 단군의 자손이다' 라는 말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한국인들은 민족계통으로 보면 한민족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민족의 종족계통은 예맥계, 숙신계, 동호계 등 단군조선의 세력범위 내에 있던 종족집단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물론 단군조선 붕괴 이후 열국 시대를 거치면서 단군의 통치 하에 있던 많은 거수국(제후국)이 독립하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고대국가로 발전해 나간다.

예맥계는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등으로, 숙신계는 읍루, 물길, 말갈, 여진 등으로, 동호계는 선비, 거란, 몽골 등으로 분화해 간다.

단군조선은 고고학적으로 보면 요하문명을 일으켰던 홍산문화인과 하가점하층문화인들을 중심으로 빗살무늬토기, 고인돌, 비파형 청동검 및 세형동검 등을 남긴 집단으로 추정한다.

그 분포 지역이 요서와 요동, 만주, 한반도 지역을 다 아우르고 있다. 같은 민족집단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혈통도 중요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언어, 문화, 풍습 등을 공유하는 역사 공동체로서의 특성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혈통이라고 하는 것이 인접 지역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섞이게 마련이고, 언어, 문화, 풍습 등이 공유되다 보면 강한 결속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국가이고 지금의 국가체제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혈통적으로 봐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우리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님을 생각해 보면 2명이지만 부모의 부모는 4명…… 이런 식으로 N세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즉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현재 우리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조상은 헤아리는 것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많아질 것이다. 이것을 좀 더 풀어 보면 다음과 같다.

위로 1대를 올라가면 내게 유전자를 준 사람은 2¹ = 2명(아버지, 어머니), 2대를 올라가면 내게 유전자를 준 사람은 2² = 4명(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 2ⁿ, 100대조인 경우 2의 100승, 30대조인 경우 2의 30승 으로 이것을 10ⁿ으로 환산하면 10의 9승, 즉 10억 명이 된다. 이것은 약 1,000년 전으로 당시 지구상의 인구보다도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조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웠다는 4,356년 전 나에게 유전자를 준 할아버지, 할머니는 모두 몇 명이 되겠는가? 결론적으로 모든 인류는 하나에서 비롯되었고,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국인은 모두 단군의 자손이라는 말이 성립된다.

“한국인은 모두 단군의 자손이라고 할 수 있나?” 라는 질문에 답을 다시 정리하면 일반적으로는 혈통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하지만 위의 내용과 같이 혈통적으로도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여기서 비롯된 것이 홍익인간의 정신이다. 홍익(弘益) 중 익(益)에는 1. 다 아우르다, 2. 더하다, 3. 이롭다는 뜻이 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이롭다는 뜻은 세 번째 뜻이고 첫 번째 뜻은 다 아우르다, 즉 모두가 하나라는 뜻이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이기도 한 홍익인간의 진정한 의미는 모두가 하나임을 깨닫고 공생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의 시작이 단군에서 비롯되었음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그것이 한국인의 정체성이자 자긍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