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토그래프.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토그래프.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영화가 시작된 19세기, 그 시절 영화사를 이끈 인물과 유물을 만나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은 3월 7일(화)부터 한국영화박물관(서울 상암동 소재)에서 <초기영화로의 초대 An Invitation to Early Cinema> 체험 전시를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초기 영화사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최초의 1인용 영사기인 키네 토스코프와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를 실물 모형으로 재현하고, 관객이 직접 필름 채색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요소를 가미하여 기획되었다. 19세기 후반 제작된 최초의 영사기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초기 영화사를 학습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 수많은 발명가의 노력과 열정, 경쟁 속에서 탄생한 영화는 지난 130여 년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기록 매체이자 대중적인 예술 매체였다.

키네토스코프,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키네토스코프,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이번 전시는 총 4개 부문으로 나눠 △ 필름 영화와 1인용 영사기를 최초로 만든 에디슨과 딕슨의 키네토스코프,  △함께 보는 영화를 탄생시킨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 △영화에 서사를 도입한 최초의 여성 감독 알리스 기, △단순한 기록을 넘어 영화를 예술로 인지하고 영화 언어를 창조한 조르주 멜리에스를 중심으로 초기영화가 어떻게 발명되고 발전했는지를 소개한다. 더불어 당시 영사기를 실물로 재현하고, 인터랙티브 체험 요소를 배치하여 관객이 직접 초기영화를 체험해볼 수 있다.  초기영화의 중요한 순간들을 마주하며, 과연 ‘영화’는 무엇인지, 미래의 영화는 어떤 모습일지 조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필름 영화의 시대를 연 에디슨의 키네토그래프 & 키네토스코프

축음기, 전구 등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었던 토머스 에디슨이 최초의 1인용 영사기도 발명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조수 윌리엄 딕슨과 함께 사물의 움직임을 촬영하고 재생할 수 있는 장치인 영화 필름 카메라 ‘키네토그래프’와 1인용 영사기인 ‘키네토스코프’를 발명했다. 그리고 1894년 4월 6일 뉴욕 브로드웨이에 열 대의 키네토스코프를 갖춘 영업점을 개장했다. 대중 상영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최초의 영화’ 타이틀은 이후에 발명된 시네마토그래프에 내주었다. 그러나 이 장치에 사용된 셀룰로이드 필름의 천공 방식은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으며 필름 영화의 시대를 열었다.

시네마토그래프,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토그래프,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이번 전시에서는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를 실물 그대로 재현했으며, 마치 1860년대 뉴욕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모형 동전을 넣으면 구동되는 키네토스코프를 통해 에디슨이 제작한 초기영화 3편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의 탄생,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

오귀스트와 루이 뤼미에르 형제는 자신들이 발명한 시네마토그래프로 촬영한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을 1895년 3월 22일 국립산업진흥원에서 산업관계자들로 구성된 대중을 대상으로 최초 상영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28일에는 파리 그랑 카페의 인디안 살롱에서 최초 유료 상영회를 개최했다. 영화의 기원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분분하지만, 스크린 영사를 통해 대중이 동시에 영화를 보는 공동체적 관람을 가능한 이 상영회가 개최되었던 1895년을 일반적으로 영화의 원년으로 기념한다. 

이번 전시는 파리 그랑 카페를 그대로 옮겨왔다. 실물 재현한 ‘시네마토그래프’로 당시 상영하였던 10편의 초창기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시네마토그래프 영화 상영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최초의 포스터와 첫 유료 상영 프로그램 전단, 그랑 카페 상영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프랑스 뤼미에르 연구소로부터 협조받아 전시한다. 

또한, 뤼미에르 형제는 1896년부터 동남아와 아프리카를 비롯한 31개국에 숙련된 오퍼레이터들을 파견하여 각국의 이색 풍물, 사건들을 기록하게 했는데, 뤼미에르 형제에게 가려져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바브리엘 베르와 같은 오퍼레이터들이 만든 주요 작품 6편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역사에서 가려졌던 최초 여성 감독, 알리스 기

알리스 기는 세계 최초 여성 감독으로 영화 제작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상영회에 참석한 그녀는 1896년에 양배추에서 아이가 태어난다는 프랑스 민담을 소재로 한 <양배추 요정>을 연출한다. 그녀는 영화 언어의 발명가라 불리는 조르주 멜리에스와 서사를 영화에 도입한 최초의 감독 자리를 놓고 경쟁한 인물이다. 초기영화의 대표적인 선구자이지만 여성의 이름을 현장 총괄 책임자인 감독으로 크레디트에 기록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시대적 분위기와 작품의 소실로 그의 업적은 영화사에서 오랫동안 누락되어 왔다.

‘알리스 기’ 섹션 미디어 월,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알리스 기’ 섹션 미디어 월,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양배추 요정>, <식탐>(1906) 등 알리스 기가 연출한 7편의 작품이 전시된 미디어 월을 감상하며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지만, 초기영화의 발전에 기여한 선구자의 위대한 열정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로 꿈꾸게 한 조르주 멜리에스

뤼미에르 형제가 주로 일상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의 시조로 간주 된다면, 조르주 멜리에스는 극영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연극이나 문학처럼 영화 역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 장치이며, 영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빠르게 자각했다.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여 오늘날 활용되는 많은 영화적 기법을 발명했다. 멜리에스의 대표적인 영화로 최초의 SF영화라 일컬어지는 <달세계 여행>(1902)과 최초의 공포 영화로 명명되는 <악마의 성>(1896)이 있다.

‘조르주 멜리에스’ 섹션 미디어 월,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조르주 멜리에스’ 섹션 미디어 월,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상당한 수준의 그림 실력을 갖추고 있던 멜리에스는 최초로 스토리보드를 영화 제작에 활용한 감독으로 기록되어 있고, 환상적인 세트 제작으로 영화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필름 위에 직접 채색하여 마치 컬러 영화처럼 보이게 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랑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로부터 협조받은 멜리에스의 스토리보드들과 주요 사진들, 다양한 영화적 기법을 확인할 수 있는 그의 대표작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이 전시를 위해 제작된 오마주 영화 <조르주 멜리에스, 영화 대탐험>(김한상, 2022)과 태블릿에 설치된 멜리에스의 대표작 <달세계 여행>의 주요 장면을 관람객이 채색하면 거대한 우주 공간 스크린에 반영되는 인터랙티브 체험 활동은 <초기영화로의 초대>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한국영화박물관에서 3월 7일(화) 오전 10시부터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관람료는 무료다. 또한, 단체 관람 및 전시 해설을 제공하기 위하여 ‘한국영화박물관 서포터즈’와 도슨트 전시 해설을 운영한다. 단체 관람과 도슨트 전시 해설은 유선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