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세 운동이 일어난 지 104년이 되는 날이다. 104년 전 오늘, 마을과 장터에는 격문이 붙고, 독립선언서가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었다. 3.1만세 운동이 우리 역사에서 뜻깊은 이유 중 하나는 전 국민이 ‘대한독립 만세’라는 대의 앞에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빈부와 노소, 사회적 신분과 지위에 상관없이, 더 배우고 덜 배운 사람의 차이 없이, 특히 전 종교인들이 모두 하나가 된 것은 우리 역사에 있어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학원 설립자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학원 설립자

우리를 하나로 아우른 것은 자주독립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국혼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 사회의 보편적 대의가 있었다. 이 가치는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결코 달라질 수 없는 불변의 것이다. 3.1만세 운동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104년 전에는 남과 북도 없었다. 당시 한반도 인구의 10분의 1이나 되는 202만여 명이 만세 항쟁에 참여했고, 그해 3월 1일부터 5월 말까지 국내에서만 무려 1,542회의 만세 항쟁이 일어났다. 대한독립 만세의 함성은 한반도를 넘어 멀리 중국의 간도와 러시아의 연해주, 미국 필라델피아와 하와이 호놀룰루의 하늘에도 울려 퍼졌다.

3.1만세 운동의 함성을 가슴에 간직한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첫 열매가 민주공화국의 뿌리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이다. 임시정부는 임시정부 헌장 1조에 3.1만세 운동의 뜻을 담아 '민주공화제'를 새겨 넣었다. 세계 역사상 헌법에 민주공화국을 명시한 첫 사례였다.

지난해 안중근 의사 서거 110주기를 맞아 영화 <영웅>이 개봉되었다. 많은 사람이 이를 관람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알게 되고 눈물을 흘리며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고취했다고 한다. 3.1운동은 항일독립운동의 거대한 시발점이 되었다. 1919년 이후 수백, 수천여 명의 독립군이 매일같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넜다. 한 사람이 쓰러지면 열 사람이 일어서는 가운데 1937년에는 한 해 동안만 무려 3,600여 건의 크고 작은 무장 독립투쟁이 일어났다. 그런 시간을 거쳐 194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최초의 정규 군대인 광복군이 창설된 것이다.

누군가는 우리의 광복이 외세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3.1독립운동을 시작으로 우리 선조들의 목숨을 건 치열한 항일투쟁이 없었더라면 한민족은 전후 처리에서 잊혀지고, 그래서 독립국가로 성립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광복은 결코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다.

3.1운동은 대한민국 역사의 기본이다. 임시정부는 오늘을 사는 후손들에게 헌법 제1조뿐 아니라‘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태극기, 그리고 애국가라는 국가의 상징과 법통을 물려주었다.

광복 이후 6.25를 겪으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분단국 대한민국은 지금 경제대국이자 문화강국으로 성장했다. 선열들 앞에 자랑스럽고 떳떳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 깊은 곳에 알 수 없는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남아 있는 이유는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다.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국내 정치 상황과 해결되지 않는 불평등 문제, 교육 문제, 전통문화의 말살, 그리고 역사 왜곡 등은 오랜 일제 강점기를 거쳐 오며 청산하지 못한 수많은 잔재들이다.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난 것이다.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우리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고, 해방 후에도 역사 왜곡과 친일 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되었다.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은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과 사상의 적대를 지우고 내려놓을 때 사라질 것이다.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버려야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된다. 그것이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는 후손들의 책임감 있는 자세이다.

나로부터 민족의 얼인 홍익정신을 깨우고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공생의 시대를 여는 것은 선열들이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빛나는 민족문화를 맺고, 세계 문화에 이바지할 기회를 갖는 데 있다"고 독립선언서에 명시한 독립운동의 목적이요, 오늘을 사는 후손들의 꿈일 것이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가장 평화롭고 문화적인 방법으로 3.1운동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꽃을 피웠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을 극복한 힘도 모두 국민에게서 나왔다.

3.1운동 이후, 지난 100년의 역사는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변화와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살아 있는 공생의 가치를 이 시대에 실현하여 안으로는 대립을 넘어선 통합을, 밖으로는 인류 평화와 지구 번영에 이바지하는 진정한 광복의 꿈을 이루기 바란다.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이 살아 있는 나라, 3.1운동이라는 시들지 않는 거대한 뿌리가 살아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의 열기로 뜨겁게 타올랐던 1919년의 봄, 고난과 영광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 마침내 우리 모두의 위대한 역사가 된 선열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 대한 독립 만세!

 

국학원 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