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알원(GR1), RUN! BABY RUN!, 2021, 2.2m×2.4m, 종이위에 페인트 마커와 스프레이 페인트. 사진 이한열기념관
지알원(GR1), RUN! BABY RUN!, 2021, 2.2m×2.4m, 종이위에 페인트 마커와 스프레이 페인트. 사진 이한열기념관

이한열기념관은 현대미술 작가 22명과 독립기획자의 재능기부로 기획한 ⟪위로하는 정신(희망의 조각들이 날개가 되어)⟫전을 3월 13일 개막했다.

이한열기념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명칭 《위로하는 정신(희망의 조각들이 날개가 되어)》에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의 슬픔을 애도하고 청년들과 연대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청년들’의 삶에 위로와 희망이라는 주제를 담았다.

파랑, 겨울아이, 2022, 38×45.5cm, Oil on canvas. 사진 이한열기념관
파랑, 겨울아이, 2022, 38×45.5cm, Oil on canvas. 사진 이한열기념관

전시에는 김인혜, 김은진, 김유의, 박미라, 서완호, 서재민, 이랑, 이선경, 이준희, 이지은, 이유진, 임개화, 지알원, 조민아, 빅터조, 최가효, 최나무, 최세경, 파랑, 황지현, 황혜성, 홍근영 총 22명의 작가와 김혜진 독립기획자가 참여했다. 동시대 작가들의 회화, 조각,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지알원(GR1) 작가의 <RUN! BABY RUN!>은 배달 오토바이를 소재로 한다. 작가는 "산업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수많은 청춘들은 단기 알바로서 소위 플랫폼 노동을 한다. 시간의 제약에서 비교적 손쉽게 벗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정식 노동자로도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한다"라는 메시지는 담았다. 

 파랑 작가는 작품 <겨울아이>을 작업했다. "숲속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늑대 인간의 존재를 믿는 아이는 나이 답지 않게 말수가 적고, 조용하며 겨울을 사랑한다."

 김유의 작가는 <GREETINGS FOR GREEN>에 지나가며 항상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돌아보며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함을 표현하였다.

박미라, 말할 수 없는 비밀, 2022, 80×117cm, Acrylic on canvas. 사진 이한열기념관
박미라, 말할 수 없는 비밀, 2022, 80×117cm, Acrylic on canvas. 사진 이한열기념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박미라 작가는 코로나19 시대를 지내면서 소통의 부재와 암울한 시대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희망을 귀와 촛불의 도상으로 표현한다.

서완호 작가는 <이방인>을 작업했다. 이에 관해 서완호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선명하지 않아도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도시 속 공간들과 안개 낀 듯 뿌연 사람들, 우리가 처한 환경을 재현한 작품 속 알 수 없는 인물들 사이의 사람들을 생각한다. 수풀이 무성한 나대지, 바람 부는 숲, 불빛 없는 거리, 도심 속 무심한 순간 속으로 사람들을 초대한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 존재하는 비슷한 사람이 된다."

이랑 작의 작품 <환란의 세대>는 3분 48초, 뮤직비디오이다. <환란의 세대>는 2015년 당시 이랑의 고민을 담은 노래였다. 물론, 그 고민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이유진 작가의 <무지개 인간>은 90년대생 친구인 케이티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한 셀피(selfie)와 글을 바탕으로 완성한 총 8점의 초상화 시리즈다. 이유진 작가는 "디지털 세계에 떠도는 90년대생의 무심한 듯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자기애 이면의 우울감을 물리적 회화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준희 작가의 <멸종되지 않게 조심해>를 이런 메시지를 담았다. "공룡이 땅 위에서 수레를 끌고 있다. 그는 멸종을 불안해하면서도, 수레 안의 꽃과 나무를 가지고 언젠간 허물어질 수도 있을 땅을 꾸미려 한다. 이 행위는 부질 없어 보이지만 미약한 희망과 온기를 품고 있다."

이지은, 얼음의 밤, 2022, 78.9×54.3cm, Gouache on paper. 사진 이한열기념관
이지은, 얼음의 밤, 2022, 78.9×54.3cm, Gouache on paper. 사진 이한열기념관

이지은 작가의 <얼음의 밤>은 "사무치게 추운 밤, 미지의 장소에서 집도 없이 떠도는 존재들은 서로를 끌어안는다. 불안한 영혼들은 그렇게 밤을 견뎌낸다.'' 

서재민 작가의 작품은 <백세 백수>. 작가는 "2150년경, 태어나서 100살이 될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백세백수라고 불렀다. 꽤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인혜 작가는 작품 <손난로>을 통해 "가만히 들어주는 것, 옆에 있어주는 것, 용기내 손을 잡아 주는 것. 온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것이다. 나는 손의 온기를 전하는 모습을 통해 가만한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인혜, 손난로, 2022, 45.5×53cm, Oil on Canvas. 사진 이한열기념관
김인혜, 손난로, 2022, 45.5×53cm, Oil on Canvas. 사진 이한열기념관

<흩어진 나날>(2021, 1분 14초, 단채널 애니메이션) 작품은 "붙잡을 수 없이 흩어져버리는 시간 속에서 일상을 만들어가는 개인들의 삶의 단면과 순환되고 반복되는 현재를 드러낸 작업이다."

최가효 작가는 <해방의 달리기 #2>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벽 너머의 자유세계. 그곳에서는 본연의 나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앞을 가로막는 현실적 한계와 편견들, 사회적 시선, 부정적 감정들로부터 초탈한 세상. 헐벗었지만 헐벗지 않은 몸으로 달리다 보면,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최나무 작가의 작품 <여전히 널 기다려>을 전시한다. "두 사람의 관계에 관하여.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너와 나의 거리는 멀다. 나는 너를 품고 너는 나를 품었지만, 점점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서로의 얼굴. 하지만 여전히 이곳에 서서 너를 기다린다."

최세경 작가는 작품 <FLOW>을 이렇게 소개했다. "일획으로 찍은 수많은 붓터치는 사람이며.. 또 눈물이다. 눈물이 떨어져 바닥에 스민다. 하나의 눈물도 아픈데 수많은 눈물의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고 슬픈 울림으로 다가온다. 희망과 빛을 의미하는 yellow로 공감과 치유의 울림을 전하는 작업이다."

이선경, 나의 온기가 너에게 닿기를, 2021,107×79cm, Conte, Oilpastel, Acrylic on paper. 사진 이한열기념관
이선경, 나의 온기가 너에게 닿기를, 2021,107×79cm, Conte, Oilpastel, Acrylic on paper. 사진 이한열기념관

이선경 작가의 <나의 온기가 너에게 닿기를>은 유년 시절의 자아가 현재의 상처 입은 그 자신에게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위로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홍근영 작가의 <나의 믿음에 관한 오브제 THE OBJECT OF MY FAITH / I SHALL PLEASE >. "감정이 촉발된 순간을 드로잉 하듯 흙으로 조각하고 다양한 유약의 시유를 통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상태를 기록한다. 그리고 지극히 사적인 경험과 정신을 바탕으로 제작된 조각들을 공유함으로써 앞으로 더 나아가고 성장하기 위한 과정을 기념하고자 한다."

 황지현 작가는 <노래하는 밤>을 선보였다.

"노래하는 밤 SINGING NIGHT. 개인의 일상 속 충돌과 감응의 순간을 시각화한다. 사회에서 여성 개인에게 부여하고 기대하는 수많은 관점이 있지만 본인이 마주하며 경험하는 세상과 그 속에서 형성된 가치관을 이미지로 구현한다. 작업에서 다루는 ‘충돌’은 여성으로서 겪는 억압에 대한 발언이고, ‘감응(感應)’은 여성이자 개인으로 살아가며 형성하는 정체성의 발현이다. 작업 시리즈 <노래하는 밤>은 가장 감성적인 때를 ‘밤’으로 상정하고, 노래는 ‘속마음을 발언하다’는 의미를 담아 스쳐 지나가 놓치기 쉬운 생각과 감각을 붙잡고 세밀하게 추적하는 작업이다."

빅터조(VICTOR CHO), 크흑!, 2022, 30×30×50cm, Resin. 사진 이한열기념관
빅터조(VICTOR CHO), 크흑!, 2022, 30×30×50cm, Resin. 사진 이한열기념관

빅터조(VICTOR CHO) 작가는 <크흑!>에 관해 "어린시절, 만화 <슬램덩크>를 보다가 항상 기고만장하던 주인공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감정이입이 되어 덩달아 펑펑 울었던 경험이 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느껴보았을 패배와 좌절을 농구 경기장에 빗대어 표현하였다"고 전했다.  

황혜성 작가는 작품 <TO YOU -Ⅱ>을 이렇게 소개했다. "카오스와 같은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어 희망으로 피어난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임개화, 자연 율(律), 2020, 53x40.9cm, Gouache on canvas. 사진 이한열기념관
임개화, 자연 율(律), 2020, 53x40.9cm, Gouache on canvas. 사진 이한열기념관

임개화 작가의 <자연 율(律) >에 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른 곳을 향하는 폭포수처럼 정체된 삶이 아닌 진취적인 삶을 추구하고자 물 흐르듯 대자연과 교감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구상한다. 산수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폭포는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명상의 대상으로 보다 높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물이라는 존재로 형성된 폭포를 단조음과 장조음의 운율로 자연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1부의 주제는 <삶>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로 대두된 청년 실업, 직장 스트레스 등 청년을 둘러싼 현실 문제를 바라본다.

2부의 주제는 <위로>로 이태원 참사로 큰 충격과 집단 트라우마를 겪은 청년 세대와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를 이야기한다.

마지막 3부의 주제는 <희망>으로 어두운 절망 속에서 사랑과 희망을 발견한 청년들을 그리고 있다.

이한열기념관 손세영 학예사는 “이 전시를 관통하는 큰 주제는 ‘사랑’이다. 지치고 힘든 삶 속에서도 사랑은 언제나 고통을 이겨낼 힘을 준다. 22명의 작가가 표현한 청년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낯설지만 익숙한 감정의 편린들을 느껴보면 좋겠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위안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시의 제목처럼 우리의 위로의 조각들이 희망의 날개가 되어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된 희생자를 애도하고,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한 집단 트라우마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로하는 정신(희망의 조각들이 날개가 되어)⟫는 5월 26일까지 이한열기념관(서울 마포구 신촌로12나길 26)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