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따스함, 91x61,  Oil on Canvas, 2023.  사진 갤러리 내일
2월의 따스함, 91x61, Oil on Canvas, 2023. 사진 갤러리 내일

김호원 작가는 빛에 의거해 과거 시절을 회상한 풍경을 노랑색 톤 물감을 사용해 자신만의 분위기로 전달한다. 노란색 톤으로 바탕을 칠하고 건조한 후 어두운 톤을 칠해 칼이나 송곳 등으로 긁어 벗겨가는 스크래치 기법을 통해 기억 속 감정을 표현한다.

갤러리 내일(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 내일신문B2)에서 3월 17일(금)부터 29일(수)까지 13일간 열리는 김호원 작가 초대전 《기억-그 길에 서다》에서 그의 작업을 볼 수 있다. 

이번 초대전에 작가가 어렸을 적 아이의 눈으로 보았던 풍경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는 그 시절 자신이 살았던 공간과 애잔한 그리움, 섬세한 선율 같은 정한과 기쁨이 각인된 남도의 애환과 따뜻한 감성을 담고자 했다.

아버지의 바다, 72.7x60.6, Oil on Canvas, 2023.  사진 갤러리 내일
아버지의 바다, 72.7x60.6, Oil on Canvas, 2023. 사진 갤러리 내일

김호원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말했다.

"나의 작품은 남도의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전적 삶으로부터 출발한다. 대학 졸업 후 줄곧 남도 이곳저곳에 작업실을 옮기며 직접 농사를 짓거나 지역민과 문화 공간이나 조직을 만들어 소통하는 작업을 해오면서의 느낌은 남도의 들녘과 바다는 풍요롭고 그들의 심성도 육자배기처럼 여유롭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은 어릴 적 삶의 기억에 대한 서정에 맞춰진 작업들이다. 고향 보길도의 어부인 아버지와 해녀 어머니의 가난했지만 애잔한 그리움이 지금도 남아있다. 남도의 풍광을 시각적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섬세한 선율같은 정한과 기쁨이 각인된 남도의 애환과 따뜻한 감성을 담고자 하는 게 나의 작품의 목표이기도 한 이유이다. 작품 표현 기법은 캔버스에 노란색 톤의 바탕을 칠하고 건조 후 어두운 톤을 칠한 다음 칼이나 송곳 등으로 긁어 벗겨가는 스크래치 기법을 통해 기억 속 감정을 표현한다." (김호원 작가노트)

운주사에서, 65.1x50, Oil on Canvas, 2023.  사진 갤러리 내일
운주사에서, 65.1x50, Oil on Canvas, 2023. 사진 갤러리 내일

서길헌 미술평론(조형예술학박사)은 “빛의 기억으로 되살아나는 신화적 공간”이라는 제목으로 ‘김호원의 회화’를 소개했다.

“작가가 몸으로 살고 겪었던 유년시절의 풍경으로서의 기억이자 아직도 실시간으로 살아있는 사실적 풍경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선과 색의 알갱이들을 유화물감의 층위에 칼끝으로 낱낱이 긁거나 파내어 묘사해낸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아련한 회상의 색채를 띠고 있는 시간의 아우라를 한껏 발산한다. 그 색채는 인위적이거나 추상적인 가상의 색채가 아니면서도 망막뿐만 아니라 신체에 직접 와닿는 듯한 구체적인 색채이다. 관객은 그림이 내뿜는 풍경의 색채에 전신을 내맡기고 거기에 휩싸이는 듯한 느낌 속에서 작가의 고향이자 작품의 공간인 남도 특유의 풍광이 강렬하게 자아내는 정서 속에 문득 온전히 빠져들게 된다. 그림 속에서 나무들의 가지들이나 잎새들, 풀잎들, 돌담의 돌들, 들판의 들풀과 흙 알갱이들 하나하나는 개별적으로 숨 쉬듯이 살아있으면서도 이 모든 대상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생명력을 가진 살아있는 세계이자 몸으로서의 일체감을 형성한다.

김호원 초대전 "기억- 그 길에 서다" 포스터   이미지 갤러리 내일
김호원 초대전 "기억- 그 길에 서다" 포스터 이미지 갤러리 내일

 

그곳은 작가가 부친과 함께했던 유년기의 바닷가 공간에서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목격했던 풍경들이 아이의 눈에 비친 그대로 불가사의한 우주의 몸체로서 살아있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그림 안에는 유년기 작가의 시선이 그대로 살아있고, 그 공간에서 살았고 그를 이끌었던 아버지의 숨결 또한 여전히 그리움의 체취처럼 풍경 속에 배어있다. 이러한 그리움의 자취는 풍경과 색채와 함께하기에 그만큼 따로 분리되지 않는 어떤 절대적인 세계의 감각으로 그림 속에 공존한다. 그래서 화면의 내부로부터 우러나는 듯한 빛처럼 그것은 지난 시간의 충만한 기억의 빛으로 채워진 작가의 내면을 거울처럼 되쏘아낸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은 작품을 통해 김호원 작가 특유의 분위기와 작품을 향유하면서 남도와 옛사람들의 시선을 현재에서 느낄 수 있게 확장된 시선을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