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미생물 등 각종 생물자원 활용 기술개발이 잇따라 추진돼 관련 산업생태계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바이오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은 해양 메탄자화균을 이용해 스쿠알렌을 생산하는 기술개발에 착수했으며, 다이어트 식재료로 잘 알려진 알긴산의 국산화에 나섰다. 또 해양 미생물을 이용해 광학치료와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포르피린 대량생산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미생물 분리에 성공했으며, 온실가스를 흡수해 아세트산을 만드는 미생물 5종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해양 메탄자화균 이용 스쿠알렌 생산 개발 착수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토의정서 및 파리협정에 따라 탄소배출권 제도가 도입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메탄(CH4) 등 C1가스의 효율적 제거 및 활용방안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C1가스 중 메탄(CH4) 가스는 이산화탄소(CO2)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메탄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원장 오운열)은 해양 메탄자화균을 이용해 고부가 기능성 물질인 스쿠알렌을 생산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메탄자화균 이용 스쿠알렌 생산기술 개발 개념도[이미지 제공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메탄자화균 이용 스쿠알렌 생산기술 개발 개념도[이미지 제공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미생물 중 메탄자화균 (methanotroph)은 메탄을 탄소원 및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메탄을 유기산, 바이오폴리머 등의 고부가가치 산물로 대사하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해양은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 분해 과정, 또는 심해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s) 등으로부터 많은 양의 메탄이 발생하는 환경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업에선 심해, 갯벌, 해변 등과 같이 다양한 해양 샘플로부터 신규 메탄자화균을 분리하고 이 신규 균주를 스쿠알렌을 생산하기 위한 세포공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스쿠알렌은 항산화, 항암,  항생제로서의 기능 뿐만 아니라 백신과 drug delivery, drug carrier로서 많은 기능이 알려져 있어 화장품 소재, 의학소재로서 큰 수요를 가지고 있다. 

해양 유래 메탄자화균기반 스쿠알렌 생산 기술 개발이 성공하게 되면 생물자원주권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천연 바이오소재 원천기술을 선도하여 국제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이어트 식재료 알긴산 국산화 추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은 수입 의존적인 해양바이오 산업소재의 국산화 실현을 위해 ‘알긴산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표준화 기술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알긴산은 최근 헬스케어, 친환경, 기능성 등 이용 분야가 넓고 해양바이오 산업소재 중에서도 수요 증가 폭이 가장 큰 해양 소재지만 국내 대량생산 및 공정 표준화 기술 부족으로 인해 95% 이상을 해외 수입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알긴산은 해조류에서 얻는 다당류의 하나로, 점성이 높은 유기산의 일종으로 접착제·유화제·증점제·식품소재·의료소재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혈청 및 간장 지질의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감소시키는 등의 기능성이 보고되고 있으며, 난소화성 다당류로서 장의 연동 운동 촉진을 통한 비만 치유, 다이어트 및 성인병 예방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해양바이오 산업소재 포르피린, 미생물로 생산한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은 산업적 중요성이 높은 수입 소재인 포르피린의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표준화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포르피린계 물질은 항산화, 항암, 항염증 등의 뛰어난 약리효과와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 영역 등 다양한 영역의 빛을 강하게 흡수해 광학 치료,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포르피린계 파이코빌린 및 그 단백질인 피코시아닌은 구조에 따라 흡수하는 파장의 영역이 달라 그 기능이 다양하여 소재로서 잠재성이 높다.

연구는 구체적으로 홍조류를 원료로 코리네박테리움 재조합 미생물로 포르피린을 대량생산하는 공정표준화 기술 개발을 연구한다. 포르피린류의 생물학적 생산을 통해 친환경적 포르피린 생산 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며, 밝혀지지 않은 고분자 유용 산물의 생합성 연구를 통해 국내 생명공학 기술과 연관된 의약분야, 식품, 농업, 정밀화학 등의 산업 발전에 원동력이 되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포르피린계 유용 소재들의 미개척 대사경로 설계 및 연구 경험 축적은 화학적 합성에 의존하는 복잡한 구조의 유용 소재 생합성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생물 소재 생산 관련 국내외 학문 수준 향상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미생물 천연물질 이용한 화장품 소재 개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은 해양바이오 소재를 이용한 피부 미생물균총 불균형 개선의 화장품 소재 개발의 성과를 지난 6월 발표했다.

연구개발과제의 펩타이드와 천연물 유래 화장품소재 연구개발 전문 기업인 ㈜인코스팜(대표 박기돈)은 제주 앞바다에서 자생하는 하헬라 제주엔시스 미생물에서 발견한 ‘프로디지오신’이라는 성분이 여드름을 비롯한 피부 트러블에 효과적임을 확인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화장품소재의 사업화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년간의 연구 결과, 프로디지오신 성분이 여드름을 비롯한 피부 트러블 개선에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밝혀내고 참여기관과 공동으로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화장품 원료 사업화에 착수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코스팜에서는 ‘하헬라 제주엔시스 발효 추출물’을 국제화장품원료집과 국내 화장품원료사전에 등재완료했으며, 2023년 화장품 원료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만드는 미생물 분리 성공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서민환)은 포름산염을 먹이로 삼아 고부가가치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미생물 2종을 최근 분리 배양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개미산이라고 불리는 포름산염(폼산염)은 수소, 탄소, 산소로 이뤄진 산성 액체(카복실산, CH2O2)다. 최근 이산화탄소(CO2)와 수소(H2) 기체를 합성해 포름산염으로 전환하는 온실가스 저감 기술(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이 주목받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일부 미생물이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 (CCUS)'로 발생한 포름산염을 섭취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올해 초부터 고려대 및 원광대 연구진과 연구를 추진했다.

연구진은 이들 2종의 미생물을 국내 하천 및 저수지 등에서  찾아냈으며, 기존에 알려진 메탄올자화균 메틸로러브럼(Methylorubrum)보다 5배 이상의 포름산염을 섭취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균이 생산하는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는 폴리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Polyhydroxybutyrate, PHB)로 석유로 만든 일반 플라스틱과 성질이 비슷하지만 자연상태에서 쉽게 분해되는 장점을 갖추고 있으며 화장품 용기나 재활용 플라스틱, 수술용 봉합사 등의 제작에 쓰이고 있다.

포름산염 활용 미생물 이용 고부가가치 물질 생산 과정[이미지 제공 국립생물자원관]
포름산염 활용 미생물 이용 고부가가치 물질 생산 과정[이미지 제공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고부가가치 화합물인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이들 미생물의 유전체를 분석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최적의 포름산염 활용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흡수해 아세트산 만드는 미생물 5종 발견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서민환)은 최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대사물질로 ‘아세트산’을 만드는 ‘아세토젠(acetogens)’ 혐기성 미생물 5종을 발견하고 이를 분리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올해부터 최근까지 지속가능한 친환경 탄소 자원화 원천기술 개발의 하나로 카이스트(조병관 교수) 및 원광대학교(김종걸 교수) 연구진과 국내 하천 및 저수지 등에서 이번 아세토젠 미생물 5종(AC1~5, 가칭)을 찾아내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확보한 아세토젠 미생물 5종에 대한 유전체를 분석해 게놈지도를 완성하고, 유전체 정보를 국내 산업계 및 학계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아세트산을 생체촉매로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바이오에탄올과 같은 화학연료로 만들 수 있는 ‘C1 가스 바이오리파이너리(C1 gas bio-refinery)’ 기술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미생물을 활용한 온실가스 저감 청정에너지 개발 등 녹색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세토젠의 이산화탄소 활용 단계[이미지 제공 국립생물자원관]
아세토젠의 이산화탄소 활용 단계[이미지 제공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관-원예특작과학원, 생물소재 국산화 맞손

한편,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서민환)은 농촌진흥청 소속 국립원예특작과학원(원장 이지원)과 생명(바이오)산업계의 지원을 위해 지난 6월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리동에서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나고야의정서 대응을 위한 자생 신품종 개발 △생물자원과 농업생명자원의 확보‧관리 및 보전‧활용을 위한 연구 등 양 기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 기관은 앞으로 생명산업계에서 활용하고 있는 생물소재의 국산화를 지원하기 위해 자생생물의 소재화를 위한 신품종 및 대량증식기술 개발 협력, 산업계 필요 소재의 공급을 위한 정보교류 협력을 본격화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자생생물의 목록, 분류 정보 및 유용성 정보를 제공하고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약용작물 신품종 개발, 재배기술 확보 및 농가 보급 추진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생물자원과 농업생명자원에 대한 연구역량 기반 강화를 위해서 상호기술 지원과 함께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양 기관은 이번 업무협약 체결로 국내 생명산업계와 농가의 안정적인 소재 공급‧수요처 확보와 함께 양 기관의 생물자원 및 농업생명자원 활용 연구 촉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