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은 본래 ‘영구사용’목적
- 대량생산‧ 대량소비 위해 ‘한 번 쓰고 버리는 삶’ 마케팅 & 내구성 저하

플라스틱은 현대인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다양한 영역에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분리수거 시 참고할 수 있는 종류별 분리배출 마크까지 지정되어 있습니다. 너무도 복잡하지만, 지구, 그리고 너와 나, 우리의 건강을 위해 단단히 결심했다면 한번 소개하겠습니다.
분리배출 마크별로 플라스틱 7종류를 살펴보았습니다.
[1] 플라스틱 종류 (분리배출 마크 기준)
1. PETE(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투명한 생수병, 음료수병, 간장, 식용유병, 반찬통 등의 식품 용기로 쓰입니다. 열과 세균에 취약하여 장기간 사용에는 부적절하나 현재 재활용 가치가 가장 높은 플라스틱입니다.
2.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밀도가 높고 단단한 재질로 생수병 뚜껑, 샴푸통 등에 많이 쓰입니다. 외부 충격에도 잘 견디며 내화학성, 내후성이 좋아 배수관 파이프로도 활용됩니다. 내열 온도도 90~120도 정도로 높아 전자레인지 용기로도 많이 쓰입니다.
3. PVC(폴리염화비닐): 열로 쉽게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어 인조가죽, 휴대폰 케이스, 공업 용기로 많이 쓰입니다. 또 마트나 배달음식에 쓰이는 랩 재질이기도 합니다. 제조 과정에서 중금속이 사용되고, 가열하면 다이옥신, 염산 등이 나오므로 재활용이 불가합니다.
4.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투명하고 가공이 쉬우며 짜 먹는 소스 용기, 막걸리병, 냉동 용기와 비닐봉투, 랩, 위생장갑, 지퍼백 같은 비닐 형태로도 많이 쓰입니다. 너무 얇고 가벼운 제품이 많아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5. PP(폴리프로필렌): 가볍고 내구성이 강하며 내열 온도가 섭씨 121~165도로 높아 주방용품과 대부분의 배달 용기로 사용됩니다. 맥주병, 젖병, 빨대, 쓰레기통, 바가지, 자동차 부품 등에도 사용되는데 가격도 저렴합니다. 환경호르몬 배출이 없어 재활용 가치도 높습니다.
6. PS(폴리스티렌): 성형이 쉽고 가벼워 플라스틱 수저, 스티로폼, 요구르트병, 바다 부표 등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깨끗한것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열에 약하고 녹는 과정에서 스티렌다이머 등의 환경호르몬이 배출되며 잘게 부서지는 특성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원으로 지적 받고 있습니다.
7. OTHER: 다양한 플라스틱을 혼합하여 만든 복합 플라스틱으로 즉석밥 용기, 치약 용기, 안경, 렌즈 등이 있습니다. 재활용 여부를 알기 어렵습니다.
위의 종류 중 1~5번은 재활용 가능하지만, 6, 7번은 재활용이 불가합니다. 한편, PC(폴리카보네이트), ABS, 아크릴, SAN, PU(폴리우레탄), TPU(써모 폴리우레탄) 등 위에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플라스틱의 종류도 많습니다.
[2] 일회용 플라스틱의 유래
단가가 저렴하고 튼튼한 플라스틱은 1860년대 처음 등장했을 때 일회용 목적이 아닌 '영구사용'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1950년대부터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여 불과 70년 만에 생산량이 20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2019년 기준 4억 5천만 톤이죠. 그리고 지금도 플라스틱의 생산량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생산을 위해 플라스틱 업체들은 1950년대부터 ‘한 번 쓰고 버리는 삶’이 ‘새롭고 현대적인 생활방식’이며 ‘더 이상 청소와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마케팅으로 1회용 플라스틱을 광고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일부러 플라스틱의 내구성을 떨어뜨려 생산했습니다.

이 마케팅이 대성공하여 지금 현대인들은 ‘1회용 플라스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 모든 플라스틱의 50%는 1회용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3] 현대의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량은 계속 많았지만, 특히 코로나 이후 배달음식 문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2020년 한 해에만 약 4억만 톤이 생산되었습니다. 게다가 석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석유기업들에게 플라스틱은 돈이 되는 새로운 수입원이 되었습니다.
현재 플라스틱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5800억 달러(약 840조원) 규모의 거대 산업입니다. 우리의 1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관련 기업들은 돈을 점점 더 많이 벌고 있습니다.
그러나, 플라스틱 제작에서 배출되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면서 인류의 삶을 빠르게 파괴하고 있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분해에도 50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생산된 83억 톤의 플라스틱은 대부분 지구 위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플라스틱을 열심히 씻고 분리수거하여 배출하면서 당연히 재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생산된 플라스틱 중 실제로 재활용되는 것은 9%에 불과합니다. 12%는 소각되고, 79%는 매립지나 자연환경에 그대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각기 다른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어 함께 재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재활용 과정에서 품질이 저하되어 새 플라스틱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재활용 선별시설과 직원 수도 턱없이 부족해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별로 분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1일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약 30톤인데 전국 재활용 선별시설은 150여 곳 정도가 전부라고 합니다. 선별소 한 곳 당 매일 500ml 생수병 16만 개 정도의 플라스틱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죠. 다양한 모양, 크기, 색깔, 종류의 플라스틱들을 빠르게 돌아가는 선별라인에서 직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분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선별장 숫자와 인력 자체도 적은 데다 플라스틱의 종류별 선별 라인이 제대로 갖춰진 곳은 30여 곳이 전부라고 합니다.

[4] 무분별한 플라스틱 문제의 진짜 해법
플라스틱 문제가 해결되려면
첫째, 기업은 재활용이 쉬운 2~3 종류의 플라스틱만을 생산하여 100%에 가깝게 재활용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품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비용과 분리배출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 부담해야 합니다.
현재는 소비자가 제품에 포함된 플라스틱 포장재를 돈 주고 사서, 그것의 분리배출까지 책임지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업의 1회용 플라스틱 과대 생산과 사용을 제지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원료로 자연 생분해가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정부는 기업이 이를 잘 지킬 수밖에 없도록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들어, 감시해야 합니다.
셋째, 국민은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도록 끊임없이 요구하고, 생활에서 1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방법을 찾아 무분별한 플라스틱 구매를 줄여야 합니다.
당장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으로는, 당연한 듯 반복하고 있는 커피숍의 테이크아웃 컵 사용과 배달음식 주문부터 멈추는 것입니다. 커피숍에서는 테이크아웃 컵 대신 텀블러를, 배달음식은 그릇을 직접 가져가 포장해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1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나서 분리수거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는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앞으로 조금 더 번거롭게 먹고, 조금 덜 먹는 것은 지구 환경 이전에 나 자신을 포함한 인류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될 것입니다.
지금 지구 환경은 이미 많은 생명이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로 나아가고 있고, 내가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미 편리함에 길든 습관을 바꾸는 것은 번거롭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여러 강력한 환경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이미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규모 가뭄, 홍수, 산불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움직임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환경 관련 제도가 미비합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을 탓하면서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손 놓고 기다리기엔 앞으로 일어날 피해가 우리에게 너무나도 직접적입니다.
세계적인 평화운동가이자 지구시민운동의 제안자 이승헌 이사장(학교법인 한문화학원)은 그의 저서 ‘신인류가 온다’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때로는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 체계를 수정하고, 때로는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양보하고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변화는 기업가나 정치가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의식과 실천 의지가 있는 소비자, 유권자가 먼저 행동해야 한다. 사회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는 소비자와 유권자의 목소리가 커질 때, 비즈니스와 정치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지구의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할 행동의 주체는 ‘모든 사람’이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나부터입니다. 우리는 지구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