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왜 기후위기가 와닿지 않을까
2월 경북지역의 대형산불, 3월의 때아닌 폭설, 그리고 8월 수도권역의 홍수 등 불안정한 기후로 인한 피해가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에서 나아가 지구열탕화 시대가 된 지금, 기후위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이쯤 되면 전국민이 알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문제가 미국, 중국, 인도 등의 큰 나라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고, 우리나라의 정책과 기업들의 생산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이야기한다.
환경 관련 유튜브 영상들에 ‘개인이 탄소배출 줄이기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꾸준히 달리는 댓글들이다. 얼핏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지만 ‘그럼에도 내가 변화를 위해 무언가 해보겠다’는 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직 기후위기의 문제가 자신의 일로 와닿지는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왜 그럴까?
사람들의 뇌는 재미있게도 ‘당장 인지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험’에 먼저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흡연’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한가지 예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버스, 식당, 사무실,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도 사람들은 담배를 피웠다. 그러나 지금은 공공장소에서 담배냄새를 맡기가 어렵다. 흡연자들도 비흡연자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게 당연한 분위기다. 정책 상의 이유도 있지만 ‘간접흡연’이 ‘흡연’보다 더 건강에 직접적으로 해롭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당장 나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대방의 행동을 누가 허용할 수 있을까.
2. 소고기보다는 닭고기
최근 ‘저속노화’가 이슈가 되고 있다. 좀더 긴 시간을 건강하고 젊은 상태를 유지하는 저속노화를 위해 육류보다 채식 위주의 식단도 소개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육류섭취를 줄이라는 말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지구환경의 위기보다는 당장 자신의 건강이 훨씬 더 피부로 와닿기 때문일 것이다.
고기를 완전히 끊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이 탄소배출 감소에 좀더 도움을 주겠지만 당장 대다수의 사람들이 육류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좀더 영양가 있고 탄소배출 줄이기에도 도움이 되는 육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섭취하는 소, 돼지, 닭고기와 최근 많아지고 있는 양고기의 영양성분을 알아보자.

위의 표는 100g 기준으로 소, 양, 돼지, 닭고기의 주요 영양성분을 비교한 표이다.
요약하면 닭고기(특히 가슴살)이 가장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소고기와 양고기도 단백질이 우수한 편이다. 지방과 열량은 닭고기가 가장 적고, 양고기가 가장 높다. 철분과 비타민B12는 소고기와 양고기가 가장 높다.
닭고기는 육류 중 단백질과 칼로리의 효율이 좋으므로 다이어트, 운동식으로 추천한다. 닭고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육류 중 탄소배출량도 가장 낮은 편이다.
이번에는 육류별 탄소배출량을 알아보았다.

소고기는 1kg 생산 당 탄소배출량이 60kg으로 식품 중 최고 수준이다. 소, 양과 같이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은 소화과정에서 메탄가스 방출량이 많다. 특히 소를 키워 육류로 소비되기까지 사료 생산에 필요한 비료와 살충제, 운반, 유통, 가공 등의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타 식량에 비해 월등이 높다.
탄소배출량으로 본다면 소와 양고기보다는 닭과 돼지고기가 훨씬 효율적이다. 특히 닭고기 생산 시의 탄소배출량은 소고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왕 육류를 섭취한다고 하면 가격대비 단백질 함량이 높고 사료효율도 높은 닭고기 선택하는 것이 어떨까.
3. 결국 건강한 식습관은 탄소배출도 줄인다.
5인 가족이 건강을 위하여 현재의 식단에서 주 1회만 채식으로 바꾸면 1년에 1톤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1톤은 자동차 1년 평균 운행거리인 1,500km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다.
먹거리를 만들고 소비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이나 되고, 그중 약 15%는 축산업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출처: 유엔식량농업기구/ FAO)
또한 음식물쓰레기에서만 전 세계 메탄가스의 10%가 발생하니 버리는 음식만 사라져도 온실가스의 10%를 해결할 수 있다.
꽤 오랫동안 우리에게 ‘행복’과 ‘풍요’의 이미지는 큰 집과 비싼 차, 고급 스테이크, 해외여행과 명품, 그리고 ‘플렉스’할 수 있는 삶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니멀라이프와 저속노화 등 타인을 의식하는 삶보다는 단순하고 스트레스 없는 ‘힐링’ 위주의 삶이 점점 더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 환경의 입장에서 보자면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삶에서 줄이는 삶으로 나아가는 면이 분명히 있다. 사실 개인이 더 건강해지고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게 되는 삶이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애써 환경을 위하기 전에 자신의 건강과 힐링, 그리고 비용절감을 위하여 식단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 어떨까.
지구시민연합 김동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