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의류 매년 약 1000억 벌 생산, 그 중 3분의 1은 버려져
- 옷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기보다 좀더 가치있게 대한다면 어떨까
한 해에 새로 만들어지는 옷은 약 1000억 벌. 이 가운데 버려지는 옷은 330억 벌이다. 즉, 실제 수요의 1.5배에 달하는 옷이 매년 생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버려질 것을 알면서도 패션업계는 왜 이렇게 옷을 많이 만들까? 이유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이다. 많이 만들수록 한 벌의 단가는 낮아진다. 단가가 낮아질수록 판매될 확률이 높아지고, 많이 팔릴수록 수익은 당연히 많아진다. 게다가 한 벌을 판매하면 두 벌이 버려져도 ‘남는 장사’가 되니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대량생산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패션앱을 통해 옷을 구매해 보면 블라우스 한 벌에 1~2만 원대, 바지 1벌에 2~3만 원대인 옷을 판매하는 앱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휴대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앱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신상의류 광고가 화면 옆에서 계속 시선을 강탈한다. 광고를 클릭하면 바로 옷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싸고 예쁜 옷들을 쉽게 접하고 쉽게 구매한다.
이것이 ‘물질중심 사회’의 모습이고 우리는 여기에 아주 익숙하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안에는 큰 문제들이 있다.
1. 저렴한 옷들 뒤에는 인권유린이 있었다
패션 앱을 통해 예쁘고 저렴한 옷들을 구매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옷을 싸게 파는 게 가능할까?’
그 답은 생각보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미얀마 등 인건비가 싸다고 알려진 제3세계 노동자들이 하루 살기에 빠듯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하청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게다가 2차 하청공장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한 채 매일 11시간을 재봉틀 앞에서 일하였다. 그중에는 임산부와 10대 미성년자들도 허다했다. 고용노동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고, 임신과 출산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었다.
2014년 캄보디아 의류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파업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에 그 나라 정부는 경찰과 군인을 동원하여 무력으로 진압하였고 최소한의 인권보장을 희망했던 노동자들은 맨몸으로 총에 맞아 죽거나 몽둥이로 구타를 당해 크게 다쳤다. 그 이후로도 크게 달라진 것 없고 하청공장들은 불법 이중계약서로 노동법과 국제 노동기준을 계속 어기고 있으나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의류업계가 불법 계약을 하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지속하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저렴한 옷을 구입할 수 있는 대가가 위와 같은 사람들의 희생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2. 매년 버려지는 330억 벌의 옷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대개 입지 않는 옷들을 동네에 있는 ‘의류수거함’에 넣는다. 그리고 그 옷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거나 재활용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4년만 지나도 전세계 인구수보다 많아지는 양의 버려진 옷들이 과연 사람들에게 그렇게 많이 필요할까 싶다.
우리나라 헌 옷 수출량은 전 세계 5위다(2022년 기준. 미 국제무역데이터관측소).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다음으로 많은 양이다. 그러나 각국의 인구수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1인당 버리는 헌 옷의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한국에서 중고의류로 나온 옷의 95%는 해외로 수출되는데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이, 파키스탄 순으로 많이 수출된다.(2023년 기준. 한겨레) 그렇게 수출된 옷들의 대부분은 팔리지 않고 대부분 자연환경에 그대로 버려진다. 우리나라 의류업계에서도 매년 생산량의 70%가 폐기된다고 하는데 하물며 수출한다고 그 양이 크게 달라질까.
인터넷에 ‘패스트패션’을 검색하면 인도, 아프리카, 파키스탄 등에 형성된 거대한 옷 쓰레기 산의 사진과 영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오염된 하천은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10% 이상에게 피부질환, 각종 장기질환 및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천의 물고기는 사라진 지 오래고 소들은 옷을 여물 삼아 씹어먹다 죽거나 탈이 나는 경우도 많다. 옷 쓰레기 산 근처에만 가도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의 악취가 진동한다.
지금은 제3세계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는 쓰레기산이 언젠가 우리에게도 다가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그리고 저렇게 오염되고 있는 하천과 공기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제조한 옷의 60%는 합성섬유 즉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분해에만 200년 이상 걸리는 합성섬유는 만들 때뿐만 아니라 소각할 때에도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탄소배출량이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전 세계 탄소 배출의 10%는 의류산업이 차지한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옷들은 지금 아주 다른 형태가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3.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이가 정부에서 법과 제도로 규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패션업계가 옷의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선택하는 대로 기업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로서의 나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까.
1) ‘불필요한 더 이상의 옷을 사지 않는 것’이다. 옷이 필요하다면 당근마켓, 아름다운 가게 등의 온오프 중고매장을 활용할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잘 찾아보면 활용할 수 있는 온오프 중고매장이 꽤 있다.
2) 그리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옷들은 버리거나 수거함에 넣는 것이 아니라 중고매장에 내어놓아 새 주인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지인과 교환하여 입고, 수선하는 방법도 있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귀하게 사고 귀하게 처분하는 것이다.
예쁜 옷을 다양하게 입는 것보다 입는 옷을 포함하여 내가 대하는 모든 것들을 가치있게 대하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가 가치 있게 되는 길이 아닐까. 사실 그러한 행동의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내면의 계기와 선택이 필요하다. 이 글이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