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영화의 상징’이자 ‘한국 영화사의 전설’로 남은 영화감독 나운규의 마지막 시나리오 〈황무지〉(구성·연출 성기웅)가 입체낭독극으로 재탄생한다.

입체낭독극 〈황무지〉는 (재)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사장 길해연)과 중랑문화재단(이사장 표재순)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2022 ‘망우열전’ 세 번째 작품으로, 오는 12월 9일(금) 저녁 7시 30분 중랑구립정보도서관에서 선보인다.

입체낭독극 '황무지' 포스터. [포스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입체낭독극 '황무지' 포스터. [포스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대한민국 영화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나운규(1902~1937)는 일제강점기의 현실을 민요 아리랑과 함께 그려낸 영화 <아리랑>을 비롯하여 <벙어리 삼룡>, <오몽녀> 등을 제작하였다. 특히 영화 <아리랑>은 전국에 상영되며 조선 관객의 절대적 성원을 받았다. 투철한 민족정신과 자유로운 예술관을 지닌 나운규는 36세의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15년 동안 29편을 제작했으며 2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입체낭독극 〈황무지〉는 나운규가 남긴 미완의 에세이 <나의 러시아 방랑기>와 미발표 시나리오 〈황무지〉를 하나로 엮어 구성하였다. <나의 러시아 방랑기>는 1919년 3·1운동에 가담하여 경찰 수배를 받게 되자 만주와 러시아에서 방랑하다 러시아 백군에 입대하였고, 탈영하여 조선인 마을을 찾아간 나운규의 자서전적 에세이다. 〈황무지〉는 그가 죽기 1년 전에 집필한 미발표 시나리오로 함경북도 산간벽지인 장백촌에 한 젊은 청년이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담은 유고작이다.

이번 입체낭독극은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성기웅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성기웅 극작가 겸 연출가는 일제강점기와 근대에 애틋한 관심을 보이며 우리 역사상 가장 고달팠던 시대를 예리하게 묘사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와 함께 연극배우 이윤재, 전수지, 강희제, 이수현 등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배우들이 참신한 감각과 생생한 육성으로 〈황무지〉를 되살릴 예정이다.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는 지구상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수가 대략 12번째로 많다는 통계에서 착안해 출범한 극단이다. 모국어인 한국어의 중요성과 함께 문학성과 연극성 사이에서 새로운 수사학을 탐구하며 문학 텍스트의 공연화, 과학연극 시리즈, 외국 연극인과의 합작공연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망우열전’은 (재)한국연극인복지재단과 중랑문화재단이 2021년부터 망우리공원에 잠든 문화예술인의 업적과 작품을 발굴하고 그들이 남긴 작품을 낭독극으로 되살리는 프로젝트다. 2021년 5명, 2022년 2명 총 7명의 문화예술인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2022년 세 번째 작품인 〈황무지〉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재)한국연극인복지재단 길해연 이사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망우열전’ 프로젝트를 위해 힘써준 중랑문화재단 관계자 여러분과 많은 연극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일제 강점기 당시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든 청년 영화감독 나운규의 삶과 작품을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입체낭독극 〈황무지〉는 오는 12월 9일(금) 저녁 7시 30분 중랑구립정보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다. 중랑문화재단 네이버 예매처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관람료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