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지.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태원지.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옛한글’은 한문 문헌이 담지 못한 다양한 전통문화를 품고 있다. 옛한글은 조선 상층 남성층뿐만 아니라, 여성과 하층민의 비공식적인 문화를 표현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상층 남성은 경우 《논어언해》 같은 옛한글 번역서를 통해 유학에 입문했으며 한글 시조·가사 등을 통해 노래하였다. 《두시언해》와 같은 시집의 한글 번역은 중국의 고급문화를 조선에 완전히 수용하는 국가 차원의 번역 프로젝트였다. 이는 옛한글이 상층 남성의 학술·문화 수단이었음을 보여준다.

여성은 주로 옛한글로 의사소통을 하였는데, 이 속에 포함된 사적인 내용은 공식 기록에서는 없는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조선시대 여성은 어려운 한문을 사용하기보다는 옛한글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문화적 역량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옛한글의 문화적 전통을 기반으로 하여 여러 여성지식인이 탄생할 수 있었다. 문화적 여력이 적은 하층민 또한 옛한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과 사정을 관청과 사회에 개진할 수 있었다.

옛한글 문헌에 나타난 여러 삶과 문화의 형태는 국가가 권장하는 모습이 아닌 것이 많다. 있는 그대로의 날것이며, 옛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진실로 원하던 것이 드러난 것들이 많다. 옛한글을 통해 우리는 한문 문헌이 말해주지 않는 전통문화의 다른 면목을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옛한글문화학회는 학회 출범을 기념하여 8월 8일(토) 오후 2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한문, 옛한글로 번역하다”라는 주제로 제1회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장경남 숭실대학교 교수의 좌장으로 ▲ ‘《태원지》 이본 연구’(강문종, 제주대학교) ▲ ‘장서각 소장 《공문도통》의 번역 양상’(김인회, 한국학중앙연구원) ▲‘규장각 소장 종교관련 옛 한글문헌의 조사’(박인규, 서울대학교)라는 논문을 각각 발표한다.

중요한 옛한글 문헌은 붓으로 흘려 쓴 ‘옛한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또한 표기나 어휘, 표현 등이 지금의 한글과는 차이가 많아 해독하기 쉽지 않다. 잘 정리되어 인터넷으로 보급되는 한글 문헌도 많지 않다.

옛한글문화학회는 이미 2년간의 연구를 통해 한글기록문화유산의 대중화를 목표로 《옛한글문헌자료총서》 1권, 《옛한글문헌연구총서》 3권, 《태원지의 종합적 연구》, 《한국고전소설과 중국여성인물》 등을 출간한 바 있다.

태원지 권지일.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태원지 권지일.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옛한글’은 우리 선조들의 문화적 역량과 지식을 담는 그릇이다. 또 여성과 하층민 등 그동안 역사의 주역으로 대접받지 못한 이들의 지식수단이자 표현수단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학술발표의 대상이 되는 한글소설 《태원지》의 미려한 한글 흘림체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지적 활동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임치균 회장(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은 “다양한 계층의 경험과 감성들이 기록된 옛한글자료를 이해해야 과거와 온전하게 대화할 수 있다. 이제 옛한글을 통해 한국 문화의 또 다른 측면을 이해할 때가 왔고, 옛한글문화학회는 옛한글에 담긴 우리 얼을 되살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