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터전을 되살려 작품으로 표현하는 나형민 작가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서 3월 18일부터 24일까지 초대전 ‘재생(再生)_Rebirth’을 연다.

나형민 작가의 이번 전시에는 왕릉과 함께 소나무의 이미지를 통해 육체적 재탄생으로서 의미뿐만 아니라 내적 재탄생으로서 ‘의미 또는 가치의 되찾음, 되돌아감’으로 복귀의 뜻이 담겨있다.

Lentiscape-쥐불, 66x100cm, lenticular,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Lentiscape-쥐불, 66x100cm, lenticular,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나형민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하여 한국화의 느낌을 다시금 렌티큘러(입체사진 인쇄)로 재생하여 새로운 풍경작업을 구현한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왕릉과 소나무, 지평선의 불꽃, 보름달, 이 모든 이미지는 새로운 생명과 운명이 시작되듯이 재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재생이란 신화나 전통에서 소멸과 생성, 탄생과 죽음의 순환하는 역사의 전환기로서 문(門),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은 렌티큘러로 표현되어 사라지고 나타나는 의미와 함께 함축되어 있다.

재생의 지평, 135x190cm, 한지에 채색,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재생의 지평, 135x190cm, 한지에 채색,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사철 푸르름을 머금고 있는 소나무는 절개의 상징이자 본인 작품의 제재로서 자주 활용되기에 왕릉은 때때로 방문하는 좋은 소재처이다. 특히 남양주 진건읍 사능리에는 소재로서의 겨울 노송(老松)의 이미지를 다수 채집할 수 있었던 정순왕후(定順王后) 송 씨의 사릉(思陵)이 있다. 그녀는 단종의 왕비로 책봉되었다가 강등 된 후, 다시금 숙종 때(1698) 정순왕후로 복위된 파란만장한 삶을 산 여인이다. 왕후에서 노비로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다시금 복권되어 왕후로 되살아난 역사적 터전을 이번 작품의 주된 소재이자 재생의 함의를 담은 요소로 활용하였다. 재생(再生)이란 보통‘죽음 이후에 다시 태어난다(rebirth)’는 되살아남의 뜻으로 부활의 의미가 담겨있다. 사릉의 정순왕후의 육신은 비록 물리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지만, 사후 다시금 단종 복위와 더불어 재생의 지평으로 부활하였듯이 재생이란‘의미 또는 가치의 되찾음, 되돌아감’으로서 복귀의 뜻이 담겨있다.

명승(名勝)-울산바위, 135x190cm, 한지에 채색, 2018. [사진=갤러리그림손]
명승(名勝)-울산바위, 135x190cm, 한지에 채색, 2018. [사진=갤러리그림손]

그리고 재생에는 마치 보름달이 가득 찼다가 사라지고 이내 다시 채워지듯이 순환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삶과 죽음, 내세와 외세의 이원론적인 세계관에서는 죽음이란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 또는 다른 세계로의 전환이라고 사유하였다. 따라서 능(陵)이란 삶의 끝이 아니라 이(this) 세계에서 저(that) 세계로 또는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의 통로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언덕 앞 정자각(丁字閣)의 문은 두 세계의 사이에서 항상 열려 있다.

작품 지평에 자주 등장하는 불꽃으로서의 쥐불, 들불도 태움이라는 소멸을 통해 다시금 소생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대보름날의 쥐불놀이는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태워 외적 나쁜 것으로서의 들쥐, 해충, 잡초 등과 내적 나쁜 것으로서의 액운을 소멸시키고, 그 재가 거름이 되어 새로운 생명과 운명이 시작되듯이 재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재생이란 소멸과 생성, 탄생과 죽음의 순환적 역사의 정점으로서의 문(門), 통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평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불꽃, 능, 보름달 등등의 주된 작품제재는 소멸과 파괴의 외적 이미지를 넘어 생명을 잉태하는 쥐불놀이와 같이 ‘소멸을 통한 정화’와 그로 인한 다시 태어남(再生)의 함의가 있다."('작가노트'에서)

지평 위의 허수아비, 84x260cm, 한지에 채색, 2018. [사진=갤러리그림손]
지평 위의 허수아비, 84x260cm, 한지에 채색, 2018. [사진=갤러리그림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순환적 시공간으로서의 재생 의미를 랜티큘러를 통한 풍경작품인 랜티스케이프(Lentiscape)를 통해 담고자 하였다. 움직임을 통한 다원공간의 재현 또는 2차원의 평면 속의, 공간감 표현은 이 공간과 저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로서의 시각적 일루전을 새롭게 구현하고자 한 시도이다.

‘랜티스케이프(Lentiscape)’는 랜티큘러(Lenticular)와 랜드스케이프(landscape)를 합성한 작가의 조어(造語)로서 최근 작업하는 지평의 그림을 동양화적인 랜티큘러로 구현한 작품 유형을 통칭한다.

Lentiscape-붉은 상원(上元), 66x100cm, lenticular,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Lentiscape-붉은 상원(上元), 66x100cm, lenticular,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작품명 ‘랜티스케이프’는 평면적이고 고정된 시점의 풍경화의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전통 산수화에서 보여 왔던 다시점, 이동시점의 다양한 시각법을 렌티큘러의 동양화방식 구현을 통해 새로운 지평 표현을 선보이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다.

3월 18일(수)부터 3월 24일(화)까지 전시하는 나형민 개인전 ‘재생(再生)_Rebirth’에서는 이 같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다.

 

전시개요

-전시제목 : 再生(재생)_Rebirth

-참여 작가 : 나형민 초대전

-전시 기간 : 2020년 3 월 18 일 (수) – 3 월 24 일 (화)

-관람 시간 : 월~토: 10:30~18:30, 일: 12:00~18:30

-전시 장소 : 갤러리그림손,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22 (경운동 64-17)

-문의 : www.grimson.co.kr, T 02-733-1045, F 02- 733-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