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란 작가의 개인전 <반어법의 기계적 해석Machine Analysis on Irony>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 3월 6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변주곡 시리즈 2 Variation series 2, 스마트패드에 영상설치. [사진=갤러리그림손]
변주곡 시리즈 2 Variation series 2, 스마트패드에 영상설치. [사진=갤러리그림손]

김혜란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수치로 분석하고, 인간의 고도화된 정신적 산물인 예술작품의 창작을 시도하는 시대를 표현하고자 한다. 전시는 시각적인 시(Visual Poetry) 드로잉과 증강현실(AR)을 결합한 영상 설치물, 음악의 가사와 음계의 분석을 결합하는 텍스트 애니메이션 영상, 무용수의 움직임 분석과 감정분석 데이터를 결합하는 모션인식 기반 영상 설치물 등으로 구성하였다.

기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감정은 모두 숫자로 치환되므로 많은 부분이 규격화 표준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김혜란 작가는 문법에 기반을 둔 ‘단어 학습’을 통해 좀 더 심층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 “Machine Analysis on Irony” 에 걸맞게 가사의 텍스트에 기반을 둔 감정분석 결과와 음악 스케일 분석 결과를 비교한다. 그리고 이를 가상공간 속 캐릭터들의 색상과 움직임의 특성에 적용되는 것을 공감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낙서새, 스토리 오브제 Story Objet 2, 3D Printing  + 이미지 기계학습 프로젝트, 영상설치. [사진=갤러리그림손]
낙서새, 스토리 오브제 Story Objet 2, 3D Printing + 이미지 기계학습 프로젝트, 영상설치. [사진=갤러리그림손]

김혜란 작가는 문학, 음악, 회화, 무용 등 전통적인 예술작품의 감정분석을 통해 기계의 시각에서 본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하거나, 감정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들의 예술창작을 도와주고 이들의 심리분석과 의사소통을 용이하게 해주는 교육, 창작플랫폼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정신영 미술평론가는 ‘감정과 기계의 패러독스’라는 글에서 “감정과 이에 기반한 예술작품을 알고리즘화 하는 작업은 정성(定性:qualitative)적 현상을 정량(定量:quantitative)적 현상으로 치환하는 과정이 뒤따른다. 감정을 데이터화한다는 이 전제부분에서 이미 근본적인 뒤틀림이 발생한다.”며 “김혜란이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은 이 부분이다. 내가 간직하는 감정이나 감정을 유도하는 외부 자극을 수치적 값인 색(color), 좌표 등의 ‘객관화된 시각적 요소들’(작가노트)로 기계적으로 대체하는, 말하자면 감정과 논리가 만나는 지점이다.”라고 말했다.

Visual Poetry 시각적 시, 디지털 프린팅, 증강현실 AR 영상설치. [사진=갤러리그림손]
Visual Poetry 시각적 시, 디지털 프린팅, 증강현실 AR 영상설치. [사진=갤러리그림손]

김혜란 작가가 일종의 ‘감정의 논리’에 흥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신영 미술평론가는 김혜란 작가가 미술전공자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공학박사가 되어 드물게 예술과 과학을 아우르는 뇌구조를 가진 듯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김혜란 작가는 “손끝으로 자연스럽게 펼쳐내는 예술적 재능과 공학박사다운 빠르고 정확한 문제처리 능력을 통해 작가는 예술과 기술의 패러독스적 결합을 지향하는 AI를 꿈꾼다.”는 것이다.

정신영 미술평론가에 따르면 김혜란 작가는 남다른 애정으로 AI에게 인간의 감정의 다양성과 농도, 감정의 부산물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이 밖에도 하드웨어적 센서의 역할을 학습데이터를 통해 적용시키는 작업들도 함께 진행 중이다.

감정적인 움직임 Sentimental Motion, 인터랙티브 영상 설치. [사진=갤러리그림손]
감정적인 움직임 Sentimental Motion, 인터랙티브 영상 설치. [사진=갤러리그림손]

또 김혜란 작가는 AI에게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를 학습시켜 그 내용과 상응하는 감정을 익히게 한 후, 어떤 노래가 주어졌을 때 유추되는 감정을 색이나 이미지를 사용해 시각적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아울러 김혜란 작가는 인간이 감정의 학습과 습득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을 수리화하여 입력한 후 논리적 결과를 도출하여 이미지화 하고 있다. 그리고 김혜란의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에서는 텍스트와 감정이 맞닿는 지점이 조명된다. 작가는 대중음악의 가사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상의 언어 기호로서의 텍스트의 기의적 역할과 음악의 가사라는 기호체계 속에서 얻게 된 새로운 기의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심심치 않게 이 차이는 원래의 의미와 반대되는 반어적 표현으로 귀결되는 것에 주목한다.

스토리 오브제 Story Objet 1, 360 VR  + 헤드셋 영상설치. [사진=갤러리그림손]
스토리 오브제 Story Objet 1, 360 VR + 헤드셋 영상설치. [사진=갤러리그림손]

“작가는 과연 AI가 1차적 기호의 단계 너머의 텍스트-음악의 수사학을 받아들이고 그 이면의 감정을 해석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우리의 감정의 진폭을 AI에도 똑같이 안겨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들에게는 흔들리고 가라앉을 심리라는 은유적 공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정신영, ‘감정과 기계의 패러독스’)

김혜란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예술대학(HKU, University of the Arts Utrecht)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예술공학 전공으로 공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음악의 기분 Mood of Music- 음악의 기계학습 프로젝트, 영상프로젝션. [사진=갤러리그림손]
음악의 기분 Mood of Music- 음악의 기계학습 프로젝트, 영상프로젝션. [사진=갤러리그림손]

 

전시 개요

-전시 제목 : 김혜란 개인전 “반어법의 기계적 해석 Machine Analysis on Irony”
-참여 작가 : 김혜란
-전시기간: : 2020년 3 월 6 일 – 3 월 17 일 / 월~토: 10:30~18:30, 일: 12:00~18:30
-오프닝 : 2020 년 3 월 6 일 17시
-전시 장소 : 갤러리그림손,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22 (경운동 64-17)
-문의 : 전화 02-733-1045, 팩스 02-733-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