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수업을 마친 화요일 오후 4시, 신상계초등학교 체력단련실에 선생님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우리나라 심신수련법을 기반으로 한 전통스포츠 국학기공을 수련하는 교사동호회 회원들이다.

“무릎을 굽히는 게 아니라 꼬리뼈는 살짝 안으로 말고 고관절로 살짝 걸터앉는다는 느낌입니다. 경직되지 않게 두 팔을 뻗어 위, 아래로~! 마치 물속의 공을 지그시 누른다는 느낌이죠. 느껴지시나요?”
지난 23일, 조미숙 강사는 국학기공 중 단공기본형 동작을 하나씩 지도하며 호흡과 섬세한 자세의 변화를 선생님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선생님들은 단순히 동작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집중하여 몸의 변화와 감각을 터득하고 익혔다.
![조미숙 국학기공 강사의 지도로 단공기본형을 단련하는 신상계초등학교 국학기공 교사동호회 회원들. [사진=김경아 기자]](https://cdn.ikoreanspirit.com/news/photo/201810/52963_63960_4058.jpg)
조 강사는 선생님들 사이사이를 다니며,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간 어깨나 손목에서 힘을 빼고 작은 동작의 차이에도 느껴지는 변화를 스스로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랫배 단전에 용광로가 있다고 상상하세요.” 조미숙 강사와 함께 물 흐르듯 연습하는 동안 격하지 않은 운동임에도 선생님들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고 손바닥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신상계초등학교 교사동호회는 오는 11월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2018 학교스포츠클럽 우수사례 발표 및 교사 국학기공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어서 출전종목 연습에 몰입했다. 이 동호회는 지난 9월 노원구청장기 국학기공대회에서는 대상도 수상했다.
신상계초등학교에서는 국학기공 강사인 김진희 교사(5학년 담임)가 반에서 학생들에게 국학기공을 지도하면서 시작되어 학교스포츠클럽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2년 전부터 교사동호회도 생기고, 학부모 동호회도 운영하고 있다. 신상계초등학교 학생들은 제6회 서울국제 생활체육국학기공대회에서 청소년부 동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참가한 박규리(54) 교사는 “현재 4학년 담임을 맡고 있고, 김진희 선생님이 1년간 아침 기공체조를 지도해주셨는데 정말 좋아서 전문과정을 수련하고 있다. 수련하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면서 몸이 좋아졌다.”며 “아침에 아이들이 졸린 상태로 등교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단전치기, 접시돌리기 같은 기공체조를 하면 훨씬 활기차고 집중도 잘한다.”고 한다. 그는 “요즘은 교사들 간에 스포츠나 독서, 교과 학습 등을 함께하는 교원학습공동체 구성을 중요시하는데, 국학기공을 하면서 건강에도 좋지만 서로 호흡을 맞추며 함께 한다는 것에 즐거워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진로상담부장인 박미희(59) 교사는 “국학기공 수련을 하면 땀이 많이 나고 개운하다. 국학기공은 기구가 필요하거나 어디를 가서 해야 하는 게 아니라 평상시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생활하면서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며 “전에는 집에 가면 소파에 누워 TV를 봤는데, 이제는 바로 앉아서 발끝치기를 하거나 배꼽힐링 등 체조를 한다. 허리가 안 좋은 편이었는데 좋아졌고, 자세도 바르게 하게 된다.”고 수련효과를 말했다.
교직 6년차인 김도희(34) 교사는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들 반인 특수학급을 맡고 있었다. 그는 “작년에 김진희 선생님이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교사힐링동아리’라고 해서 국학기공을 지도해주셨다.” 며 “주변사람들은 나를 젊고 밝다고 생각하는데 혼자 많이 아팠다. 아이들이 장애가 각각 다르고, 지도하다보면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른다고 긴장을 많이 해서 어깨, 허리, 목 등이 다 아팠다. 수련을 하면서 차분해지고 순환도 좋아져 몸이 따뜻해졌고, 붓기도 많이 빠졌다.”고 체험을 전했다. 그는 “때때로 아이들에게도 기공체조를 지도하는데 잘 따라한다. 고집이 세서 본인도 안하고 친구들도 못하게 하려는 아이도 있긴 한데 그럴 때 선생님이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포용하려면 몸과 마음의 힘을 잘 길러야한다.”며 수련하는 이유를 밝혔다.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김도희 선생님과 올해 첫 교사가 된 한서정 선생님. [사진=김경아 기자]](https://cdn.ikoreanspirit.com/news/photo/201810/52963_63964_314.jpg)
올해 3월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아 영어수업을 담당하는 한서정(25) 교사는 “초등학교 아이들이다보니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해서 수업을 집중시키는데 에너지가 조금 많이 드는 편이다. 수업을 마칠 때쯤이면 피곤함을 느끼는데 국학기공 수련을 하고나면 몸도 풀리고 어느새 활력이 생긴다.”며 “국학기공은 철학이나 원리가 잘 정립된 전통스포츠라고 선생님들에게 들었다. 앞으로 계속 알아가려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호회를 지도하는 조미숙(45) 강사는 “10여 년 전에 강사활동을 했다가 그동안 주부로 가정살림을 했다. 올해 6월 다시 강사활동을 하면서 더욱 신나게 생활한다.”며 “전통스포츠교실은 국학기공 수련을 하면서 24차 과정 중에 우리 홍익정신과 선도, 심신수련의 기원과 원리 등을 전할 수 있다. 선생님들을 지도하면 이 분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까지 우리 심신수련법과 정신문화를 알리는 효과가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 신상계초등학교 국학기공 교사동호회의 전통스포츠교실 수업을 맡고 있는 조미숙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https://cdn.ikoreanspirit.com/news/photo/201810/52963_63959_3545.jpg)
국학기공교실은 대한체육회가 추진하는 전통스포츠보급사업의 일환으로, 사단법인 대한국학기공협회가 올해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전국 학교, 직장, 복지관 등 90곳에서 진행한다.
선조들의 심신건강법으로 체력향상 뿐 아니라 기공의 원리와 기원, 호연지기를 키웠던 선조들의 정신문화와 홍익정신을 전하는 과정이다. 경쟁과 승리를 우선하는 서양 스포츠 문화에서 조화와 균형, 화합을 중심으로 한 전통스포츠를 경험하는 것이다.